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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쓸모없게 된 글] 심상정을 권한다

조회 수 762 추천 수 0 2010.05.31 10:35:29

 

한참 고 노무현 대통령의 1주기를 말하더니 금방 북풍이 불어 닥친다. 소위 야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구들장 내려앉듯 한다. 고 노무현 대통령 1주기 때는 지방선거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죽인 사람들에게 투표로 복수를 하자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가 ‘천안함’ 조사 결과 발표가 나오자 북한 편드는 자들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 주자고 난리다. 선거 시작부터 끝까지 온 나라가 남 탓하기 바쁘다. 모두가 자기편은 착한 사람이고 자기편이 아니면 나쁜 사람이라며 상대를 몰아붙인다.

 

그러나 이 선거에는 착한 사람도 나쁜 사람도 없다. 아니, 애초에 선거라는 제도 자체가 착한 사람이 누군지를 가리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과연 누가 정치권력의 주도권을 잡아야 투표하는 사람들의 삶이 행복해지겠는가를 판가름 하는 것이 선거라는 제도다. 제 아무리 성격이 개차반인 사람이라도 국가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면 당선될 자격이 있다는 것이 오늘날의 민주주의다. 물론 어느 누군가는 그래서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은 ‘나쁜’ 이명박 아저씨 정권 탄생이 당연하다는 얘기냐고 물어올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과연 무슨 생각으로 이명박 아저씨를 대통령의 자리에 앉혔냐는 것이다.

 

오늘날 민주, 평화, 개혁 세력의 후예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선출한 많은 시민들이 ‘속아서’, ‘비겁해서’, ‘잘 몰라서’ 그랬다고 생각한다. 고 노무현 대통령으로 표상되는 정치적 흐름의 진가를 시민들이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뒤를 잇는 흐름, 즉 자신들이 선택받지 못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명박 정권 출범 후 몇 개월 만에 벌어진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는 이들 입장에선 ‘시민들의 뒤늦은 후회’이다. 때문에 이 민주, 평화, 개혁 세력들은 이번 선거에서 본인들이 지지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비록 시민들에게 인정을 받는 것에는 실패했으나 그들은 어쨌든 지난 정권에서 주요한 책임을 나눴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탄생의 기원은 엄밀히 말해 10년에 걸쳐 대한민국을 통치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로부터 온 것이다. 이 두 민주정권은 '정치적 민주화'를 외치면서 '신자유주의 개혁 조치'를 단행하였다. 이는 박정희 정권으로부터 이어진 '독재'와 '국가주도 개발 및 수출 중심 경제'에 대한 ‘대립쌍’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 신자유주의 개혁조치 덕분에 양극화는 심화되고 부동산 가격은 폭등하였으며 실업 문제 역시 걷잡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특히 참여정부는 고 노무현 대통령이 가졌던 아우라로 인해 '진보 정권'으로 인식되면서 신자유주의 개혁조치들에 짓눌린 사람들 사이에서 '진보도 소용없다'는 관념이 무책임한 형태로 재생산 되는 것에 기여했다. 결국 사실은 민주당 식의 '진보'가 자신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한 시민들이 이명박 정권을 탄생시킨 것이다.

 

‘착한 놈’과 ‘나쁜 놈’의 이미지를 걷어내고 이명박 정권과 반MB전선에 선 주역들의 정책을 냉정하게 평가하면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 공기업 등의 민영화와 복지제도의 시장화, 한미FTA를 민주당 정권이 추진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냉소를 퍼뜨리게 만들었던 ‘근로장려금’이나 돈 대신 상품권으로 임금을 지급하여 문제가 된 ‘희망근로’와 같은 사업들도 한나라당 정권에서 시행이 되어서 그렇지, 다 민주당 정권 시절에 정부의 의지로 시행 근거가 만들어진 것들이다. 즉, 이 선거에서 ‘이명박 정권’이냐 ‘반MB전선’이냐의 선택지는 사실상 '한나라당식 신자유주의'냐 '민주당식 신자유주의'냐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죽을 때 까지 신자유주의를 추진하는 두 개 정당을 번갈아 가면서 지지할 수밖에 없는 운명인가? 우리의 삶을 힘들게 만드는 ‘신자유주의’로부터 벗어날 방법은 없는 것인가? 여기에 바로 진보정당의 존재 의의가 있다. 우리의 앞에 늘 '민주당식 신자유주의'와 '한나라당식 신자유주의'의 선택지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전면적 신자유주의가 아닌 유럽식 복지국가를 비전으로 하는 진보정당이 현실에서 정치적 힘을 가지게 하면 우리에게도 대안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그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지 않는 것 같다.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두 개의 진보정당 중 하나였던 민주노동당은 이미 반MB전선에 합류했다. 그들의 이러한 전망은 이번 선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2012년까지 이어질 것 같다. 즉, 2012년 대선 직전까지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은 <한나라당 대 민주당+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창조한국당 대 진보신당>의 구도로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니 반MB전선을 주장하는 자들이 진보신당을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다. 지금도 ‘심상정은 후보 사퇴 하고 반MB전선에 함께하라’는 요구가 여기저기서 빗발친다.

