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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080609

조회 수 8088 추천 수 0 2008.06.10 23:32:48


080609 : 아흐리만, ssy, 야미구로, 조슬린, KDy


일단 내년 초에 아빠가 된다.
복잡하게 생각하면 한없이 복잡하겠지만, 괜찮은 것 같다.
육아 문제나, 교육 문제는 seed와 차차 협의하면 되는 것이고,
돈 문제 역시 산 입에 거미줄이야 치겠나 싶다.

다시금 '이 시대의 큰 스승'이신 이상한 모자가 대단해 보인다.

아내와 노닥거리면서 태명을 지었는데, "방글"이와 "싱싱"이 둘 중 고민하다가, "싱싱"이로 정했다.
 (방글이가 어감은 훨씬 좋았지만, 내 성을 붙이면 "서방글"이 된다.-서방, 글~!! 서방 어서 글써야지...-. 조낸 압박이다)

결혼 전부터, 싱싱이는 내가 키우기로 했는데, 바깥으로 나다니는 현장쪽 일보다는 시나리오쪽 일을 계속 해야 할 것 같다.
(근데 시나리오 작가 역시 재택근무는 아니다. -_-);;
뭐가 되든 결국 "텍스트"를 써야 하는 일인데, 싱싱이가 울어대면 좀 피곤할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애 업고 돌아다니는 사무라이도 있는데, -<아들을 동반한 검객> 글을 못 쓰겠다는 건 배부른 소리고,
그때 되면 그때의 길이 또 있겠지.


문득 <해부학 교실>의 감독님이 생각난다.
감독님은 만삭의 아내를 피해(?) 현장으로 달려나오셨는데, 촬영전에 사모님이 출산을 하였고,후반작업이 한창일 때 첫돌을 맞이하였다.
개봉 때, 감독님의 가장 큰 압박 중 하나는 영화가 끝나면, 계속 집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영화 생각을 더 많이 하셨겠지만)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나의 학부 시절, 그는 "칼아츠"(팀 버튼이 여길 나왔다)로 유학을 다녀와 시간강사로 출강하였다.
선생과 제자로 만나, 그후 약 5년간 그는 "입봉 고시생"이었고 좋은 술친구였다. 그리고 감독과 연출부로 만나서 1년간 동고동락했다.

그는 끝까지 나의 결혼을 반대하셨던 분이고, 결혼 후에는 출산을 반대하셨더랬다. -_-);;
내년이면 그는 또 무엇을 반대하실까?
어쨌든 감독님의 딸은 무척이나 귀엽다. 아기 답지 않게, 머리가 굉장히 작은 서구형 체격에다 이목구비 역시 굉장히 또렷해서 아기라기보다는 소녀같은 느낌마저 든다.



술자리는 재미있었다. 또렷하지는 않지만, 비교적 덜 취한 상태로 몇 시간을 마셔댔다.


요즘 연애하랴, 돈벌랴 너무 바쁘신 KDy의 출현은 상당히 반가웠다.
나의 결혼식에서 사회를 맡았던 그는, 생활인의 냄새가 짙게 배어 있지만, 전혀 찌질하지 않고 멋있는 수컷이다.
그에게는 대상을 짧게 보고도 나름 굉장히 날카로운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일종의 "선견지명" 같은 게 있고, 또 판단이 섰을 때, 재빨리 행동하는 실천력이 있다. (나는 여전히 담배를 끊고 지내는 그가 독종이라고 생각한다)

몇 해 전, 그의 방에서 얹혀 살 때에도 그랬지만, 그는 많은 것을 갖고 있지 않아도, 충분히 넉넉해 보이는 그 무엇이 있다.
심지어 거의 땡전한푼 없이 살면서도 즐겁게 마셔댔다. 다음엔 좀더 널럴한 시간에, 차 없이 만나서 한잔 하고 싶다.


야미구로는 힙합스타일로 나타났는데, 브루클린이나 뉴저지 어디쯤에서 활동하는 동양인 갱스터 같았다.
트럭 강탈이나 마약 딜러 같은 걸 하다가 갱스터 래퍼가 되면 딱일듯.

그러고 보니 아흐리만 역시, 새빨간 운동화에 빨간 줄무늬 셔츠를 입고 있었다.
이 의상도 얼핏 보면 갱스터인데, 미쿡 쪽은 아니고, 저기 동남아 어디, 마카오 쯤 되는 것 같다.
그나마 녀석은 얼굴이 귀여운 편이라 다행이다.

