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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080524

2008.05.29 22:57

ssy 조회 수:3798


080524.

큰 처남의 결혼식이었다.

다큐멘터리PD를 하는 큰 처남은, 굉장한 미식가이자 애주가다. 그와 같이 작업을 한 적이 있는데,
냉면을 먹기 위해 여의도에서 양평까지 달려간 적도 있다.  신부 역시 방송PD이고, 술실력이 굉장한 애주가다.

이 양반들 신혼여행을 유럽으로 두달 동안 다녀온단다.
두 달이란 기간도 엄청나지만, 그것보다도 유럽 전역의 양조장을 찍어서 방송 다큐로 제작할 거란 얘기는 더 엄청나다 .
엄청 마시고 돌아다닐 그들을 생각하면 부럽다. 술값도 싸고, 술맛도 좋고, 그렇게 돌아다니며 돈도 벌 수 있다니... 허허.
(나와 아내 역시 신혼여행을 유럽으로 베낭여행을 다녀왔는데, 그 플랜을 큰 처남이 짰었다)


처갓집 식구들은 다들 술을 엄청 마신다.
4남매는 물론이요, 장모님도 잘 드시고, 지금은 돌아가신 장인어른도 상당히 술을 즐겨 하셨더랬다.
한번 모이면, 9명이나 되는 멤버들이, 대개 동이 틀때까지 술과 고스톱을 한다.
문어 안주에, 홍어 무침 그리고 '부치기'(감자전의 강릉 사투리) 몇 장이면 밤새 신나게 웃고 떠들 수 있다.


이날 서울서 강릉으로 내려가는 고속버스 2대 中 한대를 두명의 사위가 인솔해야 했다.
"결혼식을 다녀오는 계원들의 버스"란 진정한 광란을 의미한다.


대부분 처음 뵙는 50대 이상의 시골 어르신들과 함께,
굉음에 가까운 뽕짝을 들으며,
좁은 버스 통로에서 춤을 추면서,
글라스로 소주를 들이붓는 것이다.


이쯤되면, 내가 얼마나 술을 좋아하는가? 라는 질문은 번지수를 잘못 짚는 것이다.
다음날 내 핸드폰 메모장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악마가 너를 지배하게 내버려두지 말라"

여의도에서 출발하였는데, 동작대교 부근에서부터 술판이 벌어졌다.
졸라리 밀리는 토요일 오후의 올림픽대로였다.
나는 암사동을 지나기 전에 이미 글라스 세잔을 마셨다.
막내 사위가 반갑다며 건네는 술잔을 거절하기 힘들었다.
나 역시 반주에 맞춰 그 좁은 통로를 비집고 다니며, 서빙을 했고, 술을 받아 먹고, 춤을 추었다.


엄청나게 마셔댔지만, 워낙 어려운 분들이 많아서일까 좀처럼 취하지 않았다.
다만, 다음날 주머니가 텅비어 있어서 당황하였다. 알고보니 아내의 사촌 남동생에게 용돈하라며 몇 만원을 찔러줬던 것이다.
동전까지 탈탈 털어서 주다니 -_-);;


재미있는 것은 내가 그 술판을 무척 즐기고 있었다는 것이다.
친구들이랑 노래방에서 맥주마시며 놀듯 그냥 그렇게 열심히 시간을 보냈다.
동네 어르신들도 막내 사위가 재밌게 놀아줘서 보기 좋더라라고 말해 주셨는데... 솔직히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굉장히 부담스럽고 긴장된 자리였지만, 무사히 잘 넘어갔다.
물론 요령없이 마셔댄 것에 대해, 아내에게 쫑코를 먹긴 했지만...
아마 술에 대한 나의 의지였으리라.
이날도 정말 "폭풍"같은 술자리였다.





추신
간만에 조용필을 듣고 있다.
역시 형님이시다.
한동안 노래방만 가면 조용필 노래를 한 곡 이상은 불렀었는데,
역시 형님이 부르시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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