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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조선일보-노회찬 문제?

조회 수 799 추천 수 0 2010.03.06 22:13:15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가 조선일보 90주년 행사에 가는 바람에 여기 저기서 시끄럽고 난리다. 솔직히 나는 이 문제를 언급하고 싶지 않았으나 이글루스에 들어가면 맨 위에 떡하니 붙어있고 하여 이 홈페이지에 방문하는 여러분들에게 의견을 밝히는 것이 도리이다 싶어 이렇게 글을 쓰는 바이다.

 

대개 의견 분포를 보니 유시민 및 국민참여당 지지층, 민주노동당 지지층 (그 중에서도 특히 소위 NL), 진보신당 지지층에서 이러한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 같다. (민주당 지지하는 분들은 정세균 대표가 갔으니 뭐 따로 하실 말씀은 없겠지.) 그런데 나는 진보신당을 제외하고 나머지 당의 지지층에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이 땅의 모든 악이 조선일보에서만 비롯되는가? 조선일보 90주년 행사에만 안 가면 다른 무엇을 해도 괜찮은가? 노회찬이 조선일보 90주년 행사장에 가서 이 땅의 국민들에게 도대체 어떤 고통을 선사하게 되었는가? 노회찬을 비난하는 국민참여당 지지자들에게 묻자. 유시민이 보건복지부장관 하던 시절 남기신 업적인 국민연금 축소, 의료급여 축소, 시장화 및 영리화를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 추진 등의 엄청난 일들 보다 조선일보 90주년 행사 참석이 더 나쁜가? 노회찬을 비난하는 NL님들에게 묻자. 노무현 정부가 북에 더 우호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이유로 민주노총이 투쟁의 완급을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한 국민파들보다 노회찬이 더 나쁜가? 나는 노회찬 대표가 조선일보 90주년 행사에 간 것이 불쾌하고 기분이 나쁘지만 지금 노회찬을 비난하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들 중 일부는 그럴만한 최소한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권을 만든 자들은 누구인가? 이명박의 참모들인가? 아니지. 민주화의 탈을 뒤집어 쓴 신자유주의자들과 똥인지 오줌인지 구분 못하며 대안을 만들지 못한 진보세력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은 이미지화 되어서 인터넷에 두고 두고 떠돌 것이다. 기득권과 함께 와인 한 잔을 하면서 웃음을 짓고 있는 노회찬! 조선일보여 영원하라 라는 말에 같이 축배를 드는 노회찬! 이회창과 잔을 부딪치는 노회찬! 얼마나 자극적인 이미지인가? 얼마나 끔찍한 광경인가? 현대의 정치는 이미지의 정치인데 이거 한 건으로 완전히 말아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게 지금 내가 화가 나는 이유다.

 

밑에다가 선거의 기술에 대해 썼는데, 선거의 기본은 뭘 잘 하는 것이 아니라 욕을 안 먹는 것이다. 욕을 하나도 안 먹고 누가 끝까지 갈 것이냐 하는 승부다. 물론 진보세력의 후보로서 욕을 먹어야 할 때가 있다. 욕을 먹는 대신 '정의'를 쟁취할 수 있을 때다. 그때는 욕을 먹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진보 정치인의 숙명이다. 하지만 조선일보 90주년 행사에 가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거기에 가서 무엇을 쟁취할 수 있나? 도대체 왜 갔는가? 가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이었나? 왜 안 가면 욕 먹을 일 없는 곳을 굳이 가버려서 이 꼴이 되었는가?

 

나는 노회찬 개인의 지론에 대해서 잘 안다. 그는 정치세력이 조선일보의 모든 것을 거부하는 방식으로만 대하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고 조선일보의 품질이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는 그의 방식에 전부 동의하지는 않는다. 솔직히 탐탁치 않다. 다만 안티조선 운동이 괴상하게 되어버린 이 때에, 그리고 조중동에 대한 비난이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지지로 변해버린 이 시점에 그가 그렇게 생각할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을 수 있겠다는 정도의 감정은 갖는다. 때문에 그가 조선일보의 행사에 가는 것이 진보 정치인으로서 모든 것을 포기할 만한 결격사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종의 '전술'이라는 측면에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나 5+4 합의 때문에 욕을 먹을 상황인 것을 뻔히 알면서 어떻게 그런 경솔한 행보를 할 수가 있나? 이것은 노회찬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당 지도부의 권위와 지도력의 문제이다.

 

혹자는 말할 지도 모른다. 어차피 이 사건으로 노회찬에게 등을 돌릴 것은 노빠들 뿐인데 무슨 걱정이냐고.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적을 만드는 것은 정치인이 할 일이 아니다. 노빠들과 척을 지고 싶으면 차라리 뭐 한-미FTA나 그런 생산적인 것으로 얼마든지 각을 세울 수 있다. 그냥 돌아가신 고 노무현 대통령 한 번 비판하면 확실하게 원수 질 수 있다. 대체 이게 무슨 뻘짓인가? 노회찬은 우리 당의 소중한 정치인이다. 왜 당은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 정치인을 함부로 낭비하나? 아무리 노회찬이 조선일보에 대한 생각이 있어서 거길 꼭 가야 하겠다고 말을 하더라도 옆에서 말렸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노회찬 대표도 참, 아무리 자기 생각이 있더라도 주위 상황을 고려해서 자기 뜻을 꺾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 좋게 말해주기도 참 피곤하다. 아, 제발 똑바로 하기 바란다.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는데 왜 만날 욕먹을 일만 한단 말인가?


사현군자

2010.03.07 01:46:22
*.64.201.44

마오쩌뚱,저우언라이는 장졔스하고 국공합작도 했는데요 뭐.. 조선일보 비토는 합당한 거지만, 뭐랄까 '조선일보 미워'라고 악쓰는 축들 사이에 멍하니 앉아있다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가 되는거 보다는(사실 이쪽 필드?에 있다보면 그얼굴이 그얼굴..풀이 좀 폐쇄돼있다는 갑갑함이 있는것도 사실이니까요) 한번 가준다.. 정도는 명분이 설 수도 있는 일인거 같아요. 선거때 감동적으로 '바보의 눈물' 흘려주고 당선된 다음 삼성하고 붙어먹은 노무현도 있는데, 가서 잔 한번 부딪혀 줬다는 거 보다 그 다음 뭘 하는가가 중요한지도 모르죠. 의외성 있는 행보를 던져준 정도? 요즘 인터넷에서 '일부'가 그것땜에 난리를 치고 있다면, 아마 그 난리법석은 선거 닥쳐서 나올 '니네 빨랑 사퇴 안할래'라는 지겨운 악선동을 떡본김에 제사지낸다는 식으로 미리 가불하고 있는 것인지도.. 인물은 좀 놀아주고 정책의 일관성으로 승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거 같네요(단 노회찬 정도 내공있는 인물이 아니라면 삼가해야.. 아니 진보신당에 인물이 좀 있어서 노회찬 대신 '뺀질이 악역'을 맡아줄 클래스가 누군가 있었다면..)

이상한 모자

2010.03.07 03:18:31
*.146.143.41

저도 외적인 것들은 그 이상 평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저는 당 대표로서, 또 당의 소중한 정치인으로서 노회찬 대표의 역할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노빠들이 뭐라고 말하든 신경 안씁니다. 중요한 것은 위의 글에서도 말했듯이 당 지도부로서의 권위와 지도력의 문제입니다.

2010.03.08 04:42:54
*.131.174.48

정말 좌파라면 좌파답게 굴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폰 문제도 그랬지만, 저런 모습은 그냥 대중성의 강박에 사로잡혀있단 증거로 밖엔 안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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