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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김현우 선생과 함께 진보신당 봄소풍에서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기로 했었다. 편성을 좀 고민해봤는데, 하나는 클린 톤으로 배킹을 하고 하나는 드라이브 톤으로 솔로를 하는.. 이런 컨셉이 맞겠다 싶었다. 드럼이 없으니, 배킹이 과격하면 좀 혼란스러울 것이고.. 무엇보다도 이 편성을 아주 성공적으로 해내는 팀을 부천 민중문화 뭐시기 인가에서 한 번 본 일이 있었다.

'절룩거리네'라는 노래와 내가 만든 보잘것 없는 노래, 그리고 인터내셔널 연주를 하려고 생각 했지만 김현우 선생의 의견은 좀 달랐다. 결국 갑자기 '칼을 가시게' 와 내가 만든 보잘것 없는 노래, 2곡을 하는 것으로, 당일에 계획이 바뀌었다. 좀 더 치밀하게 진행했어야 하는데.. 너무 임기응변 이었던 것 같다.

무대에 올라간 후 김현우 선생의 멀티가 작동을 스스로 중단하였다는 것을 알았다. 결국 드라이브톤을 구사하는 것은 불가능. 그런데 갑자기 김현우 선생이 기타에 내장된 자체 이펙터를 이용한 소리를 기타에 달린 스피커로 뽑아내면 그것을 마이킹 하는.. 이런 방식을 주장하여 결국 클린 톤 솔로에 드라이브 톤 배킹이 되는.. 애초의 계획과 완전히 정 반대로 일이 진행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바보 짓이었다. 오히려 기타를 서로 바꾸는 편이 더 나았을걸!

가장 큰 패인은 내가 가사를 외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회자더러 옆에서 가사를 들고 있으라 하려고 했지만 김현우 선생이 저~ 쪽 그네 옆에 의자에 가사를 놓고 오는 바람에.. 막장이 됐다. 막장 오브 막장. 내가 해봤던 공연 중에 가장 막장 공연이었던 듯 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했던 공연도 그렇게는 안 했음.

사람들은 '앵콜! 앵콜!' 을 열심히 부르짖었지만 너무나 실망한 김현우 선생이 도망가버려 만회할 기회도 놓쳐버렸다. 혼자서 '건설의 노래'라도 불렀으면 확실히 막장의 화룡점정을 찍을 수 있었을텐데 좀 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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