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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창당정신을 실현하는 당원모임 제안문



1. 진보신당, ‘심상정 사태’만이 문제가 아니다


지방선거 이후 진보신당은 계속 혼란 속에 있습니다. 당발전특별위원회가 전국위원회에 제출할 안이 이제야 막 나온 상황입니다. 당원 토론이 남아 있고, 임시당대회가 남아 있습니다. 심상정 전 대표의 항소로 징계 문제도 계속 진행 중입니다. 언론들은 지방선거 및 재보선에서 민주노동당이 거둔 성과와 진보신당의 내부 논란을 비교하면서 진보신당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중견 활동가들을 비롯하여 당원들 모두가 혼란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촉발한 것은 물론 심상정 사태입니다. 심상정 경기도지사 후보가 충격적인 후보 사퇴 - 유시민 후보 지지 선언을 하면서 당이 소용돌이에 말려들었습니다. 갑자기 국민참여당을 포함한 이른바 ‘진보대통합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들이 돌출했습니다. 사실 지방선거로부터 두 달 가까이 지나면서 이러한 후폭풍도 그 강도가 약해지고는 있습니다. 이제 국민참여당까지 합당 대상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습니다. 이러한 사태를 낳은 장본인 자신이 선거 직후의 당황스러운 주장들(공상적이면서 공학적인 정계개편론)로부터는 발을 빼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지금 진보신당이 혼란에 빠진 것은 단지 이 사태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 사태는 오히려 진보신당이 앓고 있던 속병을 드러내는 계기였을 뿐입니다. 그간 지방선거, 그 중에서도 특히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를 통한 당의 도약에 기대를 걸면서 우리 스스로 눈 감고 있었던 문제들이 일거에 폭로되었습니다. 그래서 지방선거 평가와 상관없이 진보신당은 심각한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현 상황을 성장통이나 하나의 에피소드 정도로 안이하게 바라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진보신당의 질병은 근본적으로 진보정당운동 전체가 앓고 있는 깊은 병과 다른 것이 아닙니다. ‘자유주의 정당 2중대’ 문제, ‘정규직당’ 문제, 진보정당이 마땅히 대변해야 할 집단과 현재 진보정당 투표층 사이의 괴리 등등.

 

사실 진보신당은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겠다면서 ‘진보의 재구성’을 내걸고 출발한 정당입니다. ‘요새’를 버리고 ‘광야’를 택한 사람들의 정당입니다. 그런데 진보신당은 바로 이 ‘진보의 재구성’에 제대로 착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광야’에 새로운 ‘진지’들을 만들지는 못하고 그냥 옛 ‘요새’들만 그리워하는 형편입니다. 그러면서 자괴감에 빠져 때로는 우울증에 시달리고 때로는 조급증을 보입니다. 2012년 총선에 살아남을지에 대한 우려가 당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만을 배타적으로 지지하는 상황에서 당의 조직된 지지 기반이 없다는 불안에 휩싸입니다. 그러면서 인생의 중년기에 접어든 당 활동가들은 조로증과 무력감에 빠져듭니다.  


지방선거 이후 갑자기 민주노동당과의 통합 논의가 당 안팎에서 돌출하는 것은 이러한 자기 불신과 패배감 때문입니다. 그냥 과거의 ‘요새’로 돌아가겠다는 심리에 다름 아닙니다. 이런 주장을 하는 분들은 진보정당운동 전체가 위기이므로 지금은 진보신당을 버리고 진보정당을 살려야 할 때라고 힘주어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애초에 진보신당의 출발을 낳은 것이 바로 진보정당운동의 위기였습니다. 이 위기에서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진보신당이든 민주노동당이든 그 해답을 마련한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도로 민주노동당’식 재통합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이것은 그저 2012년 총선이 되기 전에 선거 대응력을 높여 보자는 조급증의 발로일 뿐입니다. 이런 주장 자체가 진보신당 내부의 병이 깊다는 것을 드러내는 한 증상일 뿐입니다.



2. ‘실험’을 마음으로만 한 것, 그게 문제였다


1) 이제라도 ‘실험’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심상정 전 대표가 경기도지사 후보를 사퇴하면서 “진보신당은 실험 정당”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진보신당이 오래 갈 정당은 아니라는 뜻으로 한 말인 것 같습니다. 선거 와중에 당 지도자가 내뱉을 말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와는 좀 다른 의미에서 진보신당은 ‘실험 정당’이 맞습니다. 진보정당운동의 위기를 극복할 실험들을 펼쳐서 진보운동의 새 시대를 여는 견인차가 되는 게 애당초 진보신당 창당 정신이고 그 사명이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진보신당의 오류는 바로 이러한 사명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은 데 있습니다. ‘실험’을 하지 않은 게 문제였습니다.


