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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저스트 드렁큰 가이

조회 수 848 추천 수 0 2010.05.25 01:30:12

 

가끔 공연을 하는 클럽이 있다. 4층이 공연을 할 수 있는 술집이고 3층이 외국인이 주로 모이는 bar 다. 4층은 평소에 썰렁한데 밴드를 불러서 공연을 하면 3층에서 술을 먹던 외국인들이 구경을 하러 온다. 그 바를 운영하는 아저씨 이름은 에드워드다. 캐나다 사람이다.

 

그렇고 그런 동네 밴드들을 모아서 가끔 공연을 하는데 야채인간도 가서 하는 때가 있다. 별로 잘하는 게 아니니까 순서도 맨 첫 번 아니면 마지막이다. 근데 가끔 난입을 해서 예정에 없던 공연을 펼치는 뚱뚱한 외국인이 하나 있다. 내가 영어를 못하니까 이름은 못 물어보고.. 그는 늘 어쿠스틱 기타 하나를 가져와서 그 큰 몸에 거의 기타를 붙이다시피 해서 힘차게 혼자 노래를 부르는데, 무슨 노랜진 하나도 모르겠다. 본인의 곡인지 아님 무슨 카핀지.. 하지만 몇몇 곡은 코드 진행이 좋아서 기억에 남았다.  우린 이 친구의 이름을 몰라서 그냥 just drunken guy 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제 있었던 일인데, 우리 공연이 끝나자 이 자가 또 난입을 했다. 뭐라고 뭐라고 혼잣말을 하길래 hi, just drunken guy.. 라고 했더니 웃으면서 oh my god 이라고 한다. 그리고 예의 그 노래들을 또 불러제끼는 것이다. 이 친구는 옆에서 말리질 않으면 멈추지 않는다. 칵테일을 중간중간 마셔가면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끝까지 노래를 한다. 피크를 3개나 부숴먹고도 남에게 피크를 빌려서 또 노래를 한다. 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모두 지쳐갈 때 쯤 이 자가 다음 노랜 어떤 걸 원하냐고 관중에게 물었다. 그만하라고 하고 싶었는데 구석에서 웬 스킨헤드가 '락앤롤~~!~!' 이라고 소리를 쳤다. 저스트 드렁큰 가이도 큰 목소리로 화답한다, "예아, 락앤롤!!!!!" 그리고 그는 떠뜸 떠뜸 뭔가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사람들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그러자 한 사람이 갑자기 알아차렸다는듯 큰 소리를 외쳤다. "killing in the name!!"

 

그렇다. 그는 RATM의 기타 리프를 어쿠스틱 기타로 연주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썰렁한 연주였지만 클럽은 갑자기 엄청난 열기로 가득찼다. 몇 명의 관객이 앞으로 뛰어나가 헤드뱅잉을 시작했고 그 중 한 사람은 무대로 올라가 드럼 연주를 시작했다. 후렴구가 나올 때마다 관객들은 합창을 했다. "killing in the name of!!"

 

그것은 정말 오랜만에 본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고마워요 저스트 드렁큰 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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