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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은평이라는 계륵

조회 수 787 추천 수 0 2010.03.22 15:47:25

“진보신당에 은평 내주고 야권 연대 성사시키자”

경기도지사 출마하는 유시민 전 장관 인터뷰

 

[132호] 2010년 03월 22일 (월) 10:55:52 이숙이 기자 sook@sisain.co.kr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후보로 뛰고 있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진보신당의 이탈로 교착 상태에 빠진 야권 단일화 협상을 재개할 새로운 카드를 제시했다. “오는 7월로 예정된 은평을 재보궐선거의 야권 단일 후보 자리를 진보신당에 맡기는 방안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자”는 것이다.

 

유 전장관은 3월16일 진행된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심상정 전 대표가 되었든 노회찬 대표가 되었든 은평을 재선거를 진보신당에 맡기는 방법도 있다. 연대라는 큰 틀에서는 어떤 논의도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유시민 전 장관은 진보신당까지 참여시키는 연대 방안을 제기했다.

 

유 전 장관은 이런 제안의 배경에 대해 “연대가 안 되면 다 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분석하는 이번 지방선거를 대하는 민심은 이렇다.“지금 국민 사이에는 ‘이명박 정권이 잘 해주기를 바랬는데 가만 보니 국회의원도 많이 주고 지방자치도 다 내주니까 너무 하는 거 같다. 이번에 견제를 하거나 최소한 혼은 좀 내야겠다’는 정서가 강하다. 그런데 확 믿고 밀어줄만한 야당이 없으니까 야권을 향해 막말로 ‘야 단일화 해, 그러면 찍어줄게. 아니면 너희 다 죽어’ 이런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거다. 이런 민심을 정치권이 합당한 이유 없이 거부한다면 몰매를 맞을 거다.”

 

유 전 장관은 4+4 잠정 합의안 서명을 막판에 거부한 민주당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서울은 한명숙 전 총리로 커버가 가능하지만 경기도는 이 상태로는 진다. 유시민이 선대본부에 있는 김진표, 김진표가 선대본부에 포진한 유시민이라야 김문수 지사를 이길 수 있다.” 경기도지사 단일화 방식과 관련해서 유 전 장관은 “협상 테이블에서 합의가 나오면 무조건 따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시민 전 장관이 지난 5개월간 집필한 ‘노무현 자서전’이 4월26일 발간될 예정이다. 제목은 <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로 정해졌다.

 

* 보다 자세한 유  전 장관과의 인터뷰 내용은 3월22일 발간되는 <시사IN 132호(3월27일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유시민이 나름 회심의 카드를 꺼낸 듯 하다. 진보신당에 은평을 주고 노회찬 혹은 심상정을(아마도 심상정일 것이다) 주저 앉히겠다는 담대한 전략이다. 이전부터 은평 재선거 문제는 야권 전체에 매력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여기가 정권 실세 '이재오'의 선거구이며 그가 재선거에 반드시 출마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기 때문이다. 충분히 흥행이 될 선거인데, 야권단일화라는 전제가 있지 않는 이상 승리하기가 어렵다. 여기까지가 첫번째 문제다. 두번째 문제는 이재오와 붙어서 승리한다는 것은 2012년 레이스에 오를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즉, 은평에서의 선거가 '대권'으로 가는 길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이것이 진보신당에게는 은평 재선거를 '계륵'과 같은 것으로 만들었다. 먹자니 까다롭고 버리자니 아깝다. 때문에 문국현 전 의원의 재판 결과를 둘러싸고 진보신당 내 활동가들은 '서울시장, 경기지사 출마하지 말고 아껴뒀다가 은평 재선거 출마하자'는 주장에 대한 대논쟁을 벌일 상황에 처해있었던 것이다.

 

나는 유시민의 이 주장으로 인해 당원 전반의 정서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지금 워낙 야권의 선거연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걱정스러운 것은 소위 활동가 당원들의 정서다. 이들은 분명히 흔들린다. 지난 번 문국현 전 의원의 재판결과가 나오기 전 상황에서 야권단일화가 이루어진다는 보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은평 재선거를 이야기 하던 사람들이 이제 유시민이 밑밥을 깔아둔 마당에 그 얘기를 또다시 꺼내지 않겠는가? 심상정이 답 안 나오는 경기지사를 접고 야권단일화를 통해 은평 재선거에서 승리한다면 2012년 대선에서 다시 한 번 큰 판을 만들 수 있다는 그런 주장을 과연 하지 않겠는가?

 

나는 모든 것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본다. 은평 받으면 광역단체장 포기해야 하고 지역에 출마한 진보신당 후보들은 이런 저런 단일화 흐름에 휩쓸려서 주저 앉을 것이다. 광역단체장 포기했으니 야당에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이 배분되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민주당은 자기들 후보를 제어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어차피 민주당이 내줄 수 있는 지역은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진보신당 후보는 상당수가 주저 앉아야만 할 것이고 나머지 후보들은 민주당 조차 포기한 지역에서 고전하다가 몇 정도만 간신히 살아남을 것이다.

 

이게 바람직한 모습인가? 지금 지역에 출마하는 진보신당 후보들은 뭘 포기하거나 주저앉기 위해서 출마하는 후보들이 아니다. 지역에서 대안적인 정치를 실제로 펼치겠다는 뜻을 품고 이제 막 한 발을 내딛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이미 절망적인 결과를 예견하고 출마했다. 출마를 하는 것 자체로 지역 정치에 출사표를 내고 먼 길을 걷기 위해서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의 상당수를 주저 앉히고 은평 받고 광역단체장 포기하고 기초단체장, 지방의원 배분받는 방식은 우리의 정치가 될 수 없다.

 

아니, 그런 얘기를 꺼내기에 앞서서, 과연 민주당이 은평을 내줄까? 은평 재선거의 치명적인 매력은 민주당의 거물들에게도 똑같이 돌아온다. 민주당은 정권을 탈환해야 하기 때문에 거물을 앞세워 이재오와 한 판 승부를 벌이는 그림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똑같이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서는 은평 재선거는 절대로 내줄 수 없는 지역이다. 아무리 은평(을)에 민주당 정치인이 없어도 옆 동네 사는 누가 나와도 나올 것이다.

 

나는 그때가서 뒤통수 맞느니 차라리 지금부터 갈 길을 명확히 하는 게 옳다고 본다. 민주당이 하고 있는 일은 뻔하다. 지난 번에도 말했듯이, 민주당은 '범야권 공동의 승리'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민주당의 선거 전술은 여전히 동네 아이들에게 '콩고물'을 좀 주고 큰 떡은 혼자만 먹는 것이기 때문이다. 5+4, 4+4 따위의 회의에서 다 확인된 일 아닌가?

 

유시민이 잔머리를 아무리 써도, 민주당의 근본적인 반성과 노선 수정이 있지 않는 이상 은평이라는 계륵은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닐 것이다. 먹을 수 없는 것에 모여 냄새를 맡고 아쉬워 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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