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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코소보 사태의 이면, '암보 프로젝트' 
[분석] 미국이 유독 코소보의 독립을 강행하는 이유는?  

지난 2월 17일 세르비아 자치주였던 코소보가 일방적으로 독립을 선언한 배경에는 미국 등 서방권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는 세르비아의 동맹으로서 코소보가 사실상 서방 측으로 넘어가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소보 독립선언 사태'를 제1차 세계대전을 촉발시킨 '사라예보 사건'에 비유하기도 한다. 실제로 러시아 측에서 나오는 발언 수위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 2일 러시아 대선에서 푸틴 현 대통령의 후계자로 지명돼 압승을 거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는 대선 직전 "코소보의 불법적인 독립선언이 유럽 전체의 안보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며 "대서양 건너편에서 (미국이) 선동한 작은 불티가 전 유럽을 불바다로 만들기에 충분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어 그는 "코소보의 독립은 유럽 전역에서 조직범죄와 마약 밀매 등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면서 "이는 러시아와 다른 국가들을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메드베데프의 발언은 푸틴 대통령이 "코소보 사태는 몇십년이 아니라 몇 세기에 걸쳐 형성된 국제관계 전체를 산산히 조각내는 결과를 초래할 무서운 선례"라면서 "미국은 자신이 한 행위의 대가를 정면으로 치를 것"이라고 한 발언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또한 러시아 정부는 "코소보 독립선언은 국제법 위반이고 소수민족 분리독립 운동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며 반발했다. 특히 드미트리 로고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주재 러시아 대사는 지난달 21일 "유럽연합(EU)이 코소보 독립을 승인하는 쪽으로 통일된 입장을 정하거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유엔에서 위임받은 권한 이상의 일을 할 경우 러시아는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파이프라인스탄'의 비극
 
러시아가 이처럼 코소보 독립 선언에 강력하게 반발하는 배경에는 복잡한 국제적인 역학관계가 깔려 있다는 시각이 많다. 그중에는 '파이프라인스탄'(pipelinestan)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에너지 전쟁'과 연결시켜 보는 분석도 있다. '파이프라인스탄'이란 원유과 천연가스를 수송하는 '파이프라인'이 지나가는 땅(스탄은 파슈툰어어로 땅이라는 의미)을 의미하는 것으로, 주로 유라시아 대륙 한복판에 있는 중앙아시아의 옛 소련 공화국들과 카스피해 연안국들, 아프가니스탄 등지를 가리킨다.
 
다음은 최근 <아시아타임스>가 게재한 'A long road from Kosovo to Kurdistan'의 주요 내용이다.

 이번 사태는 두 가지 중요한 사실과 상호 연결돼 있다. '파이프라인스탄'과 130개 국에 걸쳐 35만 명의 미국인들에 의해 운영되는 737개의 '미군기지 제국'이다.
 
간단히 말해서, 발칸반도를 가로지르는 암보(AMBO) 파이프라인과 코소보의 본드스틸 기지와 관련이 있다. (암보는 A-알바니아,M-마케도니아,B-불가리아, O- 오일의 머릿글자에서 따온 것으로, 알바니아, 마케도니아, 불가리아 거쳐가는 송유관 건설계획을 뜻한다. 미국과 유럽이 2011년 완공을 목표로 공동 추진하는 사업으로 수조원 규모의 사업이다.편집자) 본드스틸 기지는 지난 수십년 동안 유럽에 건설된 미군 기지 중 최대 규모다.
 
또한 코소보 사태와 관련해, 미국은 마치 일당독재 국가인 것처럼 민주당의 빌 클린턴 행정부와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보기 드문 일관성을 보여주며 게임을 주도하고 있다.
 
또한 유고슬라비아와 이라크 사태는 두 가지 교훈을 가르쳐주었다. 클린턴의 '인도주의를 앞세운 제국주의'와 부시의 '테러와의 전쟁'은 모두 미국의 배타적인 특권을 행사한 것이며, 푸틴이 경고한 것처럼 물론 역풍이 불가피하게 불어닥칠 것이라는 점이다.
 
