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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ㆍ2030 이슈 소비 거점 트위터로 이동… 인쇄 매체 활용도 ‘제로’에 가까워

‘2030콘서트’ ‘2030세상보기’ ‘2030잠금해제’. 현재 몇몇 중앙 일간지에서 연재하고 있는 칼럼 제목들이다. <주간경향>에도 ‘2030세상읽기’라는 칼럼이 있다. 언론의 경쟁적인 2030 칼럼들은 그만큼 2030세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주목도가 높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세대는 언론이 생산하는 뉴스를 어떻게 소비하고 이용할까. 동년배들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뉴스 소비자라 할 수 있을 2030 칼럼니스트들을 통해 2030의 뉴스 및 미디어 이용방식을 살펴봤다.<편집자 주>


지난해 6월 10일 서울 정동에서 열린 ‘6·10 기습 번개’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자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 박민규 기자

자유기고가 한윤형씨(29)는 2030 칼럼니스트들 중에서도 도드라지게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그는 3개 매체에 2030 칼럼을 동시에 쓰고 있다. 기고하는 시점을 고려하면, 거의 매주 한 차례씩 돌아가며 글을 쓰는 셈이다. 그의 글이 주로 정치·사회 평론이라는 점에서 누구보다 뉴스를 적극적으로 소비하지만, 그의 뉴스 소비에서 인쇄매체 활용도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 신문은 구독하지 않는다. 시사주간지 하나를 구독하긴 하지만 정작 그 시사주간지의 기사는 인터넷으로만 본다.

기사 배치 통한 뉴스독해 ‘인지 영역 밖’

그렇다면 뉴스의 흐름이나 논쟁적인 이슈의 전개과정은 어떻게 따라잡는 걸까. 지난해 장덕진 서울대 교수(사회학) 연구팀의 조사에서 조사에 응한 트위터 사용자의 평균연령은 27.99세로 조사 대상 트위터 사용자 집단의 77.4%를 차지했다. 한씨도 이 중 한 명이다. 그는 “이동 중이나 자투리 시간은 물론이고 술자리에서도 상대방이 크게 개의치 않는 상황이라면 틈날 때마다 트위터 타임라인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신문기사를 바라보는 태도도 달라졌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이던 1999년 안티조선 운동의 집결지였던 ‘안티조선 우리모두’ 웹사이트에서 소위 ‘키보드 워리어’(인터넷 논객)로 활동했다. 한씨는 “당시 조선일보를 비판할 때는 기사의 지면 배치를 따져보는 게 중요한 일이었지만, 요즘은 인쇄된 신문을 보지 않기 때문에 그런 작업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손석춘 전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은 10여년 전 <신문 읽기의 혁명>에서 신문을 비판적으로 독해하려면 신문지면 편집 뒤에 숨은 논리를 간파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이제 지면 배치를 통해 뉴스 가치에 강약을 주는 신문제작 논리는 2030 뉴스 소비자들에게는 애초에 인지 영역 밖의 요소가 돼버렸다.

글을 생산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한씨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인물과사상’ ‘진보누리’ ‘안티조선 우리모두’ 같은 웹사이트 게시판에서 다른 네티즌들과 활발한 논쟁을 벌였지만, 지금 그가 논쟁을 벌이는 장소는 트위터로 이동했다. 블로그도 대안은 아니다. 2030세대가 시사 이슈를 소비하는 거점이 트위터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한겨레에 2030 칼럼을 기고하는 홍명교씨(29·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도 트위터는 기본이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곧바로 소식을 올려주기 때문에 현장을 파악하는 데는 온라인 뉴스보다 오히려 더 빠르다”고 말했다. 트위터 타임라인에 링크된 것 이외에 인쇄매체가 생산한 뉴스는 해당 언론사의 웹사이트를 통해 확인한다. 트위터든 언론사 홈페이지든 인쇄된 기사를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홍씨가 체감하는 뉴스의 온도는 다르다. 그는 “트위터에 올라오는 소식들은 주관이 섞여 있긴 하지만 정서적 밀도가 높아 훨씬 더 가깝게 느껴진다. 반면 기존 언론사가 생산한 뉴스는 의도적으로 객관적인 거리를 확보하려 하는데, 가끔은 그게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에 기반한 트위터는 2030세대의 뉴스 소비에서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 경향신문

트위터 타임라인을 시사 이슈의 흐름을 파악하는 기본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정치평론을 하는 김민하씨(30)도 예외는 아니다. 김씨는 인쇄매체만이 아니라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뉴스나 언론사 홈페이지도 거의 활용하지 않는다. 그의 뉴스 소비는 스마트폰에 집중돼 있다. 김씨는 특정 키워드를 입력하면 키워드가 포함된 모든 뉴스를 보여주는 스마트폰 앱을 사용한다.

그는 이 앱에 정치인들 이름 30여개를 입력해두고 있다. 경제뉴스는 다른 경로를 사용한다. 경제 관련 뉴스를 금융감독원 트위터를 통해 파악하고, 경제와 관련된 국내외 언론의 사설은 한국개발연구원(KDI) 홈페이지에서 확인한다. 그는 “이렇게만 해도 놓치는 뉴스는 거의 없고, 매일의 이슈를 민감하게 파악할 수 있다”며 “오프라인 매체는 더 이상 뉴스 소비 경로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2030콘서트’ 필자인 최태섭씨(28·경희대 대학원)도 “트위터만 봐도 뉴스를 따라가는 데 부족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팔로잉하는 사람을 사용자가 결정할 수 있는 트위터 구조상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의 트윗을 자주 올리는 이들을 팔로잉하면 해당 분야의 소식을 거의 다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팔로잉하는 트위터 계정에 올라오지 않는 소식이나 반대 입장을 가진 의견은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최씨는 “중요한 이슈들인 경우에는 재인용(RT)을 통해 내가 팔로잉하지 않는 사람들이 올린 소식도 올라오기 때문에 관심 영역 밖의 이슈나 반대의견들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장덕진 교수와 소셜미디어 분석업체 사이람의 김기훈 대표가 발표한 논문 ‘한국인 트위터 네트워크의 구조와 동학’을 보면, 전체 트윗의 4분의 3이 재인용(RT) 또는 다른 사람의 글에 대한 리플라이(답)로 이루어져 있었다.

공론장으로서의 트위터 ‘부정적 입장’

2030 칼럼니스트들의 트위터 의존도는 매우 높지만, 이들은 공론을 형성하는 수단으로서의 트위터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유는 대체로 두 가지다. 먼저 140자로는 논점 하나도 제대로 펼치기 어렵다. 사정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건 트위터 타임라인의 높은 유동성이다. 특정 글에 대한 논박과 재논박이 이뤄지려면 특정 글과 그 글에 대한 반론이 어느 정도 고정된 형태로 머물러 있어야 하는데, 시시각각 변하는 타임라인의 특성상 140자 트윗을 통한 의견 개진은 논의를 발전시키기보다는 동일한 주장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디어의 변화 자체를 바꾸기는 어렵다. 김민하씨는 “트위터의 공론 형성 기능에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미디어의 변화는 사람들이 그것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발생한 측면이 있어서 이런 흐름 자체를 되돌리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댓글 '1'

이상한 모자

2012.02.18 15:02:39
*.208.114.70

결국 내가 가장 열심히 뉴스를 본다는 결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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