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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어제의 글에 이어서..


어제 너무 단순하게 썼는데, 다시 2007년으로 잠시 거슬러 올라가보겠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망한다는 인식이 다수이던 슬픈 시절이죠. 이때 열린우리당이 공중분해 되었는데 그때도 분위기가 장난 아니었습니다. 쟁점이 여러가지가 있었고 기초당원제니 기간당원제니 열린우리당 1차 탈당 2차 탈당 3차 탈당 해가면서 정말 난리법석이 아니었는데, 그때 얘기를 길게 하면 너무 복잡해서 제가 그냥 단순하게 얘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본질은 노무현 붙들고는 선거에 이길 리가 없으니 판을 흔든 것이고 그 과정에 누가 권력을 먹을거냐 하는 게임이었다는 것이고요...


여튼 이 당시 구 민주당 내부에서도 쥐꼬리만한 당을 두고 당 사수냐, 통합이냐를 두고 개싸움을 했습니다. 이때 장상이라는 분이 나서서 통합을 해야 된다 이렇게 주장을 하여 그 당시 열린우리당에서 대장을 하던 정세균이와 교감이 있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넘어가는 것입니다. (한편 정동영, 김근태, 천정배계는 소위 선도탈당이라는 것을 해버리는 바람에 정세균과 별로 감정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야 정세균 지도체제가 성립할때 지명직 최고위원에 구-민주계 몫으로 장상을 지명한 것이었습니다.


하여튼.


2009년에 노무현 전 대통령님께서 서거를 하시고 바야흐로 민주당 분위기가 돌아옵니다. 패배주의에 빠져 있었던 민주당 친구들에게도 뭔가 햇살이 비치는 듯한 분위기가 된 것입니다. 그럼 또 핵심은 뭐냐? 지방선거 공천입니다. 정치인이 공천을 받아야 동네에서 권력이 생기고 하기 때문에 공천을 받는 문제는 매우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전 글에서 말씀드렸듯이 분위기가 아주 살벌했습니다. 정세균 라인으로 줄을 안 서면 공천을 못 받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거의 정치인생 끝나는 것 같았던 정동영이의 몸값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정세균으로 줄을 설래야 설 수 없는 사람들에게 대안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주류, 비주류라는 이름으로 편가르기를 시작합니다. 정세균을 중심으로 386 출세주의자들이 줄을 서서 주류가 되고 정동영을 중심으로 왕년의 정치자영업자들이 줄을 서서 비주류가 되었습니다. 친노 일부가 이탈해서 이딴 놈들이랑은 못해먹겠다며 국민참여당을 창당했고 민주당에 복당한 친노들은 정동영이에게 줄을 서느니 정세균에 힘을 보태기 시작했습니다. 즉, 주류는 정세균+갈 데 없는 386+친노 및 참여정부 인사로 구성되었고 비주류는 구-민주계+김근태계+정동영계+천정배계가 뭉치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리고나서 이제 뭘 해야 되죠? 개싸움을 해야되죠! 주류 비주류가 사사건건 싸우는 겁니다. 하지만 비주류는 한물 간 인사들이 많은데다 정동영이가 당 외에 있었기 때문에 갈팡질팡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목숨을 걸고 자기 조직을 만들어온 주류에 서서히 밀리기 시작하여 지방선거 공천에서 있어서도 비주류들의 위기감이 계속해서 커져만 갔습니다. 결국 경기도지사 자리를 놓고 주류 측 인사인 김진표가 출마를 선언하자 비주류 측 인사인 이종걸(천정배계)도 출마를 선언하였지만 당원직선제로 안 뽑으면 나는 그런 불공정 경선은 안한다느니 이러다가 사퇴를 하고 말지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이 자들의 머릿속엔 직선제로 하면 정동영편이 이긴다는게 머릿 속에 콕 박혀있습니다)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또 하나 재밌는 상황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시민공천배심원제'라는 것이었습니다. 이건 정세균의 오른팔인 최재성이 직접 챙겨서 진행한 것으로 뭐 외부인사를 영입하는 공천심사위를 만들어서 공천을 투명하게 하자 이런 것인데 비주류에서 당연히 반발을 하기 시작하였던 것이죠. '당원직선으로 공천을 해야지 지금 뭐하자는 거냐..' 이래가면서.. 특히 호남 지역에 기반을 둔 구-민주계 인사들의 반발이 장난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호남의 철옹성에 숨어서 정세균이한테 열심히 개기고 있는데 이걸로 우릴 다 죽이려는거 아니냐.. 살려주세요 잉잉잉..


