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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협상은 끝났다.

조회 수 775 추천 수 0 2010.03.16 23:39:47

 

5+4 합의 문제를 두고 그동안 잠시 사그라들었던 '비판적 지지'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치협상'을 통한 상징적인 선거연대가 전제되지 않으면 협상에 참가할 수 없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진보신당의 처신에 대해서 자칭 정치평론가라는 양반들이 이런 저런 비난섞인 웅얼거림을 내뱉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모 인터넷 언론에는 약 20년쯤 된 스토리인 '한 끕 낮춰서 시장과 구청장에..' 라는 글이 올라오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심지어 이 글을 쓴 사람은 진보신당의 당원 신분인 것으로 추측된다.) 하여간 이들의 짧은 생각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뭐가 됐든 한나라당을 이기는 것이 이번 선거의 목표인데 왜 진보신당은 자기 밥그릇만 찾고 애써 만든 판을 깨는가?"

 

우리의 대답은 이것이다.

 

"이명박을 '어떻게' 이기는가가 중요하다."

 

이 대답에 대해 자칭 정치평론가 양반들이 코웃음을 칠 지도 모르겠다. 아마 '아니, 일단 이명박을 이겨야 어떻게도 있고 저떻게도 있는 것이지' 라고 중얼거릴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해서는 영원히 이명박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니다. 우리는 민주당의 근시안적이고 주먹구구식인 정치력이 오늘날의 이명박 정권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는데 이 친구들은 그런 장단에 춤을 춘 것에 대해 아무런 반성이 없다. 부끄러운 줄을 좀 알았으면 좋겠다.

 

최근 민주당은 '우근민'문제로 시끄러웠는데, 오늘 여론에 밀려 공천 부적격 판정을 내놓기는 했으나 이 '우근민'문제야 말로 민주당의 태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 우근민 사건의 문제는 단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정치인을 민주당이 복당시켰다는 그 사실 자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사건은 민주당이 '자신들이 선거에 이길 수만 있다면' 어떤 짓이든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쉽게 말하자면 여론이 이렇게 시끄럽지 않았다면 민주당은 우근민에 공천을 줄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진보정당을 아우르는 선거연대가 파행으로 흘러갈 것이 눈에 빤히 보이는 데도 말이다. 즉, 민주당의 관심은 '어떻게 하면 이번 지방선거를 범야권 공동의 승리로 이끌 것인가?'가 아니다. 그냥 '민주당이 선거에 이겨야 한다!'이다. 그 이후에 어떻게 되는지 그런건 상관없다.

 

이런 것이 민주당 내의 주류, 비주류의 공천 경쟁과 맞물려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야권 단일화'에 걸림돌이 되는 후보들, 진보진영이 결코 지지할 수 없는 후보들을 제어하거나 걸러내는 것에 아무런 관심조차 없다. 아니, 그런 것을 할 능력조차 갖고 있지 못하다. 당권을 가진 민주당 주류는 당내 기반이 허약하며 당권을 상실한 비주류는 아무거나라도 동원해서 공천을 지켜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민주당에서 최고의 신랑감, 아니 후보감은 총알이 풍부한 사람이다. 총알이 풍부한 사람 앞에서는 주류, 비주류의 구분도 없다. 근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지금 내가 하는 말은 최근의 수원 상황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선거공학이라는 축이 이렇게 흔들리고 있다면 가치연대라는 축은 어떠한가? 그 '가치연대에 대한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 장석준의 증언을 들어보자.

 

하지만 민주당은 이상의 주장에 대해 입장을 근본적으로 달리한다는 것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개별 쟁점에 대해 입장을 제시하기보다는 위와 같은 의제들을 정책연합이 다루는 것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그 기본 논지는 이랬습니다.

 

“정책연합은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무엇을 주장해야 표를 더 많이 얻을 수 있을지, 그것을 중심으로 고민하자. 이 자리에서 각 당의 정체성과 관련한 내용을 의제로 제출해서 합의하자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 우리는 현실 정치를 하려고 여기에 모인 것이다. 위의 쟁점들은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

 

민주당이 바라보는 ‘정책연합’이 진보신당이 주장하는 ‘가치 연대’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드러나는 대목이었습니다. 더불어 민주당은 3월 7일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발표한 ‘뉴민주당 플랜’ 중 ‘기간제 사용사유제한 도입’을 약속한 내용도 아직 민주당의 공식 당론은 아니라고 언급했습니다.

 

- 레디앙/장석준, "5+4 정책연합회의 현장 보고서"

원문 : 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17621

 

즉, 선거에 도움 안되는 정책은 논의할 필요조차 없다는 것이다! 그게 무슨 가치연대인가? 선거에 도움 되는 정책을 논의할 거면 좋은 것이 하나 있다. '무상급식'이다. 다 같이 무상급식 합시다 손 들고 사진 한 방 찍으면 된다. 회의나 협상 같은 것은 할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지금 전면적인 무상급식 하지 말자고 하는 유의미한 정치세력은 한나라당밖에 없으니까. 결국 가치연대니 정책에 대한 합의니 하는 소린 그냥 민주당 좋으라고 하나 마나한 소리를 하는 자리라는 것이다. 선거연합을 실질적으로 이루어내기 위한 자기 반성이나 노력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선거연합의 근본은 신뢰다. 소위 야5당 중 가장 신뢰를 쌓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해야 할 정당이 바로 민주당이다. 그들이 정권을 잡았던 10년간 그들은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신자유주의를 이식했으며 거기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다. 그래놓고 이제와서 정권 잃었다고 선거연합 하자며 손을 벌릴 때에는 최소한 남이 속아주는 척이라도 할 수 있는 무엇을 내놓아야 한다. 다른 당은 가만히 있는데 왜 너네만 난리야 라고 하는 시각도 있는데, 솔직히 고백하자. 이게 무슨 5+4회의인가? 8+1회의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민주당으로 단일화 해주라는 8명과 실질적인 범야권 공동의 승리가 되어야 한다는 1명이 무슨 협상을 하겠는가? 때려 치워야지.

 

협상은 이미 끝났다. 진지한 반성없는 민주당의 야바위에 두 번, 세 번 속을 필요가 없다. 지금까지 해온 짓들을 보았을때, 삼성이랑 붙어먹고, 복지제도 시장화하고, 공기업은 민영화하며, 한미FTA추진하고, 스크린쿼터는 없애버리려고 했던 민주당은 무상급식 약속 해놓고도 분명히 안 할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우리가 왜 민주당으로 단일화를 해줘야 한단 말인가? 좌파가 뭐 호구인가?


푸줏간소년

2010.03.17 11:27:27
*.114.22.76

좌파는 호구가 맞는것 같아요ㅋ 빨갱이는 원래 호구였고ㅋ

이상한 모자

2010.03.18 01:12:02
*.146.143.41

횽은 호구가 아니다. 횽은.. 큰 스승이다..

보라보라돌이

2010.03.18 12:23:48
*.171.69.90

그런데 스승님, 일각에서 이제 단일화 안해서 진보신당 망했다고 하는 소리가 많은데, 진짜 망하면 어떻게 하죠?
아니 정말 걱정되서;

이상한 모자

2010.03.18 14:28:26
*.114.22.71

우리는 잃을 것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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