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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그의 이미지는 사기가 아니다
결단력, 낮은 곳을 보듬는 태도, 실행력, 융합 등 시대의 화두에 걸맞은 인물

@518spirit 안철수님은 어떤 미래 비전을 어떤 사람들과 함께 어떤 방식으로 제시하며 정치 참여를 개시할까? 많이 궁금하다. 그리고 엄청 기대된다. 왜냐면 기존 대선주자들 중 누구도 우리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이 곧 메시지다. 말해진 내용이 아니라 걸음걸이, 눈빛, 손동작, 자세에 마음이 꽂힌 경험은 얼마나 많던가. 그것은 언제나 사람의 징후 이상이다. 겉모양이라 쉽게 말하지만 오히려 그것들이 속모양임을 경험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선을 보고 면접을 하는 일은 말을 듣기 위함이기도 하겠지만, 풍모를 짐작하기 위한 일임을 누구도 동의하는 일 아닌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서 정치공학을 배제하고 품성만으로 대선 후보 자격을 논하는 것이 이번주 ‘크로스’ 필자로서의 임무다. 그가 대통령이 될지를 점치는 일이 아니라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메시지를 받아들이고 그를 다시 정치로 품어갈 품새를 지니고 있기나 한지 챙겨보기로 했다. 안철수론이 정치공학에 치중한 관계로 품성론을 펴기 위한 자료가 충분치는 않다. 지인과의 인터뷰, 미디어에 비친 모습, 그리고 그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는 젊은이들과의 대화를 밑천 삼아 보았다.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다. 결단력을 그의 최대 장점으로 손꼽는 이가 많았다. 그가 사람을 보살피는 의사에서 사람을 도울 기계를 챙기는 공학 전문인으로, 이어 모두를 포괄하는 네트워크 전문가로 옮아간 역정에 결단력의 수사를 붙이는 일은 무리가 아니다. 5%의 지지율에 머물던 시장 후보를 지지해 시장에 당선되게 했다는 것은 치밀한 계산에 바탕을 둔 결단력의 소산이었다.

그가 벌인 지역 찾기 행보, 총선 과정에서의 지지 행보, 고민을 짊어진 젊은이들과의 대화는 그가 낮은 곳을 보듬는 일에 익숙함을 드러낸다. 그의 말하는 방식과 재산 기부에서도 어려운 곳에 늘 눈길을 두고 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주변에서 가타부타를 결정하라고 채근하지만 소속된 곳을 배려하며 일정을 조절하는 수준 있는 염치도 보여주었다. 일관되게 자기 관리를 해왔음은 사업 기획, 실행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융합이라는 시대적 화두를 건 기관에서 치열함을 보여주고 있어 누구도 갖지 못한 장점 아이템을 품성의 리스트에 올리고 있었다.

이러한 품성이 무엇보다도 시대정신과 부합한다는 말로 힘주어야 할 것 같다. 지난 4년간 많은 이들이 욕망 챙기기 결정을 한 것에 대해 후회와 반성을 거듭해왔다. 그런 성찰 탓에 덜 풍족하지만 쾌적하고 편안한 삶을 꿈꾸는 ‘희망’ 분위기가 널리 퍼져나갔다. 총선에서 여야를 지지한 유권자들 마음 속의 대강은 그랬고, 총선 이후의 정치평론들도 그에 동의하고 있다. 여야 모두 현 정권과 금을 긋는 캠페인을 벌인 것이 그 증거이기도 하다. 총선에서 읽을 수 있던 시대정신이 ‘희망 찾기’였다면, 안철수 원장의 네 묶음의 품성은 그 시대정신에 조응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안철수 인기의 7~8할이 ‘무릎팍 도사’ 덕이라고 말하는 이가 많다. 만들어진 이미지란 말을 하고픈 게다. 이미지라는 말에 부정적인 함의를 빼고, 그것이 오랫동안 단련된 몸에서 풍기는 메시지로 읽을 수도 있음을 부정하지는 말아야겠다. 품새가 없이 정교한 동작이 나올 수 없다. 그가 가꿔온 품새에서 그 이미지는 풍겨져나왔고, 그를 메시지 삼아 평가하면 시대에 조응하는 ‘대선 후보감’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원용진 서강대 교수·커뮤니케이션학부


»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난 4월3일 대구 경북대 강당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그를 향한 대중의 환호가 지속될까, 냉담으로 바뀔까. <한겨레> 박종식

환상 속의 그대
사리사욕 없이 유능한 안철수, 이명박이 낳은 환상의 메시아

@jeayr1 ‘안철수는 착한 이명박’이라는 표현이 있다. 부당한 표현이다. 이명박이 ‘안철수인 척하는 나쁜 놈’이다. 성공한 CEO, 경제전문가, 비전과 신념, 사회공헌, 다방면 능통. 이명박?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다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야권이 19대 총선에서 기대한 것만큼 선전하지 못하자 여기저기서 안철수 원장을 찾는 소리가 나온 덕이다. “안 되겠다, 사람 불러야지 안 되겠다!”라는 어느 개그 프로그램의 대사가 떠오른다.

