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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볼셰비키' 명칭의 유래에 대한 오해

조회 수 1038 추천 수 0 2010.08.18 11:43:50

코민테른의 지령에 따라 조직 활동을 하는 공산주의자는 극소수였다. 그들은 다른 좌익분자들에게 '볼셰비키'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볼셰비키는 1903년 8월 러시아 사회민주노동당 2차 대회에서 당원 정예화를 주장하는 레닌 일파가 문호 개방을 주장하는 마르토프 일파의 '멘셰비키'와 결별하면서 얻은 이름이다. 볼셰비키는 '다수파'란 뜻인데, 팽팽한 대결에서 가까스로 승리를 거머쥔 레닌 일파가 승리를 강조하기 위해 스스로 붙인 이름이다. 스탈린이 1952년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다수파가 아니다. 우리가 당의 모두다!" 선언하면서 볼셰비키라는 이름이 공식적으로 폐기되었다.


김기협, "[해방일기] 1945년 8월 18일, 지하로 잠복했던 좌익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원문 :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00818082016&section=04


일반적인 관점에서 위의 언급이 그렇게 크게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실관계가 100% 맞는 서술이라고 얘기하기도 힘들다.


러시아사회민주노동당 2차 당대회에서 논쟁의 핵심은 '당헌 2조' 문제와 '이스크라 편집진 구성' 문제였다. 위의 언급은 당헌 2조 문제에 대한 것으로 보이는데 레닌의 안은 레토릭이 어쨌든 '당원 가입은 개인이 입당신청서 쓰고 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마르토프의 안은 '당원이라는 것은 본인들이 러시아사회민주노동당의 정치적 노선에 동의한다고 생각하는 개인과 집단이 언제든 마음대로 자처하면 되는 것이다' 라는 것이었다. 당연히 상식적으로 누가 생각해도 전자가 맞다. 그런데 이 당시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모양인지 표결을 해서 레닌이 졌다.


그런데 왜 볼셰비키인가? 그것은 당연히 두 번째 문제인 이스크라 편집진 구성 문제에서 자기 사람들을 위주로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 레닌이 이겼기 때문이다. 왜 첫번째 쟁점에서는 지고 두번째 쟁점에서는 승리했는가? 그것은 30일간 지속된 당대회의 지리한 논의과정 속에서 '분트파'라 불리는 유태인 그룹과 각종 동네 정치인들이 집에 가버렸기 때문이었다. 레닌이 '다수파'라는 이름을 지은 것은 바로 이 순간이다.


이 상황을 정당화 하기 위하여 레닌은 '일보 전진 이보 후퇴'라는 팜플렛을 썼다. 당헌 2조 문제에서 패배할 때의 맨셰비키는 분트 및 각종 잡스런 비-사회주의자들과 연합하였기 때문이었던 것이고 이후 자신이 승리한 이스크라 편집진 구성 문제야 말로 러시아사회민주노동당 내의 정치적 경향을 올바르게 대변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핵심 내용이다. 즉, 맨셰비키는 기회주의자들이라는 것이다. 이걸 도표까지 그려서 설명하고 있다. 기회가 되면 읽어들 보시라. 책 한 권으로 다른 사람을 묵사발 만드는 키보드워리어 0세대 레닌의 진면목을 감상할 수 있다.


과객

2010.08.18 15:50:52
*.185.8.189

당헌 2조 논란은 단순히 입당원서를 작성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 입당원서에는 당조직 중 하나에 참여해서 활동한다는 조건이 있었거든요. 즉 당헌 2조 논란의 핵심은 당원에게 당활동 중 하나에 참여할 것을 의무화하느냐 그렇지 않아도 되느냐의 문제였습니다.

이상한 모자

2010.08.18 16:12:17
*.114.22.131

'입당신청서 쓰고 해야 한다'는 말은 그 얘기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입니다... 그 시대에 입당원서를 쓰니 마니가 진짜 쟁점은 아니었겠죠. 조직론적 문제인데, 어떤 일본인은 이런 문제를 가지고 아예 책을 한 권 썼더군요. 저도 나름대로 레닌 책은 열심히 읽었답니다.

이상한 모자

2010.08.18 16:44:32
*.114.22.131

설명이 부족한 것 같아 부연을 하겠습니다. '조직론적 문제'라는 것은 이런 것입니다. 이 엄청난 논쟁에 수많은 레토릭이 동원되었습니다만, 핵심은 결국 '멤버십'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 것입니다. 레닌의 안에 담긴 당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의무화 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당 활동을 강제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당원이 누구인지 명확해야 합니다. 동시에, 당원의 자격을 부여하고 그것을 특정하기 위해서는 권리와 의무에 대해 규정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오늘날 우리가 회원 리스트가 정확히 존재하는 어떤 조직의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도중에는 그것을 성실히 하던지 안 하던지 언제나 그 조직의 활동에 참여할 것을 요청받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마르토프의 안은 바로 이 점을 부정하는 것이었고 그래서 언제 어디서든 자기를 당원이라고 생각하면 당원이 되는 것이고 당원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당원이 안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라고 레닌은 주장하였던 것입니다. 아마 마르토프에게도 정치적인 이유가 있었겠지요.

이 얘기를 길게 덧붙이는 이유는 바로 위의 본 글을 쓴 이유를 다시 강조하기 위해서인데,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이 논쟁을 다루는 방식을 보면 마치 레닌이 지독한 독재자적 기질을 가지고 있어서 강력한 중앙집권적 멤버십을 주문하였던 것이고 마르토프가 오늘날 각광받는 그 무슨 네트워크적 리더십을 주장하였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레닌이 주장한 것은 상식적으로 통용될 만한 수준의 조직론이 아니겠느냐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소위 오늘날의 '일반적인 사람들'은 스탈린주의의 찌꺼기들이 코뮌테른을 통해 혁명이론을 수출하기 위해 만들어낸 과장을 지나치게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가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최소한 그러한 어려움에서 레닌주의를 구해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스탈린주의가 뭐 어때서? 라고 시치미를 떼는 지젝의 주장은 별개로 하더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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