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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적절한 음주

조회 수 2528 추천 수 0 2008.05.17 08:28:23
카이만 *.176.49.134

최근의 거한 행보로 거의 내상을 당한 수준인지라 금주를 하려고 했는데, 어제는 모임이 두탕이나 있었다.

첫번째 모임은 회의라서, 딱 회의만 끝내고 헤어지는 식의 유도리를 발휘할 수 있었다. (그렇더라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오오, 나의 의지가 얼마나 굳건했던지!!)

그런데 두번째 모임은...... 회의가 아니라 술자리였다. 아는 PD님이 자신의 지인과 어느 교수님 (그것도 지금 내가 수업듣는 교수님 중 한분 ;;;)을 포함한 몇 분들과의 술자리에서 나를 호출하셨고, 게다가 이게 그냥 순수하게(?) 술먹자고 부른 것도 아니고 어쩌면 내가 끼게 될 수도 있고 그러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의견은 말하게 될 법한 모종의 일과 연관되어 있었다. 

사실 나는 하도 요새 수업을 안 들어간 터라 교수님께 면목이 없어서 내 얘기는 꺼내지도 말라고 부탁했지만, 뭐 그렇더라도 막상 부르는데 안 가기는 힘들었던 그런 자리였다.

그런데 가고 나니 1차에는 다른 언론인들이 있어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었고, 최근의 광우병 논란과 촛불집회 관련 보도에 대한 성찰적인(?) 토론이 있어 잠자코 듣기만 해도 재미있었다. 내가 말을 전혀 안 했다는 건 아니다. 이 때는 독일 흑맥주 3잔 정도를 마셨고...

PD님이 나와 교수님 포함 세명 정도를 더 이끌고 어느 바에 2차를 가서 거기서는 언론인 답게 아주 고전적인 양주-맥주 폭탄주를 마셨다. 거의 3명이서 마신 꼴이 되었는데, 그냥 적당한 크기의 양주 한병에 한국 병맥주 7-8병이 섞이는 그럭저럭한 폭탄주를 나눠 마셨다. 

막상 술 들어가고 나면 한계효용은 계속 체증되기 마련이라, 한잔 더 하고 싶은 기분도 있었지만, 노정태는 술자리가 끝나기 한시간 전쯤 전화가 왔고, 택시를 타고 사당에 돌아온 후 조슬린 님을 슬쩍 찔러보니 술을 마시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김택용이 박성균을 무찌른 사실을 뒤늦게 기뻐하며, VOD를 시청하고, 요새 엄청나게 쌓인 일에서 현실도피하면서 읽고 있는 어슐러 르귄의 소설 중 <유배 행성>의 남은 부분을 읽었다. 그리고 잠이 들었다.

4시간 자고 8시 기상. 답사 때문에 10시까지 경복궁 가야 함. 흠, 엄청나게 컨디션이 좋다. 

폭음으로 상한 컨디션을 돌리는 건 어떨 때는 적절한 음주.

하지만 오늘은 몸이 편하고, 술이 깰 때 그렇게 괴로울 것 같지는 않으니까, 정말로 금주를 시행해야겠다. 

오래도록 술 마시려면 쉬어줄 줄 알아야 한다. 인생은 마라톤이다. 




P.S 쌓인 일은 크게 보아 1) 원고와 2) 쳐제놓은 수업 관련 일들로 나눠볼 수 있겠다. 으아, 정말이지 열심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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