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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너구리

2011.10.16 01:48

제가 볼 때, 안풍의 본질은 (물론 제가 생각하는 본질이지요. 근데 아무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한명도 없어서 여기에 글을 남깁니다.) 안철수라는 사람의 (정치적) 정체성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통 안철수를 좌파와 연결시키는 것이 일반적인 문맥인데, 사실 안철수는 우파적인 면모 또한 매우 강하게 갖고 있으며, 우파를 포섭할 수 있는 매리트가 있는 사람입니다. 말하자면, 좌파는 안철수를 좌파라고 생각하고, 우파는 안철수를 그들 나름대로 우파라고 생각한다는 거지요. 중도는 어떤가요? 중도도 안철수에 대한 적대의식이 전혀 없습니다. 이런 다양한 계열을 포섭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자면, 뚜렷한 정치색이 없다는 말도 됩니다. 저는 이게 안철수 현상의 본질이라고 봅니다. 만약에 안철수가 과거에 정치경력이 있었다면 서울시장 출마 당시에 그때처럼 폭팔적인 환대를 받았을까요? 그럴일은 아마도 없었을 겁니다. 본래 정치 판도는 반쪽은 아군이고, 반쪽은 적군이지 않습니까. 안철수는 좌파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나머지 반쪽 세력 또한 잘만 꼬우면 우리편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을 주는 사람이라는 거죠.

알다시피 안철수는 소규모 자본의 벤처기업을 굴지의 소프트웨어 회사로 만든 장본입니다. 과거에 무지막지한 자본을 들어부으면서 규모의 경제를 시현하는 방식이 아니라, 창의력, 도전정신, 수평적 경영이라는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신자유주의 공식을 가지고 얼마든지 한국 사회를 개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몸소 보여준 인물입니다. 이런 레파토리를 누가 좋아할까요? 당연히 신우파들이나 중도 세력들이 딱 좋아할만한 레파토리입니다.

실제 여론 조사에서 안철수는 강남권에 상당한 지지를 받았고, 블루칼라가 아닌 화이트 칼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블루칼라는 박근혜의 지지도가 앞섭니다) 이런 정황을 종합해볼 때, 안철수가 폭넓은 대중의 지지를 받는 이유는 좌파든, 우파든, 중도든, 관조파든, 모든 정치 계열의 장점만을 골라 가지고 있는 그의 특색적인 정체성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기성 정치인에 대한 불신과 반감도 심히 크게 작용한 요인 중에 하나겠지만, 그것만으로 안철수 돌풍을 설명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기성 정치인들에 희망을 잃어버린 관조파들은 안철수에 사심없는 지지를 보낼 수 있겠지만, 이미 정치색이 뚜렷한 좌파, 우파, 중도의 대중들은 자기 편이라고 인지를 해야지만 움직임을 보인다는 거죠.

그래서 안철수 현상에 대한 올바른 분석은, 안철수는 아직까지는 좌파도 아니고, 우파도 아니고, 중도도 아니고, 관조파도 아닌, 마치 "거울"같은 인물이라는 점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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