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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빚더미 미국인, 탐욕의 문화 탓"   [해외시각] "대공황, 닷컴버블에 이은 각성의 기회 왔다"   2008-07-22 오후 6:32:29
  <뉴욕타임스> 일요판(20일자)에 빚에 찌들어가는 미국인들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기사가 충격을 준 뒤 22일에는 이 신문의 칼럼니스트이자 <보보스>의 저자로 유명한 데이비드 브룩스가 그 근본 원인을 문화에서 찾는 글을 썼다.
  
  브룩스는 'The Cultur of Debt'(
원문보기)라는 칼럼에서 자본주의 체제에서 남을 의식하고 탐욕에 빠지기 쉬운 인간의 속성 탓에 미국인들은 1920년 대공황 이후 어느 사이에 빚지고 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문화에 젖어, 오늘날 미국인들이 엄청난 빚더미에 앉게 된 사태가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대공황 이후 저축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닷컴 거품이 붕괴된 뒤 실리콘 밸리가 조금 정신을 차린 것처럼, 이제 탐욕스럽게 돈을 빌려주고, 탐욕스럽게 돈을 빌려간 사람들이 정신을 차릴 때가 됐다고 경고했다.

  
  미국인 가구 평균부채가 1억 원이 넘은 배경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미국인 가구의 평균 부채는 우리 돈으로 약 1억2000만 원에 달한다. 1920년대만 해도 미국인 가구의 부채는 현재 가치로 500만 원도 안됐다.
  
  이렇게 빚이 늘어난 배경에는 미국의 부동산 거품이 결정적이다. 1억 여원의 빚 대부분을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고 있다. 또한 주택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에 따라 자동차를 할부로 사고 신용카드 빚을 겁없이 지는 소비행태가 한몫을 했다. 반면 미국인 가구의 평균 저축액은 1920년 현재가치로 120만 원이 넘었으나 지금은 40만 원에 불과하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 내용이다.<편집자>

  
▲ 미국의 주택시장 거품이 꺼지면서 차압된 주택들이 매물로 쏟아지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일요판에 그레첸 모겐슨이 다이앤 맥리어드가 막대한 빚을 지게 된 과정을 전한 뒤 누구 탓이냐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너무 좋은 조건의 신용대출과 이해하기 힘든 계산으로 제공되는 주택담보대출로 그녀를 유혹한 약탈적인 금융회사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질병과 이혼으로 열악한 처지에 놓인 싱글맘이 있는데, 투잡을 뛰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돈을 쉽게 빌릴 수 있는 신용카드 회사들이 널려있고, 주택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담보대출을 해주겠다는 모기지업체들도 있었다.
  
  약탈적인 금융업체들의 유혹
  
  이들 업체들은 그녀가 대출을 끝까지 상환할 수 있을지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일정기간의 수수료와 이자를 받아 대부분의 대출원금을 뽑아낸 뒤 제3자에게 채권을 팔아치우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금융위기를 초래한 주범으로 꼽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가 이런 과정을 거쳐 형성됐다. 편집자) 약탈적인 금융업체들이 취약한 처지의 한 여자를 갈취한 뒤 파산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도록 방치했다는 것이다.
  
  또다른 사람들은 맥리어드의 책임을 강조한다. 그녀는 갚겠다는 약속을 하고 신용카드 빚을 졌으며, 이혼 후 쇼핑을 마구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는 것이다. 또한 질병으로 수술을 한 뒤에도 홈쇼핑 채널을 보면서 더 많은 쇼핑을 했다는 것이다.
  
  자유사회는 개인의 선택과 책임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방종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정의는 없다는 것이다. 맥리어드도 "쇼핑이나 하는 대신 감정을 잘 추스렸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이런 논쟁은 사회의 책임윤리와 개인의 책임윤리를 각각 대변한다.
  
  하지만 맥리어드의 사례와 그 배경이 되고 있는 금융위기를 함께 살펴본다면, 제3의 입장이 등장한다. 이 입장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욕구에 지배를 받는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대출을 받을 것인지, 누구와 결혼할 것인지 등의 결정은 이성적이고 의식적인 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의사결정은 의식 밑에서 대부분의 과정이 일어나는 일련의 긴 과정의 연속이다.
  
  우리는 부모와 이웃 등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을 흡수하고, 주변 사람들의 행동을 모방한다. 의사결정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나 의식적인 통제가 작용한다.
  
  금융위기의 희생자, 무너진 규범의 산물이자 기여자
  
  이런 견해에 따르면, 맥리어드와 미국의 금융시스템에 일어난 일들은 더 큰 사회 속에서 벌어진 부분이다. 미국은 한때 검소한 문화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새 이런 문화가 사라졌다.
  
  이런 문화를 갉아먹은 독소 중 일부는 경제적인 것이었다. 주택가격이 상승하면서 사람들은 더 많은 빚을 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일부 독소는 문화적인 것이다. 사치풍조가 만연한 것이다. 저소득층도 명품을 소유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됐다.
  
  일부 독소는 도덕적인 것이었다. 과거에는 학교와 여런 사회기관에서 사람들이 삶을 파괴할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하는 말들을 많이 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규범이 변해 사람들은 비정상적인 것들이 정상적인 것처럼 느껴지도록 만드는 궤변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무절제한 소비를 비난하는 대신 '소비 치료'라는 말을 떠들어댔다.
  
  맥리어드와 금융회사들은 무너진 규범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규범을 악화시키는 데도 일조한 측면이 있다. 모든 의사결정은 사회 전체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제 계산할 때가 온 것이다.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 변화로 금융의 유혹에 빠진 많은 이들이 벌을 받고 있다. (자본주의는 청교도적 미덕을 손상시키기도 하지만, 강화시킬 때도 있다)
  
  사회기관들도 규범을 바로 잡으려고 나서고 있으며, 정부도 잘못을 저지른 자들이 고통을 느끼도록 하면서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려고 애를 쓰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변화는 사람들이 달라진 사회기준을 배우는 등 개인 차원에서 일어나야 하는 법이다. 대공황 이후 저축심이 자리잡았고, 닷컴 거품붕괴 이후 실리콘 밸리가 조금 정신을 차린 것처럼, 이제는 금융소비자와 업체들의 차례인 것이다.
  
  속담 한 마디, '사람들은 불을 보는 것만으로는 변하지 않는다. 뜨거움을 느낄 때야 바뀐다.'
   
 
  이승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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