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심상정 사퇴에 대하여

조회 수 1212 추천 수 0 2010.05.30 15:09:15

1.

 

내가 몇 차례에 걸쳐 심상정은 완주할거다 라고 얘기한 것은, 반대로 얘기하면 그렇지 않을 낌새가 보였기 때문이다. 이 게시판을 계속 보아온 분들은 내가 다른 예측에 대해서는 '그냥 내 생각'이라거나 '아닐 수도 있다'는 전제를 달면서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눈치채셨을 것이다. 나는 우리들의 여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에게 물어오는 사람들에게 모두 심상정은 사퇴하지 않을 것이다 라고 대답했다. 또, 나는 그렇게 믿었다. 중간에 많은 잡음과 고뇌가 있을지라도 결국은 완주를 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예상은 결국 틀렸다. 이제 곧 예루살렘의 종소리와 로마 기병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시간이 되었다.

 

2.

 

이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2008년 초 분당 시점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심상정은 진보신당의 창당에 동의한 일이 한 번도 없었다. 심상정과 그 친구들에게 있어서 진보신당은 더 큰 정치를 위한, 미래에 올 완성된 진보정당을 위한 과도기적 정당이었다. 심상정의 주요한 참모들이 아직도 진보신당의 당적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은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때문에 처음부터 심상정의 진로에 대해 친구들 사이에서도 많은 이견이 있었다. 은평에 나가라, 경기지사에 나가라, 아무것도 나가지 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논리에 밀려 여기까지 왔다. 심상정의 참모들이 수시로 불만을 표출했을 것이다. 그걸 진압하면서 기다려보자, 상황을 지켜보자, 일단 후보등록은 하자, 민주당 단일화 하고 나서 생각해보자, 여론조사 결과 나오면 얘기해보자... 그리고 결국 어제 결정의 때가 오고야 말았던 것이다.

 

3.

 

아마추어적인 경기도당,

노회찬에게 집중하는 중앙당,

유시민과의 단일화를 종용하는 민주노총 국민파와 범중앙파 일부,

이 선거를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참모진,

그리고 결코 호의적이지 않은 인민 대중.

 

한 여론조사에서는 진보신당 지지층 중에 심상정을 지지하는 사람이 20%밖에 안 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진보신당 지지층 중 유시민을 지지하는 사람은? 60%가 넘는다. 이런 상황에 후보에게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완주하라는 주문을 하는 것은 가혹한 일일 수도 있다. 그가 선거에서 최소한의 승리를 이루어 줄 수 있는 어떤 조건도, 환경도 만들어주지 못했으면서 당을 위한 완주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옳지 않을 수도 있다.

 

선거가 야권의 처절한 패배로 끝나고 그 모든 책임을 우리가 져야 한다고 했을 때, 누가 가장 억울하겠는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아직 진보신당의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여기에서부터 무언가를 해보려는 사람들을 그런 식으로 저버려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심상정의 사퇴는 더 이상 진보신당이라는 틀로 한국사회에서 유의미한 정치세력으로 남는 것이 불가능해졌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심상정 본인에게 그 정도의 전망이 있지 않으면 이렇게 사퇴할 수는 없다. 이제 모든 것이 분명해진 것이다. 선거 이후 심상정은 진보세력 간 정계개편, '새로운 진보정당'을 이야기 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전에 있었던 그 어떤 시도보다 강력한 흡인력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그러한 상황에 대한 대비가 제대로 되어 있는가? 아마 속수무책일 것이다.

 

최소한 이번 지방선거에서, 우리는 완벽하게 패배했다. 그리고 이렇게, 한 시대가 저물어간다. 

 

진보신당 경기도지사 후보직을 사퇴하며

 

존경하는 경기도민 여러분, 국민여러분.

 

많은 날 역사의 엄중함과 진보정치의 미래를 생각했습니다. 25년 노동운동의 삶과 진보정치의 길을 걸어오면서 이처럼 무거웠던 적이 없습니다.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제가 짊어져야 할 짐을 의연하게 받아안기로 결심 했습니다.

 

저는 오늘 경기도지사 후보직을 사퇴합니다.

 

전 오늘 교육과 복지가 강한 경기도를 만들어 복지 대한민국의 초석을 놓겠다는 저의 꿈을 눈물을 머금고 잠시 접어두고자 합니다.

 

출마를 선언한지 130여일, 경기도 곳곳에서 서민이 행복한 세상에 대한 기대와 믿음으로 제 손을 잡아 주시던 많은 분들의 따뜻한 체온이 지금도 가슴을 저며 옵니다.

 

돌이켜 보면,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과정이었고, 여러 가지 악조건을 헤처와야 했던 선거 운동 기간이었습니다.

 

그동안 저와 진보신당은 이명박 정권에 대한 단순한 반대를 넘어 이명박 정권을 질적으로 극복하고 우리 사회의 새로운 대안과 비전을 세우기 위해 싸워왔습니다.

 

선거기간 내내 저는 저와 진보신당이 꾸는 꿈이 바로 우리 다수 국민들이 함께 꾸고 있는 꿈이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진보의 꿈이 이루어져야 우리 국민들이 행복해 질수 있고,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가 바로 진보정치임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저에게 따뜻한 애정과 격려를 보내주신 국민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어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국민여러분들의 뜻을 가슴깊이 새기고 진보정치실현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사랑하는 경기도민 여러분!

