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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MB는 왜 사과하지 않았을까

조회 수 2530 추천 수 0 2012.03.04 22:56:15
이명박 대통령이 또 한국 정치판을 뒤흔들어 놓은 모양이다. 지난 2월 22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측근비리에 대한 유감과 야당의 공세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사람들이 화를 내는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 부분인 것 같다. 첫째는 최근까지 계속 불거진 소위 측근비리들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진솔한 사과를 하리라는 사람들의 순진한 기대가 배신당했다는 지점이고, 둘째는 야당 지도자들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면서 야당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부었다는 점이다.

물론 사람들의 이러한 짜증은 정당한 것이다. 대통령의 형님인 이상득 의원에서부터 박희태 국회의장, 김효재 정무수석,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스캔들에 CNK 주가조작, 내곡동 사저 등 대통령을 둘러싼 사람들의 비리의혹이 한도 끝도 없이 쌓여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사과의 뜻을 표시하지 않는 대통령을 좋게 볼 국민은 한 사람도 없다. 더군다나 현 정부 정책의 실패를 이전 정부의 인사들에 대한 비난으로 감춰보려고 하는 모습은 비열하게 보일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월 22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의 현실정치는 그렇게 쉽게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들이 누구에게나 욕을 먹을 일을 굳이 하는 것은 자기 나름대로의 어떤 정치적 이유가 있기 때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측근비리에 대해 사과를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사과에는 당연히 이에 맞는 책임있는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과 같은 시국에 질 수 있는 책임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자신을 믿고 따라온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명분으로 새누리당을 탈당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탈당을 할 생각이 전혀 없다. 탈당을 한다는 것은 여당에 대한 통제력을 스스로 포기한다는 것이며, 이는 국정 수행에 대한 주도권을 사실상 상실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도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을 원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차기 대권을 바라보고 있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으로서는 당내 계파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탈당이 새누리당의 실질적인 분당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은 커다란 돌발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당분간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고, 측근비리에 대한 사과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야당 지도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이는 총선의 선거 프레임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2012년 총선의 주요 프레임은 MB 대 반MB의 구도로 짜일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대통령의 인기는 매우 낮기 때문에 이러한 구도로 선거를 치르는 것은 여당 입장에서 필패이다. 따라서 이러한 구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담론을 제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야당이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한·미 FTA는 참여정부가 추진한 것인데 이를 뒤집으려는 참여정부 인사들의 행위는 무책임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 바로 이러한 작업의 대표적인 예이다. ‘MB 대 반MB’의 선거구도를 ‘친노에 대한 재평가’로 뒤집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한명숙 대표, 이해찬 전 총리, 유시민 공동대표에 대한 비난 역시 이러한 구도를 고정시키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할 수 있다.

즉, 대통령의 비호감 정치에도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에 대한 일방적인 조롱을 넘어 이러한 점을 상기하고 현명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결국 야권의 정권교체에 대한 꿈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치를 바라보는 우리의 눈이 더욱 섬세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이 글은 주간경향에 게재되었습니다. :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1202281446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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