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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080617

조회 수 5896 추천 수 0 2008.06.19 03:26:09


080617 : 남근, ksw, ssy, 아흐리만


임산부 아내를 둔 남자 답지 않게, 잘도 나가서 술을 먹고 왔다.
아내에게 허락을 받고 외박까지 하다니, seed님이 너그러운 것인지, ssy가 겁이 없는 것인지. 게다가 술값도 카드로 긁어버리고... (카드를 긁으면 아내에게 문자로 뜬다)  <7년 만의 외출>도 아닌데, 한껏 기분을 내었다.


"남근"이는 본명이다. 그는 이름 덕분에 수많은 놀림을 받았고, 심각하게 개명을 고민한 적도 있다.
나의 아이도 놀림을 받지 않을 만한 이름을 지어주라고 신신당부하였다.
plath님의 '서달린'을 꺼냈더니, "다리미"라는 별명을 얻게 될 지도 모른다는 염려를 하였다. 역시 상처가 깊은가 보다.


남근이는 중학교 고등학교 동창이고, 집도 그닥 멀지 않고, 고등학교때는 기숙사를 같이 썼다.
기숙사 시절, 우리 패거리들은 몰려다니며 술을 마셔댔고, (주로 학교 교정, 학교 옥상, 온실...)  교환일기 같은 걸 썼다. (BL물은 아니다)
녀석은 카이스트 산디과를 나왔는데, 그 "서울대반"에서, 예체능 비스무리한 전공자는 그와 나밖에 없다.
그렇다 미대, 음대 심지어 문창과 조차 없었다. 죄다 의대 공대 혹은 상경계열로 풀렸다.


녀석은 언제나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적절한 선에서 중재하고 참을 줄 알았지만
때때로 어제처럼 달려야 할 때는 하염없이 달려주는 센스를 갖춘... 멋진 녀석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언제나 내 신작 아이템을 경청해 주었고, 그 중에 어떤 것들이 매력적인지 이야기해주는 좋은 평자이다. 
어제도 내가 꼭 써야만 하는, 꼭 하고 싶은 너댓개의 아이템과 시놉시스들을 얘기하였더니,
용이한 작업을 위한 우선순위와 본인이 느끼는 재미의 순위를 이야기해주었다.
그리고 작품을 모두다 반드시 완성하라는 얘기도 함께.



ksw는 "H군의 음주멤버 리스트"에 나왔던 그녀다. 녀석은 내게 "아들"같은 존재인데, 어느 순간부터는 나를 가장 많이 갈구는 존재가 되어있다. 물론 다 나를 생각해서 하는 소리란 것은 알고 있다. (말하고 보니 정말 가족같은 놈이군-_-);;
남근이와 놀고 있던 나에게 "면담"을 요청하였고, 바람처럼 날아와 오후 6시부터 새벽 2시까지, 맹렬하게 달렸다.

남근과 ksw는 나의 결혼식 피로연 자리에서 짧게 인사를 나눈 정도의 사이였지만,  ssy를 안주삼아 금새 친해져버렸다.
중간에 잠깐 부담스러웠던 대화도 있었는데, "ssy가 천재라고 생각한다" 뭐 이런 것이었다.

━━(゚∀゚)━( ゚∀)━(  ゚)━(  )━(  )━(゚  )━(∀゚ )━(゚∀゚)━━


처음에는 농담이려니 하고 나도 더 질러봐~ 질러봐~ 하며 니힐한 표정으로 듣고 있었는데 남근과 ksw가 제법 진지하게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하니까, 솔까말, 좀 이상했다.

남근은 ssy와 자신을 비교하며 살리에르 컴플렉스 같은 걸 느낀 적이 있다고 얘기했다. 사실 나는 반대라고 생각했다.
아마 고1때 쯤이었는데, 남근이는 내가 굉장히 귀엽다고 생각하는 여자애와 연애를 하였다. 그 여자애와 사귀는 게 다른 어떤 것보다도 더 나이스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당연히 컴플렉스 비슷한 걸 느끼고 있었다.
그때 그 아이는 첼로를 하고 있었는데, 첼로 가방에 담긴 채 그아이의 연습실(아빠 차고)에서 살아도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그때나 지금이나 언제나 올-인 해버리는 타입인지라... 꽤 타격이었다. 10년도 훌쩍 넘은 일이고, 그 소녀는 이제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다. 와우~ 닭살 돋는군.


나는 술판의 크로스 오버하기를 좋아하는 편이라,  이렇게 서로 전혀 모르는 두 사람에게, 앞다마를 까이기도 한다.
두 사람이 비행기 태워주니 재밌기도 했지만, 내게 그런 걸 느꼈다니 정말 의외였다.


그렇게 한참을 졸라리 달리고 있는데, 장소가 "세상의 중심 사당"인지라, 마찬가지로 다른 곳에서 두탕을 뛰고 온 아흐리만이 합류하였다. 이번에도 아흐리만이 합류하였을 무렵에는 세사람 모두 불콰하게 취해있었다. 최근에 좀 맑은 정신으로 녀석을 만난게 언제인지...
얼굴 맞대고 멀쩡했던 건 080609 였으니까... 흠... 좀 된 것 같군.
우리야 워낙 폭음이니까 어쩔 도리는 없다만, 다음번엔 좀 맑은 모습으로 구라를 풀어야 할 것 같다. 주사나 필름 커팅없이 오랜 시간 마시면서 놀면 그게 또 굉장한 재미니까 말이다.


추신 1
며칠전, 아내와 섹스 앤 더 시티(극장판)를 보았다.
저녁시간 극장 안의 95%는 여성이었고, 5%는 그녀들의 손에 끌려온 남친들이었다.
TV시리즈의 광팬이어서일까? 난 재미있게 보았다. 러닝타임이 너무 길었지만 말이다.
영화 자체보다도 더 재미있었던 것은 관객들의 반응이었는데, 이건 무슨 TV가 한 대 밖에 없는 시골에서 "김일의 박치기"를 보기 위해 모여든 동네 꼬맹이들 같았다. 중간 중간에 굉음과 비명과 박수를 치는데... 독특했다.
스타워즈를 전야제에서 볼 때, 내 옆에 앉아 있던 양키 친구가 보였던 반응과 굉장히 유사하였다.

추신 2
25~26일쯤 강릉으로 가기로 했다. 내려가기 전까지 밀린 블록버스터랑, 회사와의 밀린 면담, 밀린 술자리, 밀린 시나리오를 정리해야하는데... 뭐가 이렇게 많은 거지? 흠흠.

이 시대의 큰 스승이신 이상한 모자님께 바칠 통닭,
허언과 음모의 노지아 선생에게 맡길 노트북,
아름다운 청년 노정태 군과의 약속
등등은 잊지 않고 있다.
액션 플랜을 짜봐야 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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