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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투표는 우리의 마지막 무기다

조회 수 1697 추천 수 0 2012.04.12 14:32:58
‘사찰 정국’이라고 한다. 이명박 정부가 자신들의 정치적 지향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죄 없는 민간인들을 사찰해온 것이 폭로되었기 때문이다. 분노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인터넷 공간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가운데 청와대는 ‘폭로된 문건의 80%는 전 정권에서 작성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아마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친노심판’ 이라는 프레임을 계속 유지하려는 전략적 판단을 한 까닭일 것이다.

국가권력을 사유화했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다. 사람들이 국가를 운영할 수 있는 권력을 그들에게 위임한 이유는 시민들 사이에 벌어지는 여러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결과적으로 공동체 전체에 도움이 되는 결정을 내려주길 바랐던 것이지, 자신들의 작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시민들의 고유한 권리를 침해하라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6일 청년단체 회원들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2030 세대의 총선 투표참여운동을 벌이고 있다. | 강윤중 기자

하지만 ‘민주정부 시기 작성된 문건은 법적으로 정당한 감찰이다’라는 민주통합당 측 입장에도 의문은 남는다. 비록 그 규모와 양상이 이명박 정부와 다르기는 하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불법사찰이 문제가 됐었던 것도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운동단체나 노동조합 등에 대한 감시는 법적으로 정당한 것이라 해도 납득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공무원에 대한 감찰이라면 일종의 국가 기강을 바로잡는다는 측면에서 필요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지만 소위 운동단체나 노동조합에 대한 감시는 정치적 지향의 차이에 의한 것이라고밖에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 측은 화물연대나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등에 대한 감시 자료에 대해서도 ‘경찰에 의해 적법하게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것이 적법이든 아니든 간에 경찰이 상부에 보고하는 내용 자체가 과연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조합이 합법적으로 집회를 하더라도 정보 담당 경찰관이 나와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상부에 동향을 보고하도록 되어 있는데, 그 내용은 조직폭력배들을 다루는 것과 비슷한 것으로 되어 있다. ‘10시 15분, 위원장 승용차로 집회 장소에 도착 후 하차. 조직원들과 일일이 악수. 맨 앞줄에 앉아 집회 독려.’ 과연 이러한 것을 경찰이 기록으로 남겨야 할 이유가 있는가?

감시와 통제를 위한 최첨단 장비들 - 이를테면 인터넷에 대한 전면적인 감시를 가능케 하는 패킷감청을 위한 기계와 같은 것들도 민주정부 10년을 통해 보급되고 실용화돼 왔다. 각각의 정부가 내세우는 정치적 이념이 무엇이든 국가기관은 시민들을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한 수단들을 하나씩 착실하게 갖춰왔다. 그들은 이러한 것들 덕분으로 지금까지 패배한 일이 거의 없다. ‘사찰 정국’에서 진정으로 비판받아야 하는 대상은 국가 권력 그 자체와 그것을 떠받치고 있는 보수정치 전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보수정치 전체가 문제라는 점은 쌍용차 사태를 통해서도 명백하게 드러난다. 쌍용차는 민주정부 시절 상하이차에 매각되었다. 노동자들은 여기에 반대했지만 정부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결국 이 문제로 파업을 하게 되자 이들을 강경하게 진압한 것은 이명박 정부였다. 이때의 상처는 결국 몇 명째인지 세는 것조차 죄스러운 쌍용차 노동자들의 연쇄적인 죽음으로 귀결되었다. 이는 그야말로 보수정치의 합작품이라 불릴 만한 사건인 것이다.

우리가 정치적으로 예민한 태도를 갖지 않으면 이들은 언제까지나 서로 권력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문제들을 소홀히 다룰 것이다. 다행히 선거는 이들 모두에게 준엄한 경고를 할 수 있는 통로이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자. 우리가 가진 마지막 무기를 절대로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 이 글은 주간경향에 게재되었습니다. :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1204101412461&code=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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