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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펌/장석준] 6월 11일 토론회 발제 (1)

조회 수 1509 추천 수 0 2010.06.15 22:03:10
진보신당의 이후 방향

 

 

1. 성찰

 

- 현재의 사건과 상황에만 관심을 집중해서는 사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음. 그 이면의 역사적 흐름과 구조적 측면을 보아야 함.

 

- 사태의 본질은 진보정당의 독자적 대중 토대가 형성되어 있지 못하다는 것. 즉, 현실의 진보정당은 민주파 유권자가 민주당을 압박하기 위한 부차적인 수단으로 존립한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

 

-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진보정당운동의 운명을 결정한 첫 번째 계기는 2002년이었음. 2002년 대선에서 권영길 후보가 완주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후보가 당선됨. 덕분에 당시 민주노동당은 현재의 ‘노회찬 논란’ 식의 공격을 받지 않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민주당과 동시에 야당이 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었음. 만약 이때 노무현 후보가 낙선해서 한나라당 여당 대 민주당 야당의 구도가 들어섰다면,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존립, 발전할 수 없었을 것. 이와 달리 민주당이 여당이 된 상황에서 이때부터 민주파 유권자들이 민주당 압박 수단으로 진보야당인 민주노동당을 교차 지지하기 시작(그 원형은 2002년 지방선거에서도 나타난 바 있음).

 

- 2004년 총선에서 이 양상이 완성, 고착됨. 당시 민주노동당의 지역구 당선자는 공단 지역에 한정된 반면 당은 정당투표에서 대성공(13%)을 거둠. 이 13%의 정당투표 지지자들은 소수의 순수 진보정당 지지층을 제외하면 대부분 민주당-민주노동당을 교차 지지한 민주파 유권자들. 진보정당은 민주파 유권자가 민주당을 지지하면서 추가로 교차 지지하는 정당(‘종속적 제3당’)으로 자리 잡음.

 

- 민주노동당의 실패와 몰락의 핵심은 17대 국회 진출 이후 이들 민주파 유권자 중 상당수를 순수 진보정당 지지층으로 전환시키는 데 실패했다는(혹은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 2004년 말에 노무현 정부의 4대 개혁 공조를 둘러싼 논쟁의 심층에 자리한 게 바로 이 문제였음. 하지만 이 때 당의 원외 다수(당시 당권파였던 NL 경향)와 원내 다수(의원들 대부분)는 ‘개혁 공조’ 노선을 추진. 결국 민주노동당은 민주당에 대한 왼쪽 압박 세력이라는 위상을 자인한 셈. 2007년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이 노무현 정부-민주당의 실추를 진보정당 약진의 기반으로 만드는 데 실패하면서 민주파 유권자 일부를 순수 진보정당 지지층으로 전환시킨다는 것은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 불가능하게 되었음. 이 뼈아픈 실패에 대한 자성이 진보신당의 출발점이었음.

 

- 이렇게 보면 최근 민주노동당의 선택(전면적 민주대연합)은 한국 사회의 현실 진보정당의 궤적을 충실하게 반영한 것이라 하겠음. 민주당에 대한 종속적 압력 수단으로서 민주노동당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자인한 것이며 이들 지지층과의 상호 작용에 충실했던 것.

 

- 심상정 당원의 선택도 이러한 역사적 궤적에 충실했던 셈. 다만 심상정 당원은 나름대로 대담하게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과 함께 ‘제3당’을 만들어 민주파 유권자 중 일부를 분리시키려 한 점이 차이라면 차이겠음. 그러나 진보신당 당원게시판에서 이장규 동지가 잘 논파한 바 있듯이 이 ‘제3당’은 기본적으로 ‘민주 대 반민주’의 지평(= 양당 구도) 내에 자리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민주파 단결을 위해 민주당과 통합할 수밖에 없음. 게다가 현재로서는 현실성도 없음.

 

- 아무튼 민주노동당과 심상정 당원은 2000년대 진보정당운동의 연속선 위에서 제 갈 길을 가게 될 것.

 

- 그럼 진보신당은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이 물음은 다음과 같이 구체화하여 다시 제기하여야 올바른 대답을 이끌어낼 수 있음. 진보신당은 비록 소수나마 민주파 유권자들과는 구분되는 독자적인 지지층을 형성하여 이를 기반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는가? 이에 부응할 노선과 전략은 과연 무엇인가?

 

2. 고민

 

- 민주파 유권자는 누구인가? 그 중핵은 바로 범386세대, 중간층임. 그 안에는 30대 후반-50대 초반 사이의 대졸자들뿐만 아니라 민주노조 1세대도 포함되어 있음. 이들은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민주주의와 사회 진보의 가장 적극적인 지지 기반임. 그러나 문제는 이들이 수 차례의 제도 정치 게임 경험을 통해 민주당 지지(+ 진보정당 교차 지지) 성향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 진보정당은 중장기적으로 이들을 순수 진보정당 지지층으로 전환시켜야 하지만 당장에는 그 ‘바깥’에서 충격을 만들어갈 수밖에 없음.

 

- ‘바깥’은 어디인가? 이미 진보신당의 2년간 실천 경험을 통해 그 대략의 윤곽은 나와 있음. 첫째, 세대별로 보면 과거의 정치 경험에 상대적으로 덜 얽매어 있는 20대-30대 초반. 둘째, 노동계급 안에서 보면 현재의 노동조합 질서에 비판적이거나 그 바깥에 있는 노동자들(흔히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추상적으로 불리는). 셋째, 민주파 유권자들의 정서에 쉽게 동의하지 못하며 한나라당의 풀뿌리 조직에 노출되어 있는 지역 사회의 이른바 ‘서민들’.

