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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얘들아, 제대로 듣고 있는 거니?

기사입력 2008-07-27 17:47


[한겨레] ‘경청’하지 못하는 요즘 아이들

단답식 대답하고 긴말 핵심파악 못해

채팅·문자 소통 늘며 듣기능력 약해져

“남의 말 집중해서 듣는 교육 강화해야”


커버 스토리 / ‘경청’하지 못하는 요즘 아이들

“우리 딸은 제가 말을 함과 동시에 귀를 틀어막는 것 같아요. 딸과 대화할 때면 종종 벽에 대고 혼자서 얘기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학부모들이 주로 모이는 누리집 ‘부모2.0(www.bumo2.com)’에 올라온 사연이다. ‘경청’하지 않는 아이들 탓에 속앓이하는 건 부모만의 일이 아니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추선화 경북 안동고 교사는 “요즘 아이들은 ‘이거 했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완곡하게 말하면 ‘안 해도 된다’는 것으로 잘못 알아듣는 일이 태반”이라며 “단답식으로 간단하게 얘기하는 것만 좋아하고 부연설명이 조금만 길어지면 핵심을 파악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학생이 많다”고 했다.

현장의 교사들은 경청하지 못하는 것을 ‘요즘 세대’의 특성으로 꼽는다. 경청하는 연습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던 가정의 모습이 변화한 탓이다. 교직경력 25년의 강상호 경북 예천중 교사는 “학생들이 수업 내용을 빨아들이는 정도가 과거에 견줘 크게 떨어진 것 같다”며 “가족구성원이 많던 옛날에는 가족들 사이의 소통만으로도 듣기와 말하기 훈련이 가능했지만 핵가족이 보편화된 요즘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1985년에는 4명 이상으로 이뤄진 가구가 전체의 70.5%를 차지했지만 2005년에는 37%로 줄었다. 함께 놀 형제나 자매가 없는 아이들은 대개 혼자 음악을 듣거나 컴퓨터게임으로 소일한다. 인터넷 채팅이나 휴대전화 문자로 친구들과 끊임없이 소통한다지만 이는 ‘듣기’가 아닌 ‘읽기’만으로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의사소통을 위한 ‘듣기 교육’은 학교가 맡아야 할 몫이 됐다. 물론 지금까지 학교에서 ‘듣기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수능시험의 듣기 문제로 평가되는 교과 학습을 위한 듣기 교육은 어느 정도 이뤄져 왔다. 문제는 학습을 위한 듣기와 의사소통을 위한 듣기는 전혀 다른 기술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임칠성 전남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듣기는 크게 분석적 듣기, 대화적 듣기, 공감적 듣기로 나뉘는데 학생들이 학교에서 주로 하는 듣기는 분석적 듣기”라고 했다. 분석적 듣기는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자 따져 듣는 것을 말한다. ‘왜’라는 질문이 많은 요즘 아이들은 분석적 듣기에는 어려움이 없다. 대화적 듣기와 공감적 듣기가 의사소통을 위해 필요하지만 특히 경청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은 공감적 듣기다.

사실 경청, 즉 공감적 듣기는 사회적으로 그 중요성을 이미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고경영자가 휴가철 읽어야 할 책 20권’ 가운데 하나로 <경청-마음을 얻는 지혜>(박현찬·조신영, 위즈덤하우스)를 꼽았고 지난해 4월 출간된 이 책은 지금까지 20만부가 넘게 팔렸다.

교육 현장은 이미 공감적 듣기 등 다양한 듣기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듣기 교육을 위한 준비를 해놓은 상태다. 2000년부터 적용된 7차 교육과정의 국어과 교육과정을 보면 여섯 가지 국어교육 내용 가운데 ‘듣기’를 으뜸으로 꼽는다.(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국어지식, 문학) 듣기(45%), 말하기(30%), 읽기(16%), 쓰기(9%)로 이뤄진 언어활동의 비율을 고려한 일이다. 6차 교육과정에서는 말하기가 듣기에 앞섰다. ‘국어과의 교수·학습 방법’을 보면 ‘다른 사람의 말을 주의 집중해서 듣는 활동을 강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바뀌어야 할 것은 듣기 교육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다. 구현정 상명대 한국어문학과 교수는 “듣기는 배울 필요가 없는 자연적인 과정이라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소리’를 듣는 것과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고 했다. 인간이 1분 동안 귀로 들을 수 있는 단어는 125단어에 그치지만 1분 동안 뇌가 처리할 수 있는 단어는 800단어라는 점만 봐도 그렇다. 의사소통의 구조를 뜯어보면 항상 오해와 왜곡의 위험이 따르므로 교육을 통한 훈련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대화와 토론이 중시되는 사회에서 듣기 교육이 지니는 중요성은 남다르다. 송승훈 경기 광동고 교사는 “요즘 아이들이 토론을 하는 모습을 보면 자기 주장을 표현하는 것에는 능숙하지만 남의 이야기를 충분한 근거를 들어 비판하는 점은 부족하다”며 “이는 상대방 이야기의 논지와 근거를 제대로 듣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임칠성 교수는 “갈등만 있고 발전적인 화합과 타협이 없는 사회는 우리나라 듣기 교육의 현주소를 정확히 반영하는 것”이라며 “민주시민 양성을 위한 교육적 목표를 위해서는 다양한 듣기 교육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이상한 모자

2008.07.27 20: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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