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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부패 재벌 정치인' 베를루스코니, 또 총리 당선
  이탈리아 국민 "뭐 어때 경제만 살리면 되지…"
  2008-04-15 오후 10:06:58
  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이탈리아에서 지난 13~14일 이틀간에 걸쳐 치러진 총선 결과가 우리나라의 4.9 총선과 지난해말 대선 결과를 연상시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른바 선진서방국가 모임인 G7 중 하나인 이탈리아 국민도 요즘 먹고 살기 힘든지, 이미 두 차례 총리를 역임했으나 부패 혐의로 정치권에서 쫓겨나듯 퇴임한 '재벌 정치인' 실비로 베를루스코니를 2년만에 다시 총리로 선택한 것이다.
  
  올해 71세인 베를루스코니는 조세 포탈과 부패, 직권 남용 등 많은 혐의로 각종 소송에 시달리고 있고, 총리 재임 당시의 친재벌적 국정 운영에 대한 비판에도 이탈리아 국민들은 다시 면죄부를 주었다. '경제살리기'를 공약으로 내걸고 베를루스코니의 자유국민당이 주축이 된 우파연합에게 상원과 하원 모두 과반수를 획득하도록 지지를 보낸 것이다.
  
▲ 베를루스코니가 지난 13일 총선에서 투표하고 있다.ⓒ로이터=뉴시스

  '경제성장률 제로' 10년에 인내심 바닥 난 이탈리아 국민
  
  베를루스코니는 두 가지 기록을 세웠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난 63년 간 차기 정부까지 합해서 63번째 정부가 들어설 만큼 '평균 1년짜리 총리'가 양산된 가운데 유일하게 5년 임기를 채운 총리(2001~2006년)라는 기록에 이어, 유일하게 3번째 총리라는 기록을 추가했다.
  
  이탈리아 국민이 베를루스코니에게 다시 국정을 맡긴 가장 큰 이유는 지난 10년 간 '경제성장률 제로'에 허덕인 경제 때문이 아니고는 설명하기 힘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이탈리아 경제 성장률도 0.3%로 예측했다.
  
  이번 총선에서 경쟁한 중도좌파 민주당도 경제살리기를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좌파의 무능과 분열을 더 큰 '죄'로 본 이탈리아 국민들은 '차악의 대안'으로 베를루스코니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80%가 넘는 투표율에도 불구하고 '경제살리기'에 별로 기여할 것 같지 않은 군소정당은 참패를 면치 못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극좌파 및 녹색당의 연합인 좌파무지개당이 상원과 하원에서 의석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득표율을 넘지 못해 2차 대전 이후 공산주의자들이 처음으로 원내 진출에 실패했으며, 한때 막강했던 사회당과 신생 정당인 우익당도 원내 진출에 필요한 벽을 넘지 못했다.
  
  '급조된' 차기 정부, 급속히 와해될 가능성 대두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베를루스코니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실망으로 끝나면서 차기 정부가 역풍을 맞을 것을 경고하고 있다. '천하의 베를루스코니'라도 인내심이 바닥난 국민들이 만족할 만큼 이른 시기 내에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 힘든 난제들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최대 과제는 역시 제로에 가까운 경제성장률, 10년간 지속한 고질적인 경기침체에 물가 상승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이탈리아 경제를 살리는 일이다. 또한 '이탈리아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국적 항공사 알리탈리아의 파산 위기 해결, 나폴리의 쓰레기 대란, 극우 성향인 북부연맹과의 타협 등 현안도 산적해 있다.
  
  베를루스코니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경계하는 전문가들은 그가 지난 총리 재임 때도 상· 하원 모두에서 안정적 다수를 점했는데도 불구하고 공약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고 특히 경제 개혁의 관점에서 한 것이 거의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당시 베를루스코니는 지금에 비해 훨씬 명확하고 야심에 찬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었으며, 국제적인 경제 여건도 지금보다 훨씬 더 유리했는데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총선을 앞두고 급조된 차기 정부가 급속히 와해돼 정국 혼란이 극심해질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우파연합은 베를루스코니의 전진이탈리아당과 파시스트 후신인 잔프란코 피니의 전국연합이 합당한 자유국민당이 지난 2월 출범하고, 움베르토 보시의 북부연맹과 자치운동 등이 가세해 이뤄진 것이다.
  
  민주당 역시 로마노 프로디 총리가 주도했던 집권 중도좌파 연합 가운데 공산주의자는 배제하고 제1당과 2당이었던 좌파민주당과 마르게리타당만을 통합해 지난해 10월 출범할 정도로 이탈리아의 정치 분열은 고질화된 상태다.
  
  세계 90위 부호는 돌아갈 곳 있어도 …
  
  반면 베를루스코니는 '실패한 정치인'으로 또다시 낙인찍혀도 끄덕없는 배경의 소유자다. 그는 이탈리아의 언론 재벌이자 94억 달러의 재산을 가져 <포브스>가 추정한 세계 90위의 부호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탈리아의 전국 7대 TV 네트워크 중 3개를 소유한 핀인베스트 그룹의 소유주로서 이탈리아 전체 시청자의 절반을 확보하면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1993년 말 '전진 이탈리아'당을 만든 지 석달 만에 총선에서 승리하며 총리가 되는 깜짝쇼를 펼칠 정도였다.
  
  120억 달러에 달하는 자산 가치로 평가되는 비상장 지주회사 핀인베스트 그룹에는 이탈리아 최대의 TV 네트워크'메디아셋'을 비롯해 이탈리아의 최대 출판사 '몬다도리', 금융서비스그룹 '메디올라눔', 명문 축구클럽 AC 밀란, 메두사영화제작사 등이 포함돼 있다.
  
  1998년 밀라노 법원으로부터 2년 9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적도 있는 '부패한 재벌' 베를루스코니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이탈리아 국민이 "잘 선택했다"고 미소지을 날이 과연 올 수 있을까.
   
 
  이승선/기자

이상한 모자

2008.04.16 11: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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