유고슬라비아 공습과 이라크 전쟁은 닮은꼴
 
지난 1999년 '새로운 히틀러'(슬로보단 밀로세비치)를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단행됐던 유고슬라비아 공습은 2003년 또다른 '새로운 히틀러'(사담 후세인)을 제거하기 위한 '충격과 공포' 작전과 닮은꼴이다.
 
클린턴은 유엔의 부족한 힘을 메우기 위해 세르비아를 악마화하면서 나토군을 동원했다. 부시는 유엔의 승인도 없이 이라크를 악마화하면서 미 의회의 승인만으로 이라크 전쟁을 밀어부쳤다.
 
클린턴은 냉전 이후 옛 소련의 국경까지 나토군을 확장하기 위해 유고슬라비아를 공격했다. 부시는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해 이라크를 공격했다. 군비 확장과 패권적 자원통제가 두 전쟁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유고슬라비아는 결국 서로 적대적인 소국으로 분열되었다. 이라크도 종파로 갈려 분열되었다. 이 과정에서 인종청소도 자행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유고슬라비아의 분열과 최근 코소보의 독립(또는 세르비아의 절단)을 '민주주의' 과정이라고 지적하며, 미국의 외교정책이 거둔 성취로 평가했다.
 
'코소보'라는 모범적인 신생 독립국 탄생에 미국과 유럽연합 3대 중심국인 독일, 프랑스, 영국이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러시아 지부 책임자로 일했던 범죄학자 블라디미르 오브친키에 따르면, '코소보'는 유럽 중심부에 위치한 '마피아 국가'다.
 
'발칸의 알카에다' 코소보해방군
 
코소보의 대통령 하심 타치는 민족사회주의를 추종하는 맑시스트 출신으로, 코소보해방군(UCK)의 젊은 지도자로 미국이 부여한 코드네임 '독사'로 알려진 인물이다. 클린턴 행정부 당시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독사' 타치에게 힘을 실어주었고, 올브라이트는 현재 힐리리 클린턴의 외교정책 고문으로 활동하고 잇다.
 
UCK는 '발칸의 알카에다'라고 할 수 있다. 미국과 영국의 정보국들이 지원 하에 그들은 마약 밀매를 했으며, 영국의 특수군은 알바니아 북부에서 UCK를 훈현시켰다. 또한 터키와 아프간 군 교관들은 UCK 요원들에게 게릴라 전술을 가르쳤다. 1994년 오사마 빈라덴도 알바니아에 있었던 것에서 알 수 있듯 알카에다는 UCK와 밀접하게 연계돼 있었다.
 
러시아 일간지 <오고뇨크>에 쓴 글에서 오브친키는 알바니아계 코소보 조직들이 아편과 헤로인을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으로부터 구입해 발칸을 거쳐 서유럽에 공급하는 과정을 묘사했다.
 
이탈리아 마피아 능가하는 위세
 
인터폴과 유로폴(유럽경찰기구)에 따르면, 1999~2000년에만 이들 코소보 마피아는 100억 달러가 넘는 돈을 벌었다. 여기에는 마약밀매뿐 아니라 인신매매, 매춘사업 등이 포함된다.
 
'코소보 마피아'는 독일에서 칼라슈니코프 기관총 거래와 위조 유로 화폐로 떼돈을 벌기도 했다. 이들의 위세가 기승을 부리자 지난해 이탈리아의 3대 마피아 코사 노스트라, 카모라, 은드란게타가 알바니아계 코소보 마피아 세력에 맞서기 위해 연합세력을 구축할 것을 심각하게 고려할 정도였다.
 