조슬린은 약간 체구가 작아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근육량 감소였군.
이 분 테이블에 핸드폰 두개를 턱 올려 놓으시는데, 뭐랄까...  사업하는 양반 같았다. 다른 말로 하면 사기꾼(?) 같았다고나 할까?
남자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내가 만나본 바로, 핸드폰 두개 갖고 다니는 30대 중반의 남성은 대개 사기꾼이었다.
(그들은 핑크색 캐주얼을 입지는 않으니까 당신과는 관계없어)


세분 모두 보기 좋았다. 오해마시라.
━━(゚∀゚)━( ゚∀)━(  ゚)━(  )━(  )━(゚  )━(∀゚ )━(゚∀゚)━━


한가지 황당한 건, 집에 들어와보니, 현금이 더 많아진 것이다.
누가 내게 택시비를 줬남? 아니면 내가 현금을 잘못 계산하고 나갔었나?
2차는 아내의 카드로 계산했다 하더라도 택시비도 카드로 낸건가? 아니 카드를 쓰긴 쓴건가?
(혹시 회비를 걷고 카드로 계산하는 일종의 카드깡?을 한건가?)


막판의 기억이 가물가물하여 좀 민망하다.
내가 택시에 올라탈 때, 뒤에서 손을 흔들어주던 3인방(조슬린, 야미구로, 아흐리만)으 모습만 또렷하다. 셋다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앙증맞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역시 취한 건가)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노정태 군과 통화를 하였고, 역시 집회에 나가 있는 영화판 친구와 통화를 하였다 (둘은 서로를 알지 못한다)

언젠가 질펀하게 마실 날이 있을 거라는 정태의 말이 기억에 남아 있다.
약수역에서 연락 하겠다.


그리고 영화인 친구에게 뜬금없는 옛날 얘기를 한 것도 기억난다.
그 옛날 얘기란, ssy의 영화 세계가 "워터 힐"의 영화 세계와 닮았다는 거 였는데... (녀석이 그렇게 내게 말했었다)
나는 "워터 힐" 보다는 "폴 슈레이더"가 되고 싶다고 얘기했다.
그렇게 엉망으로 취한 와중에 택시 안에서, 집회에 나가 있는 녀석에게 그따위 헛소리를 왜 했을까 싶긴 하지만, 녀석은 좋게 받아 주었다.

"폴 슈레이더랑 형도 닮은 점이 많지. 또라이라는 점에서... 근데 내가 볼 적에 형은 여전히 워터 힐이야. ㅋㅋ 다음 작품 가지고 와봐요. 그럼 다시 판단해 볼게."


그러지 않아도 다음 작품 쓰러 내려 간다. 강릉으로.
아내의 입덧이 심해서, 곁에 있어야 할 것 같기에, 처가에 있을 생각이다.
2005년에도 강릉에 가 있는 동안 장편 하나를 탈고 했다. 이번에도 그럴 수 있을까?


긴 여행이 될 것 같다. 어찌 될른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지만. 큰 틀에서의 합의는 이루어졌다.
다녀오겠음. 언제든 서울에 올라오면 번개 한번 날리겠음.

그럼 꾸벅.



노지아

2008.06.11 00:34:52
*.40.203.22

늦었지만 예비아빠가 된 것을 축하!

ssy

2008.06.11 02:48:07
*.109.168.115

감사 감사 감사.
왠지 싱싱이 녀석 나오면서 "응애~!" 대신 "술줘~!" or "한잔 더" 혹은 "아직 안취했어" 따위의 멘트를 날리지 않을까 두렵긴 하다.

노정태

2008.06.11 20:34:43
*.162.198.120

축하하는 의미에서 위의 노래로 축전을 하도록 하지. 축하! ㅎㅎ

ssy

2008.06.11 22:40:26
*.109.153.17

노래 감사. ㅎㅎ

야미구로

2008.06.13 10:36:02
*.239.39.30

침뭍힌 주먹을 꼭쥐고 "여기에 입맞추라~"고 하셨던 부분이 인상깊습니다. 낄낄낄

ssy

2008.06.14 18:48:59
*.109.153.17

<대부> 스타일의 인사법이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심을 표현하는 방법이랄까? ㅎㅎ 침 묻힌 주먹은 좀 거시기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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