어쨌든 이걸 갖고 멱살을 잡고 난리 난리를 쳐서 결국 원래 하려던 규모에서 대폭 축소를 하여 몇 개 동네에서만 실시를 하게 된 것입니다. 이것의 결과에 대해선 뭐 역시 주류 인사들이 공천을 받는 경우가 더 많았다는게 비주류들의 주장이고, 거기에 대한 주류들의 대답은 우리가 원래 더 개혁적이니까 어쩔 수 없는거 아니냐 라는 것이었죠.


어쨌든 주류의 생존본능에 피해를 입게 된 비주류들은 거의 돌아버리는 지경까지 오게 됩니다. 이대로는 다 죽는다.. 빨리 정동영 선생을 모셔오자.. 박헌영 선생 나오시오가 아니라 정동영 선생 나오시오가 됐습니다. 복당을, 복당을 시켜주세요 제발..


사실 이게 전례가 한 번 있긴 했습니다. 그게 뭐냐면 손학규가 대표이던 2008년에 박지원을 날려버린 사건이었습니다. 너는 비리 전력자다 이래가지고 공천을 안 준거죠. 즉, 손학규도 그 시점에 정세균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민주당에 기반도 없고... 박지원이 있어봐야 도움이 안될 것 같고... 그래서 박지원이 구국의 결단을 한 것이었습니다. 됐고 난 목포에 무소속으로 나간다 이것들아~ 박지원이 목포에 나갔는데 당연히 당선 되겠죠.


사실 이때 손학규랑 박상천이랑 공동대표였는데 박상천이 상당히 재미있는 인물인데 이 얘길 하면 길고 복잡하니까 그냥 박지원 얘기만 합시다. 하여간 박지원이 이제 당선도 됐으니 복당을 시켜달라고 떼를 쓰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마침 정세균이 대표가 됐는데 정세균이 가만 생각해보니까 나도 당 내 기반이 별로 없고 하니 여기서 박지원이에게 빚을 좀 주면 좋지 않겠나 싶었던거죠. 그래서 복당을 받아줍니다. 이때만 해도 구-민주계가 정동영이는 열린우리당이다 그래서 별로 사이가 안 좋아가지고.. 정세균이 입장에선 든든한 우리편이 되는가 했던 것이죠. 박지원은 복당하고 나서 나는 원내대표를 하겠다, 이래가지고 원내대표 경선을 하는데 본인의 입지 정도를 확인하고 비주류 후보인 이강래한테 졌지요. 그리고 재미있게도 박지원은 정책위의장을 먹습니다. eat! 냠냠냠..


그래서 하여간 전례도 있고 하니 정세균이는 또 뭐 그럼 복당을 시켜줄까? 이런 분위기가 되었던 것입니다. 사실 계속 이 문제를 질질 끌고 가면 괜히 명분만 주는것 같고... 어찌 좀 비주류들의 성화를 무마해볼까 하였으나.. 결국 2010년 초에 정동영이가 복당을 하고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2010년 5월에 원내대표 경선을 다시 한 번 하게 되는데 이때 주류가 박지원을 지지하면서 박지원의 인간승리 드라마가 펼쳐지게 됩니다. 사실 근본을 따지자면 박지원은 구-민주계로 분류되는게 맞겠지만 구-민주계의 일부 할배들이 '박지원이 너만 잘났냐' 이래가지고 왕따를 시켰습니다. 공천도 못 받고.. 거의 잊혀져 가는 신세였던 박지원이 화려하게 복귀를 한 것입니다.


