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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지금까지 미디어스에서 작성했던 기사 중, 최근 동향을 파악하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글을 다시 게시한다.
이 글은 '국민행복기금, 분명한 한계 안고 출범 예정' 제하의 기사로 2013년 3월 26일 미디어스에 게재되었다.
( 링크 : http://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933 )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국민행복기금’의 구체적인 운용안이 발표됐다. 금융위원회는 25일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행복기금 운용 계획의 주요 내용과 추진 계획을 밝혔다.

국민행복기금은 2013년 3월 29일 출범하며 2013년 2월 말 현재 1억 원 이하 신용대출을 받고 6개월 이상 연체하고 있는 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금융회사가 보유한 장기연체채권을 매입해 채무감면·상환기간 연장 등을 시행하는 한편 제2금융권 및 대부업체 등의 20% 이상 고금리 채권을 10% 내외의 저금리 은행 대출로 전환하는 등의 채무조정을 실시하는 것이 주요한 내용이다.

 
▲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포함된 국민행복기금의 수혜 범위를 표현한 그림.

규모 축소·도덕적 해이 등 분명한 한계 드러나

국민행복기금은 서민층의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직접 공약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기자회견과 공약집 등을 통해 18조원 규모의 기금을 설립할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았으나 이번 발표를 통해 확인된 국민행복기금의 규모는 1조 4788억 원 정도의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약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된 셈이다.

또한 수혜 대상에 있어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집에는 ‘320만 채무불이행자’라는 범위가 명시되어 있으나 금융위원회의 계획은 32만 명 정도의 채무불이행자를 수혜대상자로 설정하고 있어 상당 부분 규모가 축소됐다는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 KDI가 발간한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주요 현황과 위험도 평가: 차주단위 자료를 중심으로" 제하의 연구보고서에 포함된 주택담보대출과 비주택담보대출 비율 그래프.

특히 채무조정 대상을 ‘신용대출’에 한정하고 있는 부분은 가계부채 축소라는 목표를 실질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는 지적 또한 있다. KDI의 보고서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상당 액수는 부동산 담보대출 등에 집중되어 있는데 국민행복기금으로는 이러한 부분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인 것이다. 현재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신용회복기금을 통한 구제책이 존재한다.


▲ 국민행복기금으로 인한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며 근본적 대책을 주문한 조선일보 26일자 사설.

언론에서는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보수신문 등은 기사나 사설을 통해 국민행복기금의 한계를 지적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26일 ‘좋은 일자리는 치료제, 빚 탕감은 진통제’라는 제하의 사설을 통해 국민행복기금이 일시적인 진통제에 불과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진통제를 반복해서 투약하는 것으로는 병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으로 도덕적 해이를 세련되게 지적한 것이다.

동아일보 역시 보도를 통해 신용회복위원회의 프리워크아웃 대상자들은 수혜 대상이 아니라는 점 등을 들어 고의 연체가 일반화되는 등의 도덕적 해이 우려를 지적했다. 오히려 성실하게 채무를 변제하고 있는 성실상환자들에 대한 역차별로 귀결될 수 있다는 얘기다.


▲ 국민행복기금으로 인한 성실상환자 역차별 등을 들며 도덕적 해이 우려를 보도한 동아일보의 26일자 기사.

금융업계 등에 예상되는 효과는?

가계부채의 상당 부분이 시중은행에 집중돼있다는 점을 들어 이번 조치가 금융업계의 건전성 제고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국민행복기금의 수혜 대상인 장기연체채권은 일종의 ‘부실채권’인데 이를 사실상 국가가 매입해서 대신 처리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시중은행 등의 건전성도 향상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 KDI가 발간한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주요 현황과 위험도 평가: 차주단위 자료를 중심으로" 제하의 연구보고서에 포함된 대출업권별 차주 수 및 부채액 분포 그래프.

하지만 일부 보도에 따르면 국민행복기금 운용으로 인한 실질적인 금융계 건전성 개선은 미미할 것이라는 예측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국민행복기금이 매입할 채권이 이미 상각처리된 경우가 많아 건전성 판단 기준에 특별한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다. 또한 매입 과정에서도 국민행복기금이 ‘헐값’으로 부실채권을 매입할 것이기 때문에 이로 인한 손실이 발생한다는 점은 피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국민행복기금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부분의 부실 채권이 저축은행, 카드, 캐피털 등의 비은행권에 집중되어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도 이러한 예상을 뒷받침한다.

반면, 어쨌든 매입 대상 채권은 이미 부실채권이고 은행은 이를 처리할 방법을 찾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가계부채 문제 자체가 은행들이 안고 있는 주요 리스크인데 이것의 일부를 해결하는 결과를 나타냄으로써 큰 틀에서 건전성 개선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진보적 성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지난 13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를 통해 “국민행복기금은 정상적인 방법이 아니라 예외적으로 사용하는 편법”이라며 국민행복기금의 한계를 지적한 바 있다. 김상조 교수는 “다중채무자, 특히 주택담보대출을 갖고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한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통합도산법에 의한 개인회생제도를 효과적으로 개선하는 등의 조치와 함께 경제민주화 실현 등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행복기금’이 아니라 ‘은행행복기금’이라는 주장을 펼치는 경우도 있었다. 금융권 노동조합에서 활동하는 한 활동가는 “결국 은행이 갖고 있는 악성채무를 국가가 해결해주겠다는 것이다”라면서 “빚 장사를 해온 은행들과 국민들이 빚더미에 올라앉는 상황을 만들어낸 정부가 반성하지 않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비판들이 제각기 의미하는 바를 되짚어보면 결국 경제정책의 차원에서 가계부채 축소를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나오기는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전문가는 “가계부채라고 쉽게 이름을 부르지만 그 내용은 실로 복잡한 원인들에서 시작된 채무들이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상황”이라면서 “체제 자체를 뒤엎는다면 모를까 이대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것이 그렇게 대단한 정책이라면 대통령이 직접 나와서 발표하는 쇼를 마다하지 않았을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국민행복기금 주요 내용 및 추진계획 발표는 정은보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브리핑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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