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펌/정종권] 토론회, 토론회, 토론회

조회 수 755 추천 수 0 2010.01.30 21:16:52
 

 

0.

요즘 토론회 시즌인 것 같습니다. 공식, 비공식토론과 연합관련 회의를 통틀어보면 1월부터 10번이 넘는 자리에 참석한 것 같습니다. 주로 선거연합, 지방선거 공동대응 등에 대한 것으로 거의 대부분 같은 주제입니다. 선거를 앞둔 정치의 계절이기에 다양한 고민을 모색하는 토론과 논의의 자리가 있는 것은 당연하기도 하지만, 저는 오히려 ‘운동의 후퇴와 실종, 실천활동의 어려움’이 ‘토론회의 과잉’으로 나타난 것은 아닌지 좀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요즘 사람을 만나면 두가지 이야기를 가끔 합니다. 진보에서 무엇인가를 금기시하는 것이 금기인데, 요즘 민주노동당, 통합, 선거연합... 이런 얘기들이 금기시되는 분위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또 하나는 운동권, 운동정치, 노동정치와 세련됨, 현대화, 대중화... 뭐 이런 것들을 인위적으로 대립시키고 있는 분위기와 사회심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질문은 꼭 누군가에게 묻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내 자신에게 묻고 싶은 것이죠.

 

1.

지난 1월 17일 국민참여당 창당대회를 다녀왔습니다. 노회찬 대표는 공식 내빈으로 참석하여 축사를 하였는데, 저는 창당대회의 분위기와 흐름이 어떤지를 한번 살펴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갔습니다. 창당대회 참석자들 좌석에 있다가 참여당 관계자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안면이 있는 얼굴을 보고 인사를 나눴습니다.

느낀 특징은 두가지, 정당에는 정책과 노선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도 있는 곳이라는 점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라는 것, 또 하나는 시대적 흐름에 뒤떨어지지 않고 현대적 감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입니다. 눈에 거슬리는 점도 몇 가지 있었지만, 내가 속한 당이 아니기에 부정적인 측면을 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보고 배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느껴보려고 했습니다.

노선과 정책의 뚜렷함과 이를 대중화할 수 있는 능력과 마인드, 과하게 표현하면 이런 것들이 눈에 보이고 우리 당의 모습과 겹쳐지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저는 국민참여당에게 아주 많은 정치적 거리를 느끼는 사람입니다.

 

2.

민주노총 서울본부을 비롯하여 ‘진보 서울시장 만들기 노동자모임’을 고민하고 있는 분들과 대화를 나누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현장의 어려움과 절박함을 들었고, 서울시장 선거에서 어떤 마음으로 임하고 있는지, 그 위기의식과 절절함을 들었습니다.

물론 선거정치와 정당의 입장에서는 고민과 계획이 서투르고, 의지의 과잉으로만 보여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진보신당의 서울시장 계획에서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방식의 접근법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그럴듯한 선거플랜과 기획의 문제를 넘어서 ‘노동자와 대중의 마음을 어떻게 얻어갈 것인가’, 그런 마음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참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입니다.

민주노총이 어렵습니다. 민주노조운동이 어렵고 힘들고 존립 자체가 위협을 받는 시기에 진보정당이 울타리 역할을 해주는 것이 참 필요하다는 생각, 그런 울타리 역할이 전제될 때 비판의 쓴소리가 애정으로 느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3.

진보전략회의 토론회를 다녀왔습니다. 손호철, 김세균선생 등 학계의 좌파지식인들과 사회활동가들이 모여서 만든 모임입니다. 주제는 ‘진보진영 정치연합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였습니다. 손호철 선생이 발제하고, 토론자는 저를 비롯하여 민주노동당, 사회주의노동자정당준비모임, 사회진보연대, 민교협 등에서 참석하였습니다. 손선생의 발제문은 작년 민들레포럼 준비모임 토론회 발제문을 수정 보완한 것이어서 낯설지 않았습니다. 요지는 진보진영의 정치연합이 굳건하고 이루어질 때 민주당과의 연합이나 연대를 조건적으로 추진해야 하는데, 현실은 진보연합은 더디거나 진척되지 않고 있는 반면에 민주연합 논의는 부풀려지거나 빠르게 추진되고 있는데, 이것은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더 반가운 제안은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사노준 등 진보진영의 연합과 결합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진보지식인그룹이 앞장을 서고 조정 중재하는 역할을 맡아야 하고, 진보대연합 추진기구 등을 꾸리는데도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손선생의 제안이었습니다. 100% 동의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마음이 휑한 것이 솔직한 제 생각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진보지식인’만큼 미묘한 집단은 없을 것입니다. 사회적 발언과 역할은 어떤 집단보다 작지 않지만, 실제 정치적 행동은 소극적이거나 적극적인 ‘중립주의자’의 역할을 잘 벗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사회 시민사회단체의 포지셔닝과 유사하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그 역할도 의미가 적지 않지만, 발언과 행동, 지향과 행위의 불일치와 괴리를 느끼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당선가능성이 별로 없는 진보신당의 후순위 비례후보를 기꺼히 수락하셨던 김상봉선생의 선택은 저에게 큰 여운으로 남아있습니다.

 

4.

지난 월요일 한겨레신문사에서 