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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민주통합당의 대권주자 간 경쟁이 3강구도로 정리되는 모양이다. 최근까지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어 왔던 문재인 고문, 새롭게 부각되는 김두관 지사, 권토중래(?)를 꿈꾸고 있는 손학규 고문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최근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민주통합당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대선후보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 문재인 고문이 1위를, 손학규 고문이 2위를, 김두관 지사가 3위를 차지했다.


이들이 당내에서 3강구도를 형성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문재인 고문의 경우 영남에서의 후보 경쟁력, 호남에서의 정당 경쟁력, 그리고 이를 무기로 한 수도권에서의 여론몰이, 또는 안철수 원장과의 단일화를 통해 정권을 잡을 수 있다는 ‘영남후보론’에 적합한 후보라는 점, ‘영원한 비서실장’이라는 닉네임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큰 강점으로 꼽히고 있는 것 같다. 다만, 문재인 고문 본인의 권력의지가 약하다거나 자기만의 감동 스토리가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히기도 하는데, 김두관 지사가 문재인 고문의 이런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김두관 지사는 이장에서 시작해 장관을 거쳐 도지사까지 해본 사람으로 ‘한국의 룰라’를 표방하는 등 자기 의지를 갖고 성공한 서민의 이미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듯 보인다. 즉 문재인 고문보다 ‘영남후보론’에 의한 전략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는 캐릭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손학규 고문의 경우 경기도지사를 해본 사람으로 수도권에서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고, 온건하고 합리적인 이미지로 중도층을 공략하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 같다. 최근에는 손학규 고문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 또 하나 늘었는데, 그것은 바로 ‘색깔론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동안은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고생이 많았는데 지금과 같은 공안정국에서는 오히려 그것이 장점으로 작용하게 된 셈이다. 가능성 있는 대권주자를 세 명이나 보유했다는 점에서 민주통합당의 지지자들은 나름 행복한 처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들의 진정한 문제는 ‘그래서 결국 대선에서 박근혜를 이길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에는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1대 1 대결에서 박근혜를 이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람은 오로지 당적도 없고 제대로 된 정치적 기반도 없는 안철수 원장뿐이다. 민주통합당에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가?

여기서 유력한 대권주자 3인방이 가진 장점들을 다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들이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들은 사실 ‘선거공학’의 셈법에 기초한 것들이다. 어느 지역을 기반으로 할 것이며, 어느 층을 공략할 것이고, 이를 위해 어떤 메시지를 던질 것인가는 정치적 기술의 기본이기는 하지만 이런 기술로만 대선이라는 이벤트를 통과할 수 없다는 것이 한국사회의 오랜 경험이다. 매 시기의 대통령은 나름의 시대정신을 등에 업고 태어났고 그것을 통해 평가받았다. 그러나 민주통합당 대권주자 3인방에게서 이러한 시대정신을 찾아보기란 참 어려운 일이라는 느낌이다.

2002년 돌풍의 주역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국민의 정부 정책을 한 글자도 빼지 않고 외울 수 있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며 자기가 평생을 통해 짊어지고 있었던 시대정신을 외쳤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가장 강력한 대선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2012년 대선에서 외쳐야 할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민주통합당의 대권주자들은 선거전문가인 스핀 닥터(spin doctor)들에게 자문을 받는 데 열을 올리는 것보다 이 질문에 답할 준비를 먼저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이 글은 주간경향에 게재되었습니다. :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1206131017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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