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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그녀의 폭로는 무죄다
대선의 승자독식 구조, 그 한계를 폭로하고 소수 민심을 알리다


택시기사가 말한다. 대선이나 와야 제대 로 귀를 기울여주지 그 이전에는 벽창호였 다고 한다. 그의 대선 관심은 후보에 대한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소통과 관련된 것이 었다. 대선의 중의적 의미를 알려주었다고 할까. 대통령을 뽑는 이벤트이기도 하지만 대선은 우리 세상이 돌고 있는 지경을 알려 주는 한바탕 공론장이기도 하다. 이웃이 어 떤 생각을 가졌는지도 알게 되고, 한 이불 을 덮고 자는 동반자의 꿍꿍이도 살펴보는 기회다.

이정희가 그 중의적 순간을 잘 포착했다. 그가 속한 소수 정당이 가진 의미를 알리려 했고, 당의 방침도 언설을 통해 전했다. 대통 령을 뽑기 위한 경로로서의 대선 토론장이 곧 자신이 대표하는 소수의 민심을 알리는 토론장도 될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그도 여 전히 택시기사의 마음과 같이 자신들의 언 설이 언론의 갈지자 재단으로 난도당하는 것에 대한 억울함을 드러냈다. 이정희의 대 선 토론장에서의 활약에 모두가 관심을 갖 게 된 것은 어쩌면 한국 사회의 소통 방식, 소통 통로, 소통 내용, 소통 주체가 모두 고 장 나 있음을 알려준 징후일지 모른다.

소통에 구멍이 나 있는 사회라는 것이 드 러나자 많은 소통 주체들이 화들짝 놀랐다. 자신들이 독점해온 소통이 터무니없는 방식 과 내용으로 이뤄져 있음을 알리자 그 폭로 자를 난도질하기 시작한다. 대선이 갖는 중 의적 의미를 오직 대통령 뽑는 과정이라고 강변하며 다른 뜻을 펴지 못하도록 막자고 나선다. 폭로자의 자격을 운위하는 것은 물 론 목적을 위반했으니 아예 배제하자는 뜻 까지 전한다. 정치를 여의도로만 치환하는 청맹과니 같은 모습을 재연한다. 그래서 오 히려 이정희의 면이 더 서는 듯하다.

대선에서 진 자는 지워지고, 이긴 자가 모 든 것을 독식하는 정치는 저능 정치다. 왜 반쯤 되는 민심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지, 그중에서도 또 일부는 왜 자신을 목숨 걸고 막겠다고 했는지 되돌아보지 않으면 대선은 의미가 없다. 대선이라는 소통의 공간에 나 선 모든 목소리를 헤아리지 못한다면 그것 은 제 식구만 감싸는 자영업 정치에만 머문 다. 유독 국민 통합·화합을 외친 쪽에서 이 정희의 입을 막으려는 시도가 많아 그런 걱 정은 기우로만 그치지 않는다. 저러다 해코 지당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 만큼 우리가 무늬만 지닌 희한한 민주주의 공간에 살고 있기 때문일 거다.

어느 한 편을 들어 이정희의 언설이 통쾌 했고 후련했음을 말하자고 함은 아니다. 대 변할 소수를 지니고 있고, 소수지만 의원들 을 지닌 공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였다는 점에 그 의의를 두려 한다. 그리고 대선의 중의성 을 잘 파악했고, 그 파악 안에서 수행을 벌 였음에 지지를 할 뿐이다. 더불어 그런 지혜 로움을 우려로 받아들이는 한국 정치의 수 준을 밝히는 징후로 작동했기에 반가운 현 상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원용진 서강대 교수


»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가 12월4일 대선 TV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이 후보의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향한 발언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심지어 2차 토론에서 그가 어떤 말을 할지가 뉴스의 초점이 되기도 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칼같은 말 양날의 칼
지지율 상승, 민주당 향한 시위…이중 효과 노린 날선 비판


대선 후보 간의 TV토론 직후 소셜네트워 크서비스(SNS)에서 온갖 패러디가 양산됐 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패기 넘치는 태도 덕분이었다. TV토론에서 이정희 후보 는 박근혜 후보를 향해 끝없이 돌진하는 한 마리의 로시난테였다. 물론 그 뒤에는 자기 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의 ‘문키 호테’가 끌려오고 있었다. 토론이 격화되자 이를 중계하던 수화사의 표정도 일그러졌다. 마치 전쟁이 난 것 같았다.

참다 못한 박근혜 후보가 “후보단일화 하 실 거라면서 토론은 왜 나오셨느냐?”라고 하 자 이정희 후보는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 러 나왔다”며 “정권 교체를 이루겠다”고 대 답했다. 이정희 후보가 ‘다카키 마사오’ ‘전두 환 6억’ 등 자극적인 주제들을 끄집어낸 이유 도 그런 목적을 위한 것이다. 박근혜 후보가 친일·수구 기득권의 원조이며 여기에 맞서 야 한다는 주장을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면 ‘진보적 정권 교체’를 하겠다는 이 정희 후보의 목적은 과연 달성될 수 있을까? 계속 이런 식이면 어려울 것 같다. TV토론 직후 실시된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은 소폭 하락했다. 아마 두 가 지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하나는 상대적으로 완고한 지지층이 말을 시원하게 하는 이정희 후보 쪽으로 조금 이동했다는 것이고, 또 하 나는 정치인들이 싸우는 것에 넌더리가 난 중간층이 이탈했다는 것이다.

안철수 전 후보가 다시 등장하자 문재인 후 보의 지지율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선거가 양자 구도로 되 면 후보 처지에서는 중간층을 잡는 것에 사활 을 걸 수밖에 없는데, 중간층이 원하는 것은 안철수 전 후보 같은 성인군자형(?) 리더십이 지 돌격대장을 거느린 보스의 이미지가 아니 다. 따라서 이정희 후보가 표독스럽게 굴수록 기성 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중간층 유권자들 의 마음은 선거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정희 후보 쪽이 이것을 모를까? 선거를 하루이틀 치르는 것이 아니니 사실 모르지 도 않을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통합진보당 을 야권 연대 테이블에 끼워주지 않는 민주 통합당 쪽을 향한 시위이기도 했을 것이다. 이제 문재인 후보 쪽은 이정희 후보 쪽에게 제발 얌전히 있어달라고 사정해야 하는 처지 가 됐다. 거기에 이렇게 주목받은 덕분에 이 정희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기라도 하면? 그 거야말로 정치적 협상의 문제가 된다. 이정 희 후보와 통합진보당으로서는 나쁠 게 없 는 전략이었던 셈.

물론 정치세력과 그를 대변하는 후보가 자신에게 유리할 수 있는 행위를 하는 게 죄 는 아닐 것이다. 내가 말하는 것은 ‘진보적 정권 교체’를 하겠다는 이정희 후보의 주장 이 바로 그 자신 때문에 실현되지 않을 수 있 다는, 아주 상식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김민하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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