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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080604

조회 수 4564 추천 수 0 2008.06.06 03:38:37

080604 : 조슬린, 야미구로, 춘만님, ssy, 아흐리만


어둡고 바람부는 밤이었다.
서울로 올라오자마자 술마시러 날라갔다.
이미 빈 소주병은 꽤 쌓여 있었고, 또다시 페이스를 맞추기 위해 힘껏 엑셀을 밟았다.

광속으로 움직인 탓일까? 아니면 오랫동안 금주하였기 때문일까? 몇 잔 마시지도 않았는데, 필름은 통편집 되어버렸다.
사실 아흐리만이 도착하였을 때, 난 이미 인사불성이었다.

술마시다 서너텀 쉬면서 졸고나면, 다시 부활하는 스타일인데, 어제는 그대로 골로갔고, 다시 눈을 떴을 땐 아흐리만의 방이었다.
(아흐야, 먼저 뻗어서 미안하다)
but, 뭐 어때. 원래 그런 "주정뱅이 천사"가 아니었던가.


그나마 기억나는 몇가지 구라들은.. <좋은 친구들>과 <카지노> 그리고 <음주가무연구소>정도?


춘만님과 조슬린은 <음주가무연구소>를 아주 좋아하고 있었다. 왠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마다 술과 동고동락하며 술주정뱅이의 진정한 도를 파헤쳐야 된다구!!"
"술의 신 바커스가 항상 나를 지켜주고 있어"

몇 해 전.
나의 아내는 본인도 술을 엄청 좋아하지만, 내 정도가 심하다고 생각했는지, "그만 좀 마셔. 이 주.정.뱅.이.야."라고 말한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그 "주정뱅이"란 단어에 상당한 충격을 먹었는데,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다시 같이 마시는 시츄에이션이 벌어졌다.
우린 어쩔 수 없는 한쌍의 바퀴벌레라는 생각과 함께, 이런 게 바로 생활 속의 <점프컷>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주정뱅이들이 술을 마시는 데에는 아무런 인과 관계가 필요없다.
음주 게시판 창설기념이니, 물대포 기념이니, 구청장 당선 기념이니, 어제는 실연을 당했어... 등등
아무리 이유를 갖다 붙여도 결국에는 술이 좋아서 마시는 것이고, 다른 건 그냥 하는 핑곗거리일 뿐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술이 좋은 걸.
━━(゚∀゚)━( ゚∀)━(  ゚)━(  )━(  )━(゚  )━(∀゚ )━(゚∀゚)━━



"내 기억이 닿는 한, 나는 늘 갱스터가 되고 싶어 했다. 내게 있어, 갱스터가 되는 것은 미합중국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었다." (<좋은 친구들>의 첫 장면)

예전에 어떤 작품에서 (영화화 되지는 않았지만, 사무실에서 진행비 정도는 받아가며 썼다),
트렁크에 시체를 싣고, 묻으러 가는 길에, 자신이 사모하는 여인(게다가 그녀는 보스의 아내인데)에게 전화를 받고 그녀에게 달려가는 장면을 쓴 적이 있다.

시체가 담긴 트렁크는 고장이 나서 제대로 닫히지 않고, 조수석에서는 여인네가 울고 있고...
홍콩 느와르에 대한 팬픽 같은 작품이었는데, 이 장면은 <좋은 친구들>의 어떤 장면과 참 비스무리하다.
노골적으로 우라까이 한 건 아니고, 써 놓고 보니 비슷하였다. (*우라까이=베끼다)
(결국 그 장면은 조용히 드러냈다. -_-);;


야미구로는 <카지노>에 대한 애정을 열렬히 표현하였는데, 십분 동의한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에게 열렬히 애정을 표현하는 남자다.
그렇다. 남자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을 열렬하게 숭배할 수 있어야 한다.



