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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하뉴녕

2011.11.06 13:59

본문에서 말한 관점 때문에, 애초에 저는 '나꼼수'에 대해서 뭔가를 얘기하는 것이 그리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죠. 나꼼수에 나온 곽노현 교육감 사퇴 문제에 대해 논평을 하고 싶으면 그냥 곽노현 사퇴 문제에 대한 김어준의 견해에 (신문에 소개된) 반박을 하면 되는 거고, 나머지 사안에 대해서도 그렇게 하면 되는 것이 더 옳다고 여겼죠.

근데 나꼼수 PD인 김용민이 트위터에서 다른 이들과 얘기하다 2년 전의 <너희에겐 희망이 없다>란 글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를 했고, 제가 그 사과의 함의를 꼬집는 글을 썼지요. 몇 번 쓰다가 당시 대학생들에게 '너희들은 운동 안 해서 앞으로 희망이 없고 이제부터 뭘 해도 다 늦었다.'고 말하던 그 김용민이 하다못해 대학시절 운동권조차 아니었고 (93학번인데 97년엔 이회창을 찍었으며) 대학 졸업 후 취직한 방송국에서 부당해고를 당한 뒤 정치적 문제의식을 가지게 됐다는 '제보'를 듣게 되었지요. 나꼼수와 최근 나온 신간을 조합하면 알 수 있는 사실인 모양인데, 알다시피 저는 나꼼수를 안 들었으니까요. 저는 생활세계에서 살다가 정치적으로 각성하는 쪽이 외려 대학생 시절 인생에서 가장 진보적인 평균적인 운동권보다 좋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김용민은 그 '평균적인 운동권' 모델로 대학생들을 운동 안 한다 갈구고 있었던 게 아닌가요? 이게 황당해서 김용민을 비판하는 트윗을 썼더니 어떤 사람들이 이를 '나꼼수' 비판으로 받아들이더군요. 하기야, 시기에 따른 '의도추정'하는데 워낙 익숙해진 분들이니까, "왜 시기에 이런 일이 생길까. 이건 가카의 꼼수다!!!"라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제가 나꼼수를 물먹이려고 굳이 글 보기도 어려운 트위터에서 김용민을 디스했다고 믿으셨겠죠.

한편 김어준의 '쫄지마 씨발'이란 말이 한미 FTA 반대 시위 현장에서도 그렇게 자주 들린다고 하길래, 곽노현 사건 때의 기억을 되새겨, 그 말이 나꼼수 방송에서 주로 어떤 식으로 사용되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적어도 곽노현 사건 때 사용된 방식은 잘못 되었다고 논평했지요. 그리고 참여당원이란 사람이 무려 09년 쌍용자동차 파업 당시 해고/투쟁노동자였던 이에게 '쫄지마 씨발을 목숨 걸고 하는 사람이 있고, 너희는 편히 앉아서 논평하는게 진보인 줄 알고' 운운하길래 이는 잘 모르고 한 일이라지만 참 황당하다는 생각에 비판을 했지요. 근데 이런 구체적인 얘기에 대해서도, 제가 김어준의 행위의 총체를 비판했으며 결국 나꼼수에 대한 편집증을 드러내고 있다고 해석하고 저를 욕하는 분들이 생기더군요.

즉, 저는 거듭 제가 나꼼수를 청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나꼼수와 무관하게 그 구성원의 다른 행위를 비판하거나, 나꼼수 청취자들이 방송 내용을 구체적인 상황에서 그릇되게 적용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었지요. 이런 얘기를 하는데 제가 나꼼수를 들어야 할 필요는 없었는데, 어떤 분들은 마치 제가 나꼼수를 저격하기 위해 이런 일을 벌이는 냥 말을 하고, 듣지도 않고 나꼼수를 깐다고 말하고 있었죠. 저는 구체적인 비평을 하고 싶었는데, 이분들은 무조건 '꼼수'에 대한 '의도추정'을 해서 제가 나꼼수를 보편적으로 비평하고 있다고 믿었던 거에요.

그래서 저는 할 수 없이 나꼼수를 맛만 보고서 도대체 구체적인 비평을 나꼼수 전체에 대한 비난으로 둔갑시키는 그 메커니즘은 무엇일까 분석하게 되었던 겁니다. 이 글이 여전히 '나꼼수 현상 비평'이란 제목을 달고 있는 것은 그래서에요. 여러분이 구체적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했다면, 저는 '나꼼수 현상'을 건들 이유도 없었을 텐데, 무슨 얘기만 나오면 다 나꼼수를 공격하는 걸로 치환하니 일이 이렇게 된 거지요. 그리고 바로 이게 지금 계속해서 사람들이 나꼼수에 대해 왈가왈부하게 되는 현상의 본질이 아닌가요? 실정이 이래서 <십분 듣고 쓴 나꼼수 현상 비평>이 나온 건데, 마치 제 얘기를 뒤집어서 제 블로그를 1초 둘러보고 (지금은 그런게 있지도 않죠.) 쓰레기인 것 같다 느꼈다고 받아치는 꼴을 보니 정말이지 한심하기 그지 없습니다.

만일 1) 제 블로그란 것이 있고, 2) 그 내용 중 새롭게 밝혀진 것, 혹은 선정적인 것들이 매번 언론에 보도되며, 3) 그 보도를 보고 제가 블로그에 제시한 견해를 비판하는 이들에게 제 독자들이 블로그 전체를 관람하고 평가하라고 요구했다면, 저 받아치기가 일말의 설득력이 있었겠지요...

뭐 이렇게 길게 써봤자 그 문제의 사람들이 사려깊게 읽고 이해할 거라는 기대는 안해요...그런 기대가 없으니 제가 블로그를 접고 안 하는 거죠. 이건 그냥 습관적인 친절의 발현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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