 

하지만 이 구도를 거꾸로 뒤집어 말하면 진보신당과 심상정은 유일하게 이 판에서 ‘진보적 대안’을 이야기 하고 있는 정치세력인 셈이 된다. 즉, 이들은 한국 사회의 진보적 대안을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마지막 보루이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신당이 정치적 영향력을 획득하지 못하고 쓰러지면 시민들에게 남는 선택지는 앞서 언급했던 ‘한나라당식 신자유주의’와 ‘민주당식 신자유주의’ 뿐이다. 때문에 진보신당이 이 선거에서 살아남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진보신당 뿐만 아니라 향후의 대한민국 정치지형에 있어서도 중요한 지점이 되는 것이다.

 

진보신당으로 대변되는 대안적 진보세력이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번 선거에서 유의미한 득표를 획득하는 수밖에 없다. 사람을 놓고 이야기 하자면 이 선거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성과는 바로 정치인 심상정의 생환이다. 심상정은 2008년 총선에서 지역구에서 유의미한 득표를 하였으나 낙선하였고 이제 경기도지사에 출마하여 처참한 결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심상정이라는 정치인의 생명이 어디까지 연장될 수 있느냐는 이 선거의 결과에 달려있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1%, 2%, 3%의 득표는 심상정이라는 정치인 개인에게는 큰 상처가 될 것이다. 그러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우리는 우리의 마지막 보루를 좀 더 빨리 잃게 되는 상황에 처해질 수 있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나름 여러 가지 볼거리를 선서하고 있다. 똑같이 서울대 운동권 출신으로 ‘서노련’ 주축 멤버였던 김문수, 유시민, 심상정의 격돌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한다. 엄혹한 정치적 현실을 견디지 못하고 보수정치 안에서 해결책을 모색하기로 결심하고 신한국당으로 떠나버린 김문수, 마찬가지로 현실에 좌절하였다가 민주당 이해찬 의원의 보좌관으로 들어갔던 유시민, 그리고 마지막까지 노동운동이라는, 그리고 진보정치라는 자리를 꿋꿋하게 지켰던,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그 자리에 서있는 심상정. 이 세 사람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를 곰곰이 곱씹어보자.

 

선거 이후에, 여전히 진보정치를 지켜야 할 사람은 누구이겠는가? 그리고 그것을 발판으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아닌 새로운 진보적 대안을 만들어 내야 할 이 또한 누구이겠는가? 한나라당, 민주당에 실망하여 만성적인 부동층으로 굳어져버린 냉소적 시민들을 설득하고 다시 정치적 영역으로 발을 돌릴 수 있게 할 정치 세력을 누가 만들 수 있겠는가?

 

이번 선거의 본질은 ‘MB냐’, ‘반MB냐’가 아니라 진보정치의 ‘절멸’이냐, ‘생환’이냐이다. 나는 진보정치가 살아남아야 이후 한나라당이나 혹은 민주당에서 탄생할 제 2의, 제 3의 이명박에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나는 감히, 이 글을 읽는 경기도민 여러분께 ‘심상정’에 투표하시라고 말씀드린다.


이상한 모자

2010.05.31 10:37:36
*.114.22.131

심상정은 유세할 때 아니면 저 옷 안 입는다. 저 모습이 진보정치인 심상정의 마지막 모습이 될까? 어떤 비전을 가지고 나타나든 나는 아마 그녀를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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