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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프로의식

조회 수 776 추천 수 0 2010.12.15 03:13:05

오늘은 어떤 훌륭하신 분과 저녁을 함께 하였다. 물론 화제는 운동권들 얘기다. 좌파의 미래 같은 것을 막 걱정하면서 답 안 나오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는, 하여튼 많은 것들을 책임져야 한다. 우리가 하려고 하는 것은 그냥 기약없는 어떤 관성이 되어서는 안된다. 세상을 바꾸는 일에 인생을 걸 수 있겠는가? 인생에서 주어진 시간은 유한할 것인데, 세상을 바꾸겠다는 허황된 꿈에 사로잡혀 죽기 직전에야 내가 인생을 걸고 하던 일이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하더라도, 그것을 그대로 인정할 수 있는 각오가 되어 있는가? 여기에 확신이 있다면 그 다음 얘기들은 문제될 것이 하나도 없다. 누가 내 인생이 망한 것이라며 비난하더라도, 금전적 고통에 시달리며 한평생을 비참하게 살게되더라도, 또는, 자존의 어떠한 근거도 찾을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내몰릴지라 하더라도,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확신이 있다면 그 다음엔 모든 것을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서있는 곳이 어디고, 우리가 가진 것은 무엇이고, 우리가 취해야만 하는 것은 어떤 것이고, 우리가 버릴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인지 냉철하게 판단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들, 자족적인 모든 것들을 우리는 아마추어라고 부른다.

 

나는 그저 열심히 하면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비난하지 않는다. 나는 언제고 일상의 삶으로 돌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 순수한 사람들을 질타하지 않는다. 그들의 존재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또한, 그들 없이는 어떠한 것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변화는 결국 그저 사람들의 것이었다. 남는 것은 '그렇다면 나는 이 곳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라는 물음 뿐이다.

 

우리에게 지금 간절하게 필요한 것은 어떤 프로의식이다. 프로페셔널의 흉내를 내는 것은 필요없다. 자신을 객관화 시키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가? 그 순간 우리가 마주해야 할 어떤 진실이라는 것은 얼마나 참혹한 종류의 것인가 말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실제로 일을 하는 것이다. 이 판에 있으면서 일방적인 냉소와 패배주의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과감히 떠나는 것이 옳다. 무엇도 영원한 것은 없다. 때가 되면 떠났던 사람들도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내 말은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자칭 활동가 여러분, 프로의식을 가집시다.


뮤탄트

2010.12.16 09:18:29
*.53.247.194

제가 요즘 '한낮의 어둠'이라는, 한스 쾨슬러 아저씨가 쓴 스탈린 시대 소설(?)을 읽고 있는데요...아무튼 재미있음...머 그렇다구요...

뮤탄트

2010.12.20 14:33:18
*.53.247.194

아 아서 쾨슬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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