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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신경안정제

2008.07.24 04:06

이상한 모자 조회 수:3676



내가 저지르는 짓거리들을 보니 치료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사실 나는 폭력적인 사람이다. 성년이 되기 전의 나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욱하는 성질' 등으로 기억하고 있다. 초등학생, 중학생일 때에는 1년에 1, 2차례씩 꼭 폭력사태의 주인공이 되었지만 고등학생이 되고 부터는 그런 짓 까진 하지 않게 되었다. 철이 들기도 하였고 다른 아이들 키가 내 키보다 커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성년이 되고 나서 남에게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폭력을 휘둘러 본 일이 이전에 딱 한 번 있었다. 술도 먹었었고.. 상대는 남성이었다.

무언가를 집어 던지거나, 폭언을 하거나, 자해를 하거나, 그 밖의 비언어적인 방식으로 남을 위협해본 일은 성년이 되고 나서도 종종 있었다. 화를 내는 빈도 수는 점점 높아졌다. 남을 위협하는 정도의 수위도 점점 높아졌다. 봉천6동에 살 때에 이것이 정점에 달했다가 수원으로 돌아온 이후 조금 진정되는듯 했었다.

요 몇 년 사이에 두드러진 경향은, 상대가 내 말을 진지하게 듣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때, 그러니까 내가 무엇이라 말해도 소용이 없다는 감상을 느낄 때에 매우 격한 감정적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경우에 화를 참고 대화를 포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는 어쩐지 거기에서 그치질 않는 것이다. 언어적 방식으로는 상대와 대화할 수 없으므로 다른 것으로 상대를 제어하려는 습성인 것 같다. 머리로는 그냥 상대를 내버려 두면 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격해지면 자신을 제어하기가 쉽지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극단적인 폭력은 보통 이런 상황에서 나온다.

어제의 상황도 그랬다. 평소와 같았다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거나 폭언을 하고 말았거나 심했을 경우엔 가벼운 자해(머리를 벽에 찧는다던지, 자기 가슴을 때린다던지)를 하는 수준에서 끝났을 것이다. 그런데 왜인지 그 선에서 끝나지 않았다. 술은 마셨지만 취하지 않았었다. 그러니까 술 때문은 아니다. 도대체 무엇이 나로 하여금 범죄에 가까운 짓을 저지르게 했는가, 오늘 하루종일 이 물음이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사실 답은 어제부터 나와 있었다. 심리적인 문제가 생긴 것이다. 병원에 가야 할 일인 것이다. 최근 들어 종종 머릿 속에 아주 잠깐씩 내가 무언가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상상이 플래시 되곤 했다. 그때마다 몸서리가 쳐졌다. 그게 그 장면의 잔인함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종류의 쾌감 때문인지 확신할 수가 없다. 이러다가 범죄자가 될 것 같다.

애를 보면, 가끔 무서운 생각이 든다. 생후 10개월이 채 안 된 아기는 내가 하는 말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데, 동시에 나의 폭력에 저항할 수도 없다. 평소에 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 별로 의심하지 않는 편인데, 애를 보면 무섭다. 애가 땡깡을 부리거나 그치지 않고 울 때는 정말 무섭다. 그럴 때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가 살면서 앞으로 이십 몇 년 동안 저 애에게 폭력을 휘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는가.. 대답을 내놓기가 두렵다. 그리고 나는 정말로.. 그렇게 하고 싶지가 않다.

나는 약을 먹어야 한다. 최근에 아는 아저씨가 신경안정제를 처방 받아서 복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민주노동당 시절에 그가 감당하기 힘들만큼 큰 정치적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분당 이후 자유의 몸(?)이 되면서 이전의 반동형성으로 공격적인 성향이 급격하게 늘어났다고 했다. 남을 보면 '내가 저 사람을 어떻게 해하지 않을까..' 하고 걱정이 될 만큼.. 이제 내가 그런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는것 같다. 더 엄청난 짓을 하기 전에,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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