하필이면 안철수 원장이 새삼스럽게 회자되는 이유,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안철수라는 캐릭터가 가진 성격 자체다. 안 원장은 사리사욕이 없고 공동체의 가치를 중요시하며, 동시에 남을 압도할 수 있는 정도의 유능함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런 믿음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두 가지 불만, 즉 그들은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혈안이 된 악당이고 무능하기까지 하다는 통념을 정확히 반대로 반영한다. 안 원장은 이런 측면에서 세상을 이명박 정부로부터 구원할 메시아로 여겨지게 한다.

안철수 원장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된 둘째 이유는, 그가 지닌 현실정치적 가능성 때문일 것이다. 안 원장은 부산 출신이다. 게다가 중앙정치 이슈에 민감한 수도권에서 큰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증명됐다. 무엇보다 2030세대를 투표장에 불러낼 수 있는 마법사와 같은 존재라는 점이 드러났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평화·개혁 진영이 승리하려면 부산·경남과 수도권, 2030세대에 대한 공략이 반드시 필요하고, 동시에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런 요소들에 약점을 보이는 게 대권 가도에서 걸림돌이라는 점을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을 떠올려보면, 안 원장이 얼마나 매력적인 카드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선거에서의 승리를 통해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요소가 될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안 원장이 가진 공정함과 유능함이라는 가치는 세상을 살아가는 도덕과 윤리에 비추면 올바른 덕목일 수 있지만, 경제체제와 사회제도에서는 오직 그것만으로는 부족함을 드러내왔다. 이른바 ‘민주정부’ 10년을 돌아보면 이런 문제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분명 공정하고 유능한 지도자였지만, 그들이 정권을 잡고 있던 때에도 불안정노동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늘어만 갔다.

앞서 언급한 선거전에서의 장점을 생각해보면 안철수 원장 카드를 이용해 민주·평화·개혁 세력이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전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에 대한 성찰을 통해 오류를 극복할 수 있는 비전의 제시일 것이다. 이런 논의는 보이지 않고 오로지 정치공학만 생각하는 현실은 승리 이후에 다가올 절망에 대한 우려를 거둘 수 없게 한다. 혹시 우리는 안철수라는 지도자가 아니라 안철수로 표상되는 덧없는 환상에 매료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다.

김민하 정치평론가

* 이 글은 한겨레21에 게재되었습니다. :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1879.html

댓글 '3'

이상한 모자

2012.05.03 01:57:35
*.208.114.70

이 글 밑에 달린 리플.


Harold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분명 공정하고 유능한 지도자'

내가 이런 글 쓰면 자살한다.

해철수

2012.05.03 11:44:45
*.237.107.103

첨에는 안철수 대통론에 부정적이었는데 (뭐 깊은 고민이기 보단 나와바리가 다르단 이유로. 김용민 총선 나오는 것도 매우 부정적이었음) 요즘 생각이 바껴서, '그래 뭐 시험 삼아 안철수 밀어 줘도 경험은 축적되겠구나' 로 바뀜. 이제껏 기존 정치세력이 수건 돌리기로 해 먹었어도 아직 요 수준에서 정체하고 있고, 맹박통의 호된 실험도 쌓인 교훈이 있다 치면,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도 (박원순도 그런 케이스)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 운이 좋아 대한민국 정치주류가 물갈이 되고, 안철수식 상식이 뿌리 내린 다면 그것도 평가 받을 만한 발전이라 생각함...

1rz

2012.05.03 22:21:50
*.235.15.46

개인족으로 동남쪽 노빠들 괴로우라고 예선에서는 안철수가 문씨를 가볍게 밟아주고 본선에서는 안철수가 박빙으로 져줬으면 합니다. 제가 보기엔 안철수, 문재인, 박근혜가 은근히 비슷한데 말 잘 안하고 착한 척 하는 컨셉에 고집이 세다는 것도 비슷하죠. 이런 사람들이 한번 곤조 잡으면 절대 양보 안하는데 문재인이가 관장사 한풀이 정치, 박근혜가 뭔 정치를 할지는 훤히 알 수 있지만 안철수는 예측 자체가 안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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