한편 2009년 재보궐선거부터 슬슬 움직이기 시작한 손학규도 본격적인 복귀 수순을 밟게 되고 소위 손학규계를 소집하기 시작합니다. 재보궐선거, 지방선거, 다시 재보궐선거 이 일련의 과정에서 처신을 잘한 손학규는 어느새 정세균, 정동영과 함께 당 내 빅쓰리의 거물로 화려하게 돌아오게 된 것이었습니다.


하여간 원래 지방선거에서 망하면 정세균이를 아주 밟아버려야겠다는게 소위 비주류들의 생각이었습니다. 근데 지방선거에 이겨서 할 말이 없어졌죠. 주류 입장에서도 여유가 좀 생겼습니다. 이제 전당대회를 해야 되는데 지방선거도 승리했으니 뭐 연임은 문제가 없고 그렇다면 자.. 이 정세균이도 대권가도를 좀 달려볼까? 이런 심산이었던 거죠.


그리고 문제의 재보궐선거 공천이 문제가 되기 시작합니다. 장상 입장에선 이게 마지막 기회인데.. 총리 서리 이런거 말고  마지막으로 명예회복 좀 해보자 해서 일찍부터 출마 의지를 내비칩니다. 정세균이가 생각을 해봤을때는 정동영, 김근태, 천정배계가 길길이 날뛰는 마당에 구-민주계가 좀 동의를 해줄만한 후보를 공천을 해야 당권 재도전에도 어려움이 없겠다 싶었던 것이죠. 그래도 선거는 이겨야 하는 것이니 신경민 앵커를 디밀어 보았지만 일이 잘 안됐던 겁니다. 그래서 그나마 구-민주계 중에 말이 통했던 장상을 밀어야 겠다고 생각한 것이죠. 원내대표에 박지원도 있고.. 보궐선거 후보로 장상도 밀어주고.. 뭐 이정도면 인간적인 관계로 어느정도 정리가 되지 않겠느냐.. 어차피 선거야 우리 분위기로 오고 있는 마당에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니...


근데 웬걸 선거를 졌죠.


그래서 비주류들은 완전 신이 나서 '이번에야 말로 따로따로 놀지 말고 한 방에 뭉쳐서 정세균이를 무찌르자!' 라면서 '쇄신연대'라는 것을 만든 것이죠. 결국 우리는 정대철이와 천정배가 사이좋고 박수치면서 앉아 있는 꼴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즉, 이 길고 긴 얘기를 요약하자면 지들끼리 사생결단의 승부를 내느라 선거를 말아먹었고 앞으로도 계속 사생결단의 승부를 내는 데에 여념이 없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결국 지도부 총사퇴 후 비대위가 꾸려졌고 박지원이 자기는 주류와 비주류를 중재하는 사람이라며 비대위원장을 먹었는데 야~ 대단하당~ 히히~


제가 민주당 스토커도 아니고 제가 얘기하는게 100% 다 정확하지도 않고 저도 자세하게 얘기하기 귀찮아서 아무렇게나 썼으니 그런 점을 감안하시고 대강 감만 잡으세요.


방관자

2010.08.04 14:35:04
*.175.190.11

와우 재밌네요~ 잘 보고 갑니다.

음...

2010.08.06 01:38:25
*.171.216.192

나이가 어리신것 같은데 박상천을 알다뉘~~~ 전남 보성출신의 검사였던 박상천! 똑똑합니다.
능구랭이 박희태와 열혈 남아 박상천과의 토론은 진짜 재밌었죠.

열정적으로 주장-이유-근거-여당에 대한 독설 이런순서로 침 튀기면서 말하면 박희태 할배는 깐죽과 무시로 대응하면 열폭하셨던 그때 그시절이 떠오르네요.
박상천의원은 엘리트 코스를 밟았음에도 보수적이고 저돌적이면서도 순수한 면을 가진 구 민주야당투사들의 면들이 참 많았던듯 합니다.
슨상님꽈는 절대 아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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