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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세계적 금융위기 상황 속에서, 그리고 MB노믹스의 광풍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정치인, 지식인, 언론인들이 폴 크루그먼 교수가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자마자, ‘크루그먼 열풍’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신자유주의에 비판적이고, MB노믹스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그냥 이 열풍에 휩쓸려주면 되는 것일까. 그런데 이런 열풍이 그다지 달갑지만은 않다.

크루그먼이 받은 상이 MB에게 경고장?

민주당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지난 14일 논평에서 크루그먼 교수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을 거론하며 이명박 정부의 규제완화, 감세 정책 포기를 촉구했다.

조 원내대변인은 “크루그먼 교수의 수상은 규제완화와 감세는 세계의 경제흐름에 역행한다는 인식이 세계적 공감을 얻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면서, 이는 “이명박 정부에 큰 경고가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이건 좀 아전인수격의 해석이다.

크루그먼 교수가 부시 행정부의 경제정책에 매우 비판적인 것은 맞다. 미국의 발뒤꿈치를 쫓고 있는 이명박 정부를 보고 크루그먼 교수가 한 마디 한다면 분명 좋은 소리가 나올 리 없다.

그렇지만 폴 크루그먼 교수는 국제무역과 경제지리학이라는 연구 분야의 통합을 공로로 인정받아 이번에 상을 받았다. 시카고학파 주도의 신자유주의를 저격한 공로를 인정받아 상을 받은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의 스승이자 198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로버트 솔로도 “이번 노벨경제학상은 경제학자인 크루그먼에게 주어진 상이지, 언론인 또는 정치비평가로서의 크루그먼에게 주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노벨상이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이긴 하므로, 그 권위를 끌어다가 한마디라도 보태고 싶은 욕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벨경제학상의 경우에는 좀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노벨경제학상은 노벨상이 아니다?

우선 노벨경제학상은 타 분야의 노벨상하고는 그 격이 좀 다르다. 명칭부터가 그렇다. 지금은 그냥 다들 노벨경제학상이라고 부르지만, 이 상의 정확한 명칭은 ‘알프레드 노벨 기념 스웨덴 중앙은행 경제학상’이다. 좀 줄이면, ‘노벨기념경제학상’ 정도가 맞다.

1968년 스웨덴 중앙은행에서 제정한 이래 1969년부터 경제학 분야에서 뚜렷한 지적 공헌을 한 사람에게 매년 수여하고 있는 이 상은 노벨의 유언에 따라 만들어져서 1901년부터 수상자를 배출한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문학상, 평화상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경제학을 뺀 5개 부문은 노벨의 유언대로 제정됐지만 경제학상은 스웨덴 중앙은행 설립 300주년 기념으로 제정된 것이다. 때문에 지난 2001년 노벨상 제정 100주년 기념식에 앞서 알프레드 노벨의 후손들은 노벨경제학상에서 ‘노벨’이라는 이름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 알프레드 노벨의 형 루트비히 노벨의 증손자들은 “노벨이 경제학상을 원했다면 스스로 만들었겠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그 상은 “노벨상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시카고학파를 편애한 노벨경제학상

한편, 1969년부터 올해의 단독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까지 전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62명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 상의 일관된 편향을 읽어낼 수 있다.

수상자의 압도적인 다수는 바로 시카고학파 출신들이다. 밀튼 프리드먼을 대부로 한 시카고학파는 전체 노벨경제학 수상자의 3분의 1 이상을 점한다. 시카고대학 출신의 수상자가 전체 62명 가운데 무려 24명이나 되는 것이다.

밀튼 프리드먼과 함께 신자유주의의 기원을 말할 때 곧잘 언급되는 경제학자 하이에크도 1974년 스웨덴의 K.G.뮈르달과 함께 화폐와 경제변동의 연구를 인정받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물론 수상자들 가운데에는 네오케인즈주의자인 폴 크루그먼을 비롯해 분배주의 경제학자 아르마티아 센 등의 비주류 경제학자들도 가끔 등장한다.

이번에 폴 크루그먼에게 노벨경제학상을 주기로 결정한 심사위원들의 속내까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들이 뭐 대단한 정치적 판단을 내린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한참을 넘겨짚은 것이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가운데 ‘착한 사마리아인’이 있을 수 있지만, 그들 모두는 여전히 자본주의의 안정된 질서를 신봉하는 사마리아인들에 불과하다.


2008년 10월 16일 사회당 대표 최광은


이상한 모자

2008.10.16 15:24:18
*.50.160.205

최광은 아저씨의 이 칼럼은 좀 삐꾸스러운데가 있긴 하지만, 새겨볼만한 데가 있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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