미국과 프랑스, 독일, 영국은 스스로를 '국제사회'라는 이름 하에 코소보 독립을 환영을 했지만, 플랑드르(벨기에 북부), 북사이프러스, 보스니아 내의 '세르비아인 공화국', 스페인의 바스크, 지브롤터(영국령), 인도의 카슈미르, 티베트, 대만, 압하지아와 남오세티아(두 곳 모두 그루지야에 있는 지방으로 친러시아 성향), 팔레스타인과 쿠르디스탄 등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잇다. 코소보는 독립할 자격이 있다면서도 코소보 북부(코소보는 알바니아계가 90%지만, 이곳에는 세르비아계 주민이 많다), 마케도니아 서부는 독립할 자격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왜 코소보만 독립할 자격이 있는가?
 
코소보의 미군기지 '본드스틸'
 
암보 파이프라인과 본드스틸 기지가 그 이유를 설명해 준다. 암보 파이프라인은 카스피 해에서 채굴한 원유를 그루지야 항구에서 유조선에 선적해 흑해에서 불가리아 브루가스 항까지 운반한 뒤 파이프라인을 통해 마케도니아에서 알바니아의 블로라 항구까지 수송하기 위한 것이다.
 
클린턴이 나토를 동원해 유고슬라비아를 공격하고 알바니아계를 지원하는 것은 블로라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중요성 때문이다. 블로라 항에 도착한 원유는 다시 네덜란드의 로테르담과 미국 서부해안의 정유소로 옮겨진다. 이렇게 하면 혼잡한 보스포러스 해협과 에게해, 지중해를 거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암보 계획은 1995년에 구상되어 1999년 '핼리버튼, 브라운 앤드 루트 에너지'의 영국 계열사에 의해 수정됐다. 암보 계획은 딕 체니 부통령(앞서 클린턴 정부의 에너지 담당 장관 빌 리처드슨)이 확보하려는 에너지 안보망에 들어맞았다. 카스피해에서 발칸을 거쳐가는 에너지 수송로를 군사력을 동원해서 확보하는 것은 나아가 러시아와 이란을 고립하거나 제약하려는 의도와도 관련이 있다.

핼리버튼은 이를 위한 전체 계획에 깊이 개입하고 있다. 본드스틸 기지도 핼리버튼 계열사인 켈로그 브라운 앤드 루트(KBR)가 코소보 남부 마케도니아 국경 부근 400헥타르에 걸친 대지에 건설한 것이다.

세르비아에서 떨어져 나간 코소보는 유럽연합(그리고 나토)의 보호령에 불과한 신세가 될 것이다. '해방된 코소보'는 외교정책에 대해 아무런 발언권도 갖지 못하는 신식민 상태로 전락하는 것으로, 이라크 전쟁 후 폴 브레머 총독에 의해 운영된 연합군 임시행정청(CPA)의 지배를 받은 것을 생각하면 된다.
 
러시아는 물론, 유럽의 많은 전문가들은 현재 발칸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가 세계대전으로 이어진 1914년 사라예보 사건과 비교하고 있다. 1세기 전 중부 유럽, 러시아 그리고 무슬림권 국가들이 발칸반도에서 격돌했다. 이번에는 미국의 각본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유엔결의안 1244호 무시한 미국과 유럽연합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코소보의 독립은 현대 유럽의 종말을 알리는 시작"이라고 규정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1244호는 "코소보는 세르비아의 일부"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또다시 국제법을 묵살한 것이다.
 
쿠르드족, 특히 이라크 내의 쿠르드족에게는 코소보를 '독립국가 쿠르디스탄'의 좋은 선례로 믿고 싶어할 것이다. 코소보처럼 이라크 북부 쿠르드 지역에는 '석유 역학'이 작용하고 있다. 키르쿠크 유전과 송유관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1991년 이후 이라크 쿠르드 지역은 코소보의 본드스틸 기지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쿠르드의 독립은 쉽지 않은 문제다. 세르비아보다 훨씬 강력한 무력을 지닌 터키가 좌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젠가 터키가 러시아와 석유 협상을 맺고, 이란의 가스를 구매하고, 카스피 해 연안의 이란 유전을 공동개발하겠다고 나설 것이다. 그때즘이면 이라크 쿠르드 족들은 어느 때보다 '새로운 코소보'를 실현하려는 꿈을 억누르지 못할 것이다. 

 
이승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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