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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북한의 3대세습과 관련한 지리한 논쟁이 있었고 이제 마무리가 되어가는 분위기다. 흥미로운 현상이었고 여러가지 의미에서 주목할만한 주장이 제출되었다. 이 중 가장 참고할만한 글은 박가분의 글이다. 그의 글은 여러가지 지점에서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는데 나는 전반적인 그의 인식에는 동의를 하는 편이다. 다만 그 결론에 있어서는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데, 사실 다르다고 하는 것은 옳은 표현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 사건에서 주목하는 지점이 서로 다를테니까 말이다.


일단 나는 3대세습 논란이 우리에게 요구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3대세습이 정당한가 정당하지 않은가, 민주노동당이 그것을 비판해야 하는가 비판하지 말아야 하는가, 민주노동당을 비판하는 것은 정당한가 정당하지 않은가를 우리가 끊임없이 말하고 논쟁해야 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남북이 하나의 민족이기 때문인가? 국제정세 속에서 남북한 민중이 하나의 운명공동체로서 묶여있기 때문인가? 우리의 어깨 위에 통일을 해야 하는 역사적 당위가 얹혀져 있기 때문인가? 우리가 정당정치의 원리를 선호하는 민주주의자들이기 때문인가?


나는 모든 대답에 어느정도의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이 상황에 대한 핵심적인 통찰을 얻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진실을 인정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3대세습이 정당한가, 그리고 그것을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물음에 직면할 때 당연히 우리는 북한 체제에 대한 어떤 태도를 요구받는 것이다. 진중권이 뭐라고 말하든, 이정희가 뭐라고 말하든, 그것은 우리가 지금 처한 처지에서 결국 북한 체제에 대한 어떤 태도로 번역될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진중권의 태도는 북한 체제를 진보(우리의 궁극점인 지향점으로서의 진보 말이다)적이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정희의 경우는 어떠한가? 이정희의 경우는 진중권과 처지가 다르다. 이정희는 어쨌든 정치인이고 당내외의 영향력을 전부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정희가 '말하지 않는 것을 선택하겠다'고 말할 때 이것은 이정희 본인의 의사만을 고려한 것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일 것이다. 즉, 이정희가 대변하는 특정 정치세력 사이에는 '이견'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부류의 사고 방식을 고려하면 '이견'이라기 보다는 '미적거림'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런데 보다 엄밀한 의미에서 북한 체제에 대한 어떤 태도를 표명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스탈린주의를 승인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의 글에서 다소 장황하게 설명하였으니 이제 북한 체제라는 항목에 스탈린주의를 대입해보자.


과거에 스탈린주의자였던 (진중권이 과거에 이진경과 함께 PD의 주요 계파 중 하나였던 노동계급에서 활동하였던 점을 상기하기 바란다) 진중권의 입장은 무엇인가? 스탈린주의자들을 향해 욕설을 퍼붓는 열정을 드러내며 스탈린주의를 승인하지 않는 것이다. 아직도 스탈린주의자인 자들을 대변하는 이정희의 입장은 무엇인가? 이렇든 저렇든 스탈린주의에 미련을 두는 것이다. 보다 흥미로운 관점을 한 가지 추가해보자.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우익의 입장은 무엇인가?