<카지노>는 멋진 영화다. 라스베가스라는 도시의 실록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마틴 스콜세지는 어떤 면에서 다큐멘터리 감독같다. (표현이 좀 요상하긴 하지만)

그는 고전적인 서사구조 안에서 영화를 진행시킨다기 보다는, 캐릭터를 묘사하고, 그 캐릭터를 둘러싼 환경을 묘사하는데 굉장히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즉, 고전적인 갱영화가 갱스터들의 감정적인 인과관계를 다루는 반면, 스콜세지는 그녀석들이 어떻게 돈을 벌어먹고 사는가에 더 많은 관심을 둔다.
그 생활의 지점을 기록영화처럼, 혹은 생태학자처럼 보여주면서도, 전혀 지루하지 않게 풀어내는 그의 솜씨는 탁월하다.
& 그에게는 폭력과 멋진 음악이라는 두가지 무기가 있다. 또 얼마나 시네마틱한가!!


나는 갱영화가 좋다.
잘된 갱영화들은 이 자본주의 사회의 분신인 동시에, 그 엿같은 본성을 뚫고 올라와서 사회에 엿을 먹인다.
나는 그런  反영웅들의 세계가 좋다. 아직 거기까지 가는 멋진 작품을 할 자신은 없지만, 그런 탁월한 갱영화들을 볼 때마다,
영화에 대한 욕구는 더 강해진다. <대부>가 그러하고, <밀러스 크로싱>이 있고, <좋은 친구들>과 <카지노>, 그리고 <스카페이스>와 <칼리토>가 그러하다.


나는 비슷한 이유로 액션영화 역시 무지막지하게 사랑해 마지 않는데, 내 생각에 액션영화라는 것은 딱히 정해진 장르가 아니다.
액션 영화라는 것은, 부조리한 세상이 있고, 다른 어떠한 것에 호소해도 소용 없는 상태에서,
오로지 주먹만을 가지고 세상과 맞짱을 떠야만 하는 상황을 그리는 모든 영화가 액션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 '액션'의 과정에서 세상이 정해 놓은 룰을 파괴하고 돌파하는 저돌성을 확보할 때, 그 액션 영화는 위대한 액션영화가 되었던 것 같다.

그게 서부극(수색자, 석양의 무법자, 와일드 번치)이든 형사물(더티하리, 리셀웨폰, 다이하드)이든 홍콩 느와르(영웅본색, 익사일)든, 코미디(버스터 키튼)든 관계없다. 그런 돌격대 정신과 육체성이 느껴지는 액션 영화라면 장르를 불문하고 좋아한다.
<람보(1편)>, <택시 드라이버>, <겟어웨이>, <소나티네>, <성난 황소>... 아 끝도 없다.




어젯밤엔 저 이야기의 반도 못 풀었었다.
뭐 꺼낸 이야기들도 뒤죽박죽 이었고.. 제대로 기억나는 건, <좋은 친구들>의 첫 나레이션 정도다.
━━(゚∀゚)━( ゚∀)━(  ゚)━(  )━(  )━(゚  )━(∀゚ )━(゚∀゚)━━


너무 쉽게 망가져서 아쉬운 밤이었다.
페이스 조절도 해가면서 술 자리 자체를 즐겼다면 더 좋았겠지만, 애초에 "먹고 죽자"고 작정하고 나갔었다.
다시한번 어제 같이 놀아준 멤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고맙소.




 


조슬린

2008.06.06 14:38:34
*.138.65.9

아, 그렇다면 다음에 만나 꼭 '슬리퍼스' 얘길 하고 싶은데. 킁.

ssy

2008.06.06 17:52:02
*.254.128.35

"예약 구라"같군. ㅎㅎ
정신줄을 놓지 않아야 얘기가 될 거 같군. -_-);;

조슬린

2008.06.06 23:47:39
*.138.65.104

응, 지금은 집회에 있겠지, 서작가?
여튼 그 날은, 사필귀정 거자필반 흥청망청 주지육림 이었어....
그런 건 꼭꼭 잘 씹어 소화시켜야 한다구 ㅋㅋㅋ
그리고 미안, 낮술 먹다 집회 못갔어, 천추의 한이야..(진심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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