 

- 진보신당의 전략은 이들을 세력화하고 이들의 정치적 구심으로 나서면서 민주파 유권자들을 설득하여 2000년대 진보정당운동과는 다른 독자적인 대중 기반을 구축하는 것일 수밖에 없음. 이런 전략을 추진할 때 진보신당의 독자적 존립 의의가 있으며, 만약 이런 전략을 포기한다면 진보신당은 굳이 독자 생존할 이유가 없음. 이럴 경우에는 심상정 식의 ‘제3당’ 전략을 추구하거나 민주노총당(결코 폄하의 의미는 아님), 즉 민주노동당과 통합하는 게 맞을 것.

 

- 2012년 대선 독자 대응이나 이를 위한 좌파대연합도 이런 전략의 중요한 한 계기나 수단들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지 그 역은 아님.

 

- 역으로, 이런 전략을 제대로 추진하기만 한다면 2012년 총선에서 제한적인 선거연합 전술을 추진하지 않을 이유도 없음. 이장규 동지가 제안한 원 포인트(‘대선 결선투표제’) 선거연합은 충분히 고려해볼만함. 이번 지방선거와는 달리 미리부터 이 원칙을 당원 토론을 통해 확정하고 총선 때까지 변함없이 견지해나간다면 이번과 같은 좌충우돌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 것임.

 

-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실천을 할 것인가? 무슨 희한한 이야기가 나올 수는 없음. 진보신당 창당 당시부터 계속 이야기가 나왔으나 당이 선택하거나 착수하지 못한 제안들을 되살려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길밖에는 없음.

 

- 우선, 지역. 당선된 지방의원의 역할을 의정 활동 자체보다도 지역 공동체 조직화 활동에 집중시켜야 함(의정 활동을 무시하자는 게 아니라 의정 활동을 지역 공동체 조직화 활동의 수단으로 삼자는 것). 이미 성공을 일정하게 입증한 마포의 ‘민중의 집’ 모델이나 인천 동구의 아파트 주민 운동 경험 등을 다른 지역으로 계획적으로 확산시켜야 함. 우리의 역량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각 권역별로 거점을 선정하여 착수한 뒤 인근 지역으로 확산시켜가야 함. 더 나아가 총선에서도 거점 집중 전략을 취해야 함.

 

- 다음, 노동자. 말 장난 같지만 ‘비-노동자 정치세력화’가 필요함. ‘비-노동자’란 누구인가? 첫째, ‘비’판적 노동자. 둘째, ‘비’정규직 노동자. 셋째 노동자가 되려 하는(becoming 혹은 준‘비’하는) 청년층. 넷째, ‘비노동’이라는 노동을 하는 이들, 즉 주부 등. 이런 상징을 구사하면서, 출발은 구체적으로 해야 할 것. ‘비정규직’이라는 막연한 접근 대신 20대 기간제 혹은 여성 사회서비스 노동자 등 정체성이 분명한 하위 집단(‘비정규직’의 ‘하위’ 범주라는 뜻)을 조직하는 데서 출발해야 함.

 

- 마지막으로, 세대. 진보신당은 ‘30대 이하 세대’의 당을 자임하고 이 위상을 각인시켜야 함. 이들과 이후의 인생을 함께 할 정당으로 뿌리를 내려야 함. (김광수경제연구소가 정치세력화를 추진하면서 20대에 주목하는 것을 눈여겨 볼 것.) 문화 자체를 싹 바꿔야 함(이 점에서 ‘트위터 정치인’으로 거듭난 노회찬 대표는 이것을 무감각하게 바라보기만 하는 일부 사회주의자들보다 분명 훨씬 앞서 있음). 거시 대안으로서는 청년 일자리 확대와 중장년 조기 퇴직, 획기적인 보편적 복지를 서로 결합시킨 노동계급 내 ‘세대 간 연대’를 집중 개발, 선전해야 함(기본소득제도 이 과정에서 함께 고민해야 할 것).

 

- 이념, 노선 문제: 이것이 고리타분한 쟁점처럼 보여도, 결국은 위와 같은 실천들의 성과를 당에 집약시키자면 그것을 요약, 정리하는 ‘이념’이 필요함. 물론 출발점은 ‘평등 생태 평화 연대’. 하지만, 다들 공감하시겠지만, 보다 구체화해야 함. 주로 다음과 같은 지점들.

․ 평등: 복지가 핵심 쟁점이기는 하나 심지어는 박근혜도 ‘복지’를 들고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의 차별성이 필요. 그 한 축은 김상봉 이사장이 강조하는 ‘자본 독재와의 대결’(탈자본주의)일 것이며 다른 한 축은 기본소득제와 같은 21세기적 대안일 것임.

․ 생태: 생태사회주의(‘초록 공동체 사회’의 이상)의 전면화가 필요함. ‘적’‘녹’연대가 우리의 출발점이자 지향점이 되어야 함. 이것으로 10년(물론 비유적 표현임)을 버티고 그 이후의 주인공이 되어야 함.

→ 당명 개정 필요: 늦어도 2011년 정기당대회에서는, 진보신당의 인지도를 일정하게 계승하면서 우리의 이념 지향을 보다 분명히 반영하는 당명으로 개정해야 함. ‘진보’ + 00 당 혹은 00 + ‘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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