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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감기와 술

조회 수 5114 추천 수 0 2008.06.19 11:01:22
진빠1호 *.176.49.134

아마 지난주 일요일엔 술을 마시지 않았을 것이다. 마셨다면, 여동생과 피처 두개를 마셨을 것이다. (이게 토요일인지 일요일인지 잘 분간이 안 간다.) 사회학의 이해 시험 공부 따윈 하지 않았고 (안 하길 잘했다. 문제 받아보니 공부 한다고 더 잘 칠 수 있는 시험이 아니었다.) 심리철학 기말논문을... 정말이지 한달음에 썼다. 로저 젤라즈니의 "프루스트와 베타"의 일부분을 인용하면서 시작하는, 뭐 그런 논문이었다.


당연히 월요일 낮에 기말논문을 제출했을 때는, 잠을 몇시간 못 자서 극도로 피로한 상태였는데, 그 상태로 인권운동사랑방에서 펴내는 매체인 인권오름이라는 매체에서 좌담회를 한다고 연락이 왔다. 나는 알코홀릭인데, 어떤 의미에선 워커홀릭인 것 같기도 하다. 일을 열심히 하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는 그런 의미는 아니고, 뭔가 몸을 끝까지 괴롭히는 걸 좋아한다고나 할까... 그날도 그래서 약간 무리해서 나갔다.


나가자 마자 내가 감기기운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콜록콜록 거리면서 좌담에 대충 낑겼다. 사실 최근 희망청 원고와 기말고사에 치이고 있던 나는 기타 좌담 참석자 (김완, 김현진, 노정태)들만큼 시위에 자주 나가지 못해서 말할 것이 많은 처지도 아니었다.


끝나고 뒤풀이를 했다. 요새 나는 주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져 있다. 맥주 500 세잔을 마시고, 2차는 노정태와 어딘가로 가서 소주를 마셨(던 것 같)다. 3시쯤에 파한 것 같고, 필름이 끊겼다.


화요일에 일어나니 감기가 더욱 심해져 있었다. 콧물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그런데 이 날은 피나콜라다 님과 한번 보자고 약속을 잡은 날.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어떤 목적이건 처음 만나는 여성 앞에서 주기적으로 콧물을 닦아 내야 하는 이런 상황에선 약속을 파토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오늘 안 보면 또 언제 보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나갔다. (술은 거의 매일 마시지만, 자주 보는 사람과는 달리 처음 보는 사람이거나 자주 안 만나는 사람은 보게 되기가 쉽지 않다.) 피나콜라다 님은 술을 별로 즐기지 않는 편이라, 그녀가 500 한잔을 못 비우는 동안 나는 세잔을 비웠고, 10시쯤 그 자리를 끝냈다.


당연히 그걸로 끝난게 아니고, 어디선가 열정적이고 암울한 포스를 풍기는 진보신당 사람들이 다가왔고, 거기 가서 맥주를 두잔쯤 더 마셨다. 사당으로 돌아가자 천년묵은 술친구인 ssy가 ksw와 자신의 친구인 남근 씨와 기다리고 있었다. 보스턴 레드삭스 모자가 퍽이나 잘 어울리는 분이었다. 이 술자리에 대해선 ssy가 아래에 기술해 놓았으니 생략.


수요일에 일어나니, 감기가 약간 차도를 보였다. 적어도 기침은 했지만 콧물은 나오지 않았다. 진갤의 순이가 정모를 하자고 한 날이라, 시간에 맞춰 홍대에 나왔다. 역시 순이는 다함께라는 별명답게 정모를 추동해 놓고 자신은 나오지 않았다. 기타 맴버들도 서로 눈치를 보느라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 나는 희망청에 들어가 대표 지바님을 불러내 한잔 하기 시작했다. (이름을 잊어버렸는데 -_-;;) 여성 상근자 모님이랑도 밥 한번 먹기로 (혹은 술 한번 마시기로) 했었는데 내가 갈 때마다 그녀는 뭔가 일이 있었다. 그래서 그냥 지바님만 불러내어 마셨는데, 뭔가 희망청 관련 얘기와 조한 선생님의 제자로서 일한다는 것, 등등에 대한 고충을 들었다.


그러다가 더러운 진빠들이 어디선가 접선했다는 소식을 접했고, 그곳으로 지바님을 데리고 갔다. 진빠들 모임 1차 때는, 두 명밖에 없는 여갤러인 순이와 리틀 사이에 어쩌다 보니 내가 낑겨 앉아서, 남갤러들 중에서 가장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2차 때는 두 사람 모두 나와 대화가 불가능한 위치로 이동해 버려, 옆에 있던 꽃미소년 지멘 군과 대화를 하면서 놀았다. 맥주도 돌고 소주도 돌길래, 이건 뭐야...라고 하면서 소맥을 한잔 제조해서 마셨다. 그리고 12시 30분쯤에 나는 내일이 시험이니까... 라고 강변하며 "어딜 가는거야?"라고 외치는 진빠들을 놔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위장에 터진 그 소맥폭탄이 적절했던 것 같다. 목요일 오전. 감기기운이 거의 가셨다. 이제 시험답안지 작성해서 조교실에 제출하면 종강이다.







조슬린

2008.06.19 14:34:53
*.246.187.134

내 기억으론 니가 토요일에 카레카노를 보며 여동생과 맥주를 마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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