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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김순자 지부장 해프닝 유감

조회 수 2536 추천 수 0 2012.10.23 19:47:59

누구를 비난하고 싶지도 않고 잘잘못을 가리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당 관료로서 최소한의 맥락에 대해 기록을 남기고 싶다. 당위를 말하고 싶지 않다. 당의 결정도 없이 그런 행동을 하느냐, 당원이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느냐 하는 식의 말싸움에 끼어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서로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모였다면 그들이 통일된 어떤 공감을 갖기 위해서 최소한의 '공리'라는 것이 존재해야 한다. 그것을 만드는 과정은 서로의 당위를 끝없이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당위의 존재를 인정하고 최대한 일이 되게 만드는 방식이란 게 어떤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당위를 말하기 전에 과정과 맥락을 말하고 싶다. 


당 내에 대선을 하자는 그룹과 말자는 그룹이 있다. 대선을 하자는 그룹의 주장은 이정희, 심상정 등이 민주평화개혁세력에 휩쓸려 가는 것에서 진보정당운동을 구하기 위해 우리의 존재를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대선을 하지 말자는 그룹의 주장은 대선을 치르느라 당력을 소모하고 충분한 지지를 획득하지 못해 당이 사실상 와해될 것이 우려되기 때문에 이번에는 기권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측에 더 고약한 주장들도 있지만 그냥 이 정도로만 설명하겠다.


따라서 지도부가 선택한 방법은 '좌파공동대응'을 통해 대선정국을 돌파한다는 것이었다. 심상정, 이정희로부터 구별되는 대선 대응을 하면서도 당력의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게 잘 안 됐다. 이것이 잘 안 된 이유는 우리 탓 만은 아니다. 오히려 좌파공동대응의 대상인 자들이 지리멸렬했던 탓이 더 크다. 소위 연석회의는 김상곤, 김진숙, 단병호 등의 진보진영 명망가로 대선을 돌파해보려다가 식물화됐다. 소위 변혁모임은 지금으로부터 불과 열흘 전인 10월 13일에야 자신들의 방침을 결정했다. 소위 제안자모임은 연석회의부터 변혁모임까지 함께하는 그림이 아니면 대선 대응이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사실상 대선 대응판에서 퇴각했다. 진보신당의 제안으로 구성된 소위 기획단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 이건 전면에 내세워야 하고, 이건 하지 말아야 하고, 옥신각신하는 판이었다. 그나마 판을 진보신당이 주도할 가능성이 있었던 건 홍세화 대표의 존재 덕분이었다. 누가 무슨 말을 하든지 후보를 갖고 있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홍세화 카드가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날아갔다. 가장 유력한 후보를 갖고 있었던 진보신당은 순식간에 빈 손이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위 변혁모임이 김소연, 이호동, 김정우 3인 중 한 사람을 대통령 선거에 내보내기로 했다. 이제 진보신당이 해야 할 일은 셋 중에 하나의 선택지를 고르는 것이었다. 첫 번째는 변혁모임의 결정을 지지하고 실질적으로 대선에 대응하지 않는 것, 두 번째는 변혁모임과 협의를 통해 공동대응 틀을 만들고 민중경선을 통해 대선후보를 함께 선출할 수 있는 방법을 관철시키는 것, 세 번째는 변혁모임의 결정과는 별개로 자당의 후보를 출마시키는 것이다.


당 내의 상황과 당헌, 당규 등을 검토했을 때 첫 번째와 세 번째 방법을 선택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따라서 지도부는 두 번째 방법을 선택했고 변혁모임과 협의하기로 했다. 또 지도부는 당 내에서 일정한 출마 요구를 받고 있었던 김순자 지부장 측과도 접촉했다. 그리고 긍정적 답변을 받아냈다고 했다.


이제 남은 것은 오늘(23일) 변혁모임의 회의에서 우리 측 제안(경선 실시와 가설정당)을 관철시키는 것이었다. 관철되면 김소연, 이호동, 김정우 등과 김순자 지부장이 경선을 하는 판이었을 것이고 관철되지 않았다면 다음 진도로 넘어가려는 국면이었다. 참고로 다음 국면이란 지도부가 좌파공동대응이 일단 실패했음을 선언하고 변혁모임의 후보를 지지할지, 독자대응을 해서 이후 상황을 도모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김순자 지부장의 소위 기자회견 해프닝이 바로 이 날 일어났던 것이다.


다시 한 번 밝히지만, 나는 누가 잘했고 잘못했고를 얘기하기 위해 이 글을 적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과정에 개입해왔던 당료로서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글을 적는 것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당 내의 혼란에서 상황과 맥락에 대한 부분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기 위해서이다.


김순자 지부장과 관련된 출마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밟았으면 훨씬 매끄러웠을 것이다. 변혁모임측이 우리의 제안을 받았을 경우 경선을 하면 된다. 이러면 애초에 목표했던 좌파공동대응의 과정을 밟으면서도 우리 당 소속의 후보를 낼 수 있게 된다. 변혁모임측이 우리의 제안을 거부했을 경우 (대표단에서 합의가 됐을 지 의문스럽기는 하지만) 김순자 지부장의 출마선언을 통해 공동대응의 이후 과정을 다시 모색할 수 있도록 하면 되는 것이었다. 이러한 과정이라면 당 내의 반발이 있더라도 최소한 지도부가 당원들에게 '설명과 설득'은 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 상황은 누구도 어떤 설득이나 설명을 하려는 노력을 할 수 없는 지경으로 흘러 가고야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김순자 지부장 카드를 통한 대선 대응을 지속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됐다. 김순자 지부장의 출마를 통해 당력을 결집시키고 좌파공동대응을 이끌어 내 대선에 대응하는 것이 출마를 전제한 것 중에서는 최선의 수였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당력의 결집은 커녕 불필요한 논란만 커지는 상황이 됐다. (다시 한 번 거듭 강조하지만 기자회견을 추진한 측이 엄청난 잘못을 저질렀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안다. 서로 간에 불신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나로서도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의 비난이 오가고 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지막의 마지막의 또 마지막에서도 어떻게든 일이 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나는 그냥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마지막 노력을 하고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이 사태가 가장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이 모든 것이 어그러지면 대표단은 총사퇴까지 각오해야 할 것이다.


- 당직자가 이런 글을 썼다고 진지하게 태클 거는 인사가 있다면 그 날로 바로 사직서를 내겠다.


댓글 '2'

punx

2012.10.24 23:50:26
*.65.97.238

지금 벌어지는 모든 상황이 안타깝습니다..ㅠ

부부젤라

2012.10.28 13:36:26
*.83.220.102

진상조사위 설치 ㅇㅅㅇ... 이제 진실이 밝혀지도록 당사 입구에서 농성만 하면 ㅌㅈㄷ하고 똑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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