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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김정은을 우습게 보지 마라

이대근 논설위원 grt@kyunghyang.com

 

입력 : 2010-10-13 21:30:40ㅣ수정 : 2010-10-13 21:30:41

 

이 장면을 다시 보자. 김정은이 오른쪽으로 약간 몸을 기울여 옆의 노동당 정치국 위원이자 차수인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에게 말을 건넨다. 그러자 훈장 달린 군복 차림으로 잔뜩 위엄어린 표정을 짓던 김영춘, 황송하다는 듯 재빨리 김정은 쪽으로 몸을 숙여 겸손한 자세로 응대한다. 김정은은 27세, 김영춘은 74세다. 지난 10일 조선노동당 창건 65주년 열병식 주석단에서 목격된 두 사람의 이 짧은 몸짓은 김정은이 너무 어려 권력 장악에 실패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뭔가를 말해주고 있다. 김정은, 아무런 준비 없이 하루아침에 후계자가 됐다고 생각하지 말자. 김정일이 그런 서투른 모험을 했을 리 없다.

 

핏줄·충성도에 경쟁상대 없어

 

김정일은 20대 시절,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당의 핵심인 조직지도부로 들어가 작은아버지 밑에서 일을 배우고, 불과 3년 뒤 25세의 나이에 갑산파 숙청이라는 북한 정치사의 큰 사건을 맡아 해결한 바 있다. 그건 보통 젊은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수령의 아들만이 할 수 있다. 김정은도 마찬가지다. 2대 수령의 아들이라는 지위로 그동안 당·군의 주요 사업을 배우고 지도했을 것이다. 사실 20대에 항일 빨치산 대장을 한 김일성을 비롯, 수령들의 20대 시절 탁월한 영도력에 관한 이야기는 북한 사람이 늘 듣던 것이다. 북한 후계자론도 ‘새 세대’라는 자격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니 너무 나이를 따지지 말자. 그래도 나이가 걱정된다면 수십년에 걸쳐 축적된 세습의 정치질서를 생각해 보기 바란다. 북한은 스스로 가부장이 통치하는 하나의 가정임을 자처한다. 수령과 당은 아버지·어머니로 불린다. 이런 체제에서 후계자가 수령의 위업을 대 이어 계승하고 혁명의 핏줄을 잇고, 수령에 대한 충실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여기서 핏줄은 비유이거나 정신적 혈통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현실적으로 핏줄을 이을 수 있는 것은 생물학적 핏줄밖에 없다. ‘김일성 조선’에서 아들 혹은 손자에 맞서 핏줄·충실성을 경쟁할 상대는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미 당의 유일사상 체계 확립의 10대 원칙, 혁명적 수령관, 사회정치적 생명체론같이 세습에 필요한 이데올로기, 정치제도, 도덕관, 생활습관을 다 갖추고 있다. 그러므로 김정일이 태국 왕실과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거나, 2000년 10월 평양에서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 국무장관을 만났을 때 입헌군주국인 스웨덴·태국을 북한 모델로 제시했다고 의아해해서는 안 된다. 태국 왕세자가 1993년 평양을 찾았을 때 왜 노동신문이 대서특필했는지, 김정일 요리사를 했던 후지모토 겐지가 왜 20여년 전부터 정철·정은을 왕자님이라고 불렀고, 지금도 인터뷰하면 어김없이 왕자님이라고 할 정도로 그 말이 몸에 배였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절대 권력은 이미 왕조를 흉내내고 있었다.

 

한반도 미래 함께 만들 수밖에

 

북한 사정이 이렇다면 3대 세습은 자연스러울 뿐 아니라, 안전하고 쉽고 효율적인 권력 승계 방법이다. 다른 승계 방법은 너무 까다롭고 위험하다. 핏줄 아닌 이가 계승한다고 상상해 보자. 정통성도 혈통도 없는 후계자는 진짜 핏줄에 휘둘리거나, 핏줄과 피 튀기는 권력투쟁을 해야 한다. 진짜를 지지하고 내세우는 세력에 의해 전복될 수도 있다. 설사 버틴다 해도 약체 정권이다. 체제 안정을 최우선시한다면 오랜 세습적 질서와 충돌하는 제3자 승계는 합리적 선택이 못 된다. 그래서 김정일은 순리대로(?) 3대 세습을 결심하고, 후계 과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면서 불안감을 떨쳐내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자신감을 회복한 김정일은 대외관계에서 유화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외부의 관찰은 다르다. 후계 구도가 불안하다느니, 대외적으로 강경해질 것이라느니, 급변사태니 붕괴니 하며 시한폭탄 취급이다. 보수세력 사이에서 요즘 인기 있는 통일 논의도 그것의 한 변종이다. 이런 시선에 대한 김정일의 대응이 바로 당대표자회에 이은 노동당 창건 65돌 열병식이다. 이렇게 손에 쥐어 줘도, 눈앞에 보여줘도 안 믿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안 믿기로 작정한 이들은 여전히 안 믿는다. 나쁜 정권에서는 나쁜 일만 일어나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냉정해야 한다. 김정은이 등장한 북한을 외면해서도, 김정은을 무시하고 우습게 봐서도 안 된다. 김정은의 북한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북한의 미래, 한반도의 미래를 김정은과 함께 만들어갈 수밖에 없다. 감이 익어 떨어질 때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해결되는 일이란 없기 때문이다.
 


어이없는 ...

2010.10.14 00:02:49
*.208.112.113

근데 무슨 똥을 30분씩이나 싸지? 밤 12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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