사실 이야기들은 많이 나왔습니다. 이념과 노선에 대해서도, 전략과 정책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들이 나왔습니다. 그 중에는 진지하게 실험을 벌일만한 거리들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말만 했습니다. 마음만 있었습니다. 실제 실험에 착수하지는 못했습니다. 역량의 한계 등등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문제는 자신감의 부족이었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실험에 착수하는 게 불안해서 제대로 첫 발자국을 내딛지 못했던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와서 무슨 신기한 발상이나 묘수를 찾을 이유가 없습니다. 이미 나와 있는 것들을 정리해서 집중점을 선택하고 이제부터라도 용기 있게 실천에 나서면 됩니다.


이념과 노선 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많은 이들이 민주노동당과의 차이가 뭐냐고 합니다. 내용이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보다 적색으로, 보다 녹색으로’라는 방향 제안이 있었고, 그게 ‘평등, 생태, 평화, 연대’라는 창당 정신으로 이어졌습니다. 복지국가가 유행을 타기 전에 이미 사회연대전략을 주창했고 그것을 ‘사회연대국가’라는 비전으로 발전시키자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대자본 삼성과 맞서 싸운 경험을 갖고 있었고 그래서 ‘거대 자본과 맞서 싸우는 정당’으로 스스로를 정립하자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다만 이 모두가 제안 수준에 그쳤습니다. 논객들의 주장만 있고 당 전체의 이념, 노선은 계속 불분명한 채로 남았습니다. 논쟁만 하다가 모두 흐지부지되고 말았습니다. 뒤늦게 우리 시야를 복지 정책으로만 좁히자고 하거나 그게 맞네 틀리네 논쟁할 게 아니라 아직도 하나로 꿰어지지 못한 채 어지러이 널려 있는 우리 안의 진주들을 재감정하고 거기에서 다시 출발해야 합니다.


당 전략 문제도 그렇습니다. 2008년 말 제2창당 토론 당시부터 “비정규직, 여성, 청년의 정당이 되어야 한다”, “지역 생활 현장에서 아래로부터 재출발해야 한다” 등등 여러 이야기들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거기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비정규직 정당’ 같은 실험을 추진했다가는 민주노총 정규직 조합원들로부터 민심을 잃지 않을까 하는 걱정만 했습니다. 그러면서 막상 기존 조합원들 사이에서 당 조직을 만들고 지지층을 넓혀 가는 시도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당 정체성이 없다는 한탄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하지만 ‘비정규직, 여성, 청년의 정당’이라는 방향 자체는 제대로 잡은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비정규직의 이해만을 배타적으로 대변한다거나 ‘정규직 대 비정규직’식 대립 구도를 만든다는 것과는 아무 상관도 없습니다. 비정규직 의제를 전면에 내걸어서 노동운동 전체를, 진보운동 전체를 혁신하자는 것이고, 진보신당이 그 앞장을 서자는 것입니다. 오히려 이럴 때에만 진보신당이 민주노총의 뜻 있는 조합원들 사이에서 조직력을 확대하고 지지층을 넓혀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진보신당 = 비정규직 정당’이라는 정체성이 형성될 때에만 개혁진보 성향 유권자층 사이에서 지지 기반을 확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 전망과 가능성이 여전히 ‘가지 않은 길’로 남아 있습니다.


말하자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제까지 말들만 무성했던, 마음으로만 했던 ‘실험들’에 비로소 착수하는 것입니다. 뒤늦게나마 진보신당 창당 정신에 충실한 길을 밟아가는 것입니다.


2) 이른바 연대연합 문제, 진보신당 창당 정신을 따른다면 복잡하지 않다


위와 같은 원칙 아래서라면, 요즘 진보신당을 흔들고 있는 이른바 연대연합 문제도 전혀 복잡할 게 없습니다. 진보신당이 추구하는 ‘진보의 재구성’의 여러 실험들에 이롭다면 통합하고 연대하면 되고 그렇지 않다면 선을 그으면 됩니다. 가령 진보신당의 여러 시도들에 책임을 함께 나눌 세력들, 흐름들이 존재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함께 하면 되고 또 그래야 합니다. 사실 사회당과는 진즉에 통합했어야 합니다. 이제라도 당 대 당 통합을 추진해야 합니다. 이런 통합진보정당이라면 누가 반대하겠습니까?


하지만 민주노동당과의 관계에서는 좀 더 짚어보아야 할 중대한 쟁점들이 있습니다. 현재 민주노동당 주도 세력이 2012년 정권교체기에 진보 정치를 포기하는 민주연립정부(민주당과의 연립정부)를 추진하려 한다는 점, 종북주의-패권주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 진보정당운동 발전의 질곡이 된 상층 중심의 당-노총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 등이 그렇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민주노동당 전체를 적대시하거나 비판 대상으로만 바라보자는 것은 아닙니다. 민주노동당도 대중정당이고 따라서 그 안에는 여러 다양한 흐름들, 요소들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내부의 다양한 흐름들이 상호작용을 벌이면서 민주노동당 자체가 서서히 변화할 가능성도 사전에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현재의 민주노동당을 상수로 보고 이들과 다시 함께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입씨름할 게 아니라 오히려 어떻게 하면 우리가 제기하는 쟁점들을 중심으로 민주노동당을 변화시킬지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상당 시간 동안의 공동 실천과 공동 논의 과정을 요구하는 과제입니다. 따라서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및 여러 진보 세력들 사이의 연합전선을 건설하는 문제면 문제였지 지금 당장 혹은 2012년 언제로 시점을 못 박아 당통합이라는 처방을 내놓을 문제는 결코 아닙니다. 후자는, 어떤 수사로 치장하든, ‘도로 민주노동당’일 뿐이며 진보신당 창당 정신의 배반입니다.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 민주노동당으로 ‘복귀’하자는 식의 주장들이 수그러들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러한 역류에 맞서 진보신당과 그 창당 정신을 지키는 분연한 투쟁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3. 긴급한 과제는 논쟁이 아니라 대오를 다지는 것!


지금 진보신당은 당대회 토론을 앞두고 있습니다. 당발특위 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있을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진보신당의 발전 방향과 당면 과제를 문서에 제대로 담는 것은 물론 중요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공식 문서에 어떤 문구를 넣고 빼고 하는 것은 그렇게 실질적인 문제는 아닐지 모릅니다. 더 중요한 것은 긍지와 책임감을 갖고 실천할 진보신당 창당 정신을 실천할 주체를 다지는 일입니다. 이런 주체 없이는 아무리 좋은 문서가 통과되어도 공문구에 불과할 것입니다. 임시당대회 결의와 차기 집행부의 실천이 따로 놀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도 진보신당은 지난 2년의 과오를 반복하고 말 것입니다. 


당 내 토론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진보신당파’를 구축해야 합니다. 진정 당을 책임지고 이 당과 운명을 함께 할 대오를 만들어야 합니다. 정치가들이나 활동가들뿐만 아니라 당원들이 적극 참여하는 열린 토론 및 실천 집단을 형성해야 합니다.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을 포괄하는 네트워크를 건설해야 합니다. 그래서 임시당대회의 올바른 결정을 관철시킬 뿐만 아니라 이후 그 결정을 진지하게 집행할 힘을 마련해야 합니다.


토론 과정에서 ‘진보신당파’의 입장을 확산시키고 주위의 당원 동지들을 규합합시다. 중앙당에서부터 지역조직에 이르기까지 결의에 찬 실천 대오를 구축합시다.


지금, 함께 합시다. 



2010년 8월 11일

창당 정신을 실현하는 당원 모임 제안자 일동


대표 제안자 10인 (가나다순)

강상구 권태훈 김정진 김현우 목영대 이재영 장석준 최경순 최백순 한석호


이상한 모자

2010.08.23 22:17:35
*.146.143.41

이런 말 밖에 못하나??

이상한 모자

2010.08.23 22:19:08
*.146.143.41

이게 전진 작품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어디 제안자들이 전진 회원인가 아닌가 생각을 하여 보았습니다. 나는 전진 회원이므로 아마 내가 주장하는 것이 가장 정확할 것입니다.

강상구 - 회원이었는데 아직까지 회원인지 아닌지 모르겠음.
권태훈 - 회원이 아니라고 생각됨.
김정진 - 회원이 아님.
김현우 - 회원이 아님.
목영대 - 회원이었는데 아직까지 회원인지 아닌지 모르겠음.
이재영 - 회원이 아님.
장석준 - 회원임.
최경순 - 회원이 아님.
최백순 - 회원임.
한석호 - 회원이 아님.

이게 뭐냐고요, 대체.

nuovo21

2010.08.24 10:17:34
*.117.119.224

이런 말 밖에 못한다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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