 

그러나 투표일을 3일 남긴 지금 우리 국민의 표심은 이명박 정권 심판으로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제 선거운동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지금, 국민의 이명박 정권 심판의 뜻을 받드는데 저의 능력이 부족함을 솔직히 인정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감히 역사의 심판을 두려워하지 않고 저지르고 있는 이 큰 죄악들에 의해 우리국민들이 흘릴 눈물이 너무 큽니다.

 

이명박 정권의 4대강사업으로 상징되는 토건주의를 강요하고, 한반도의 전쟁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나라 경제가 흔들리고 서민살림이 파탄지경에 이르고 있습니다. 나아가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 전교조말살 노동탄압정책에 맞서 분연히 싸우고 있는 노동자와 시민사회계의 염원에 대한 진보의 책무를 다하고자 합니다.

 

오늘 비록 저의 꿈을 잠시 접어두지만, 서민과 중산층을 향한 진보정치의 꿈을 내려놓은 것은 아닙니다. 오늘의 저의 결심은 외부의 이유에 의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진보정치를 더 크고, 강하게 벼리기 위한 고뇌의 결과라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양극화를 해결하고 우리 사회의 근본적 전환을 이루는 일은 오직 진보정치만이 완성할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정권을 넘어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와 대안이 되기 위한 진보신당의 노력은 더욱 강화되어갈 것 입니다.

 

저 역시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보통사람이 행복한 진보정치를 위해 앞으로도 무소의 뿔처럼 달려나갈 것입니다.

 

저의 결단이 진보정치발전과 이명박 정권 심판이라는 국민적 염원에 작은 밑거름으로 쓰이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제 국민 여러분이 저의 진심에 답해주십시오.

 

사랑하는 도민여러분, 국민여러분.

 

저는 경기도지사 후보 사퇴를 통해 유시민 후보에게 이명박 정권 심판의 과제를 부탁하고자 합니다.

 

유시민 후보를 반드시 당선시켜서 이명박 정권 심판을 이룰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도민 여러분, 국민 여러분!

 

저 심상정 마지막 부탁을 하나 드리겠습니다.미래를 품고 있는 기호 7번 진보신당을 국민여러분께서 애정과 지지로 키워주십시오. 진보의 자존심을 끝까지 지키고 계신 노회찬 서울시장 후보를 비롯한 진보신당 후보들을 지지해 주십시오. 미래 서민정치의 씨앗인 기호 7번 진보신당에 정당투표로 진보정치에 희망을 실어 주시길 간절하게 요청드립니다.



이상한 모자

2010.05.30 15:21:03
*.146.143.41

이를 악물게 된다. 왜 이렇게 밖에 못하는가? 투표소에 가고 싶지 않다.

nuovo90

2010.05.30 16:18:20
*.33.25.121

한 시대는 권영길이 세번째로 대선후보가 되던 날 이미 저물었던 것이고, 이 또한 그 뒷물결의 일부일뿐.
하여(하여?) 역설적이게도, "창당정신을 넘어 백선본 정신으로"를 외치는 것임.

이상한 모자

2010.05.30 16:46:39
*.146.143.41

맞는 말씀입니다. 레토릭이 좀.. 어쨌든 언젠가 올 상황이었으나 이렇게 맞이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제 김선생님도 준비를 하셔야죠.

우울한배설

2010.05.30 22:55:08
*.14.81.53

저희 지역구에서는(안양 부림동) 비례대표밖에는 진보신당후보가 없습니다. 너무 슬픕니다...너무...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932 [펌/장석준] 6월 11일 토론회 발제 (1) 이상한 모자 2010-06-15 1509
931 [김무성 연설문] 본격 레임덕 시작 2 이상한 모자 2010-06-09 817
930 구청에서 보는 한나라당 지방선거 패배의 요인 이상한 모자 2010-06-09 720
929 [펌/김현우] 진보진영 정계개편이 필요하다 [2] 이상한 모자 2010-06-08 745
928 얏호 [1] 松. 2010-06-07 753
927 진보정당운동, 다시 시작합시다 [16] 이상한 모자 2010-06-07 1099
926 강원도 동해시 기초의원 선거 [1] 이상한 모자 2010-06-04 1149
925 심상정 사퇴에 대한 큰 스승 7문 7답 (2) file [17] 이상한 모자 2010-06-01 1314
924 심상정 사퇴에 대한 큰 스승 7문 7답 이상한 모자 2010-06-01 761
923 [쓸모없게 된 글] 심상정을 권한다 [1] 이상한 모자 2010-05-31 762
922 [펌/심상정] 사랑하는 당원동지 여러분께 드리는 글 이상한 모자 2010-05-30 770
» 심상정 사퇴에 대하여 [4] 이상한 모자 2010-05-30 1212
920 곧 밝아올 오늘에 바치는 노래 이상한 모자 2010-05-30 844
919 역부족인것 같습니다. [6] 이상한 모자 2010-05-30 754
918 여전히 사퇴는 없습니다. file [1] 이상한 모자 2010-05-29 772
917 심상정이 단일화 하지 않겠느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file 이상한 모자 2010-05-26 771
916 저스트 드렁큰 가이 이상한 모자 2010-05-25 848
915 고사작전에 대한 짧은 메모 [1] 이상한 모자 2010-05-25 756
914 [레디앙/장석준] 2012년 예고하는 낯선 풍경들 이상한 모자 2010-05-24 811
913 [펌/선대인] 북풍? 노풍? 문제는 지방재정이야, 바보들아! 이상한 모자 2010-05-24 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