황장엽의 사망은 이들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을 적나라하게 폭로했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북한 체제를 스탈린주의의 일종으로 부른다면 황장엽은 스탈린주의를 포기하지 않았으므로 여전히 스탈린주의자이다. 보수우익이 죽은 황장엽을 떠받들며 호들갑을 떠는 이유는 당연히 황장엽이라는 스탈린주의자의 존재 자체가 그들이 결코 승인할 수 없는 북한 체제라는 스탈린주의의 존재를 부정하기 때문이다. 즉, 이들이 가지는 스탈린주의에 대한 태도는 어떤 관점에서 보면 도착적이다. 그리고 여기에 비추어본다면 진중권의 짜증과 신경질은 히스테리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고 이정희가 대변하는 일파의 우직한 스탈린주의적 시도는 강박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다소 혼란스럽지만, 이제 이러한 맥락에서 3대세습이라는 사건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로 하자. 대체 3대세습이라는 사건 자체는 스탈린주의를 둘러싼 여러가지 인식들에 어떠한 영향을 끼친 것인가? 사실 3대세습을 옹호하는 자들의 논리에서 보여지듯이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세습이 아니다. 북한의 김정은 우상화 작업에서 드러나는 레토릭을 보라. 3살에 명사수가 됐고, 김일성의 한시를 옮겨 적었으며, 컴퓨터의 천재이고, 4개 국어를 하며...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김일성의 손자이자 김정일의 아들이라는 점이 새삼스럽게 부각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일종의 왕조적 세습체계라면 김정일의 아들이라는 것으로도 충분할 것인데 따로 우상화 작업을 진행하고 군 경력이 없는 그를 대장에 임명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그것은 당연히 북한의 스탈린주의로도 '세습' 그 자체를 정당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나는 북한이 3대세습을 하지 않았다고, 혹은 북한의 3대세습을 진보정당의 입장에서 비판하지 말아야 한다고 얘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내 생각은 북한의 스탈린주의 이론을 따르더라도 단지 '핏줄' 그 자체에 권력을 맡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황당무계한 우상화와 군 통수권자의 무리한 인사가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 추론할 수 있는 것은 3대세습은 체제나 사상, 철학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문제, 즉, 분파주의에 대한 알러지에 가까운 기억을 가진 북한 권력층의 우려에서 야기된 문제라는 것이다.


즉, 북한의 3대세습이 우리에게 주는 충격은 스탈린주의라는 상상적 기획에서 출몰하는 실재의 귀환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진중권(PD), 이정희(NL), 보수우익의 3가지 증상은 이를 대하는 신경증자들의 서로 다른 태도이다. 스탈린주의의 허구가 실재의 귀환으로 인해 폭로될 때 어떻게든 살아남은 NL은 그러한 파국을 어떻게든 허구의 영역에 포섭하려고 하고 망해버린 PD의 후예들은 파국 그 자체로부터 존재의 의의를 찾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3대세습 논란에서 얻어야 할 교훈중 하나는 NL과 PD의 신경증적 반응 이외에 우리가 취할만한 어떤 정치적 태도가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여러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나는 '환상을 가로지르기' 라는 지젝의 주장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즉, 스탈린주의라는 상상적 기획 이면에는 아무것도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것만이 우리가 스탈린주의로부터 자유로운 진보정치를 시작하기 위한 첫 발걸음이 될 것이다.


...

2010.10.20 22:48:39
*.235.165.62

몇 번 느낀 건데, 님은 참 막줄에서 망하는 기똥찬 재주를 갖고 있는 듯. 기다 아니다 또는 의견이나 이견이 있다 이런 걸 떠나서 그래서 뭐 임마 소리가 저절로 나오게 만드는. 근데 또 한편으로는 막줄이 영 아닌 거냐면 그렇지도 않고. 위의 경우를 보면 막줄이 나름 필연적이긴 한데 한편으로는 그래서 막줄 때문에 망한 글이 되고, 그에 반해 전체가 다 망했다고 할 것은 아닌데 어쨌든 망하고. 아 물론 이래도 망하고 저래도 망하는 게 잉여PD들이긴 한데...

내가 다크 나이트의 기억이 워낙 강해서 그런가.

이상한 모자

2010.10.21 00:19:16
*.208.112.113

내가 왜 PD요. NLPDR에 반대한다!

...

2010.10.22 18:09:32
*.235.165.66

뭐 임마? 난 본글은 망해도 추신은 안 망해여

이상한 모자

2010.10.21 00:20:43
*.208.112.113

자꾸 내 막줄 갖고 까는데, 계속 이러면 나도 님 p.s. 갖고 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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