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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사랑하는 당원동지 여러분께 드리는 글

 

저는 지금 울면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저의 선택이 많은 당원동지들께 ‘충격’으로 다가가고 있는 점 송구스럽고 아픕니다. 밤새 문자로 호소하는 저를 신뢰하고 제가 사랑했던 많은 동지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쏟아지는 군요.

 

30년 진보운동을 해오면서 이 번 만큼 힘든 적이 없었습니다. 그것은 열악한 조건의 악전고투가 힘들어서도, 단일화압박이 너무 무거워서도, 또 예상되는 지지율이 비관적이어서도 아닙니다. 그런 걸 견디는 데는 그래도 이골이 난 사람입니다. 또 일부 당원동지들께서 생각하시는 것처럼 저의 선택이 진보의 대의를 져버린 것이라는 자책감 때문은 더 더욱 아닙니다. 저는 지금까지, 그리고 이번 선거 전 과정에 걸쳐 당과 진보정치의 발전을 위하여 부족하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퇴결정 역시 할 수 있는 선거운동을 다하고 마지막으로 진보정치에 기여할 수 있는 바가 무엇인가를 깊이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입니다. 그러나 그런 저의 선택을 실행하는 용기를 내는데 며칠간 고통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동지여러분

 

제가 2004년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진보정치인으로 산 지 어느새 6년이 되었습니다. 처음 3년은 국회에서 의정활동에 전념했고, 실제 진보정치 한복판에서 선 건 이후 3년이었습니다. 2007년 대통령후보 당내경선에 출마하면서 진보정치와 집권을 꿈꾸었고, 비대위원장, 진보신당 창당, 당대표 등 중책을 맡았습니다.

 

솔직히 지난 3년은 부족함이 많은 저로서는 과분한 소명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진보정치의 명운이 걸린 중대한 고비일수록 지도자는 책임지는 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되돌이켜 볼 때 저는 ‘상황’을 주도해내기 보다 상황에 추종한 측면이 많았습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처럼 책임있는 결정이 초래하는 긴장과 혼돈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용기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런 리더십의 한계가 곧 현재의 진보신당의 안타까운 모습에도 깊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제 스스로 이런 비겁함을 용납할 수 없어 참 힘들었습니다.

 

오늘 저는 진보정치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용기를 내었습니다. 제가 확신하고 있는 진보정치의 길에 정면으로 맞서고자 합니다. 진보정치를 감싸고 있는 협소함과 관성을 넘는 몸짓을 시작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당원동지 여러분

 

저의 사퇴결정은 일부 동지들이 생각하듯 단일화 압력, 낮은 지지율 때문이 아닙니다. 패배적이고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선택입니다. 이미 분명해진 이번 선거의 결과를 놓고, 또 선거 이후 진보진영 재편이라는 과제를 염두에 둘 때, 경기라는 특수상황조건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당에 기여할 수 있는 방도인가, 열심히 뛰고 있는 우리 자랑스런 후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고민 끝에 내린 결정입니다. 고사되고 있는 당과 진보정치를 위해 속죄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일은 당대표를 맡아 진보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노회찬 대표님께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 선택이 너무나 중대한 것이어서 그 결과가 저의 뜻과 다르게 나타날지라도 이 순간 진보정치인으로 하나를 선택할 수 없다면 저는 이 길을 갈 것입니다.

 

나중에 깊은 토론이 이어져야겠지만, 저는 완주여부만이 선악의 기준으로 다루어지는 건 지나치게 협소한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우리당의 유일한 선거전략이 ‘16개 광역시도 전원출마’였던 것처럼. 매우 어려운 처지에 있는 우리당은 적어도 그 이상의 치열한 고민과 책임지는 결정을 할 수 있어야 미래가 있습니다. 감히 말씀드리건대 그것이 완주여부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우리는 이명박정부를 비판만하는 반엠비를 넘어 포스트엠비가 되기 위해 출마했습니다. 겨울추수를 준비하며 진보의 씨앗을 심고자했고, 오늘 이 시간까지 최선을 다해 열심히 했습니다. 그러나 투표를 며칠 앞둔 지금, 이명박정부를 심판하라는 국민다수의 뜻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두 가지 과제가 긴장관계를 지닌 것도 사실입니다. 그것이 우리전략의 전부가 아니라 일부로서라도 깊이 고민되어야 할 과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현재 국민들의 엠비심판의 바람은 단순히 보수세력과 자유주의세력의 다툼, 또는 과거정권으로의 회귀로만 폄하될 수 없는 역사적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그 점에서 우리 당내에 포스트엠비와 반엠비를 대립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은 토론이 필요합니다. 저는 ‘적극적 반엠비’ ‘공세적 반엠비’의 개념으로 접근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물고기는 물이 없이 살아갈 수 없습니다. 당심과 민심을 진정으로 맺어가야 가는 방도에 대해 깊이 있는 검토가 필요합니다.

 

사랑하는 당원동지여러분

 

그 모든 것을 떠나 이번 저의 결정이 개인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점에 대해 저는 변명하지 않겠습니다. 선택에 책임이 따르는 만큼 그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질 것입니다. 우리의 진보정치를 돌아보고 혁신하는 길이라면 제가 속죄양이 될 것입니다. 더 이상 비겁하지 않겠습니다.

 

당원동지 여러분,

 

오늘로서 이제 더 이상 진보신당의 전 대표 심상정은 지워주십시오. 저는 평당원으로서 진보정치의 발전과 함께 성장하겠습니다. 선거 후 평가와 진보정치의 진로에 대해 가감 없이 의제를 제기하고 토론에 참여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당원동지여러분!

 

저는 이제 이 글을 마치고 사퇴기자회견장으로 갑니다. 남은 이틀 진보신당 후보로서 마지막 남은 땀을 흘리실 후보자 및 당원동지들 충격과 혼란을 드려 정말 송구스런 마음 금할 수 없습니다만, 저의 진심과 용기를 믿어 주시고 힘껏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 주십시오. 저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여러분들과 함께 진보정치 발전을 위해 무소의 뿔처럼 달려갈 것입니다.

 

2010년 5월 30일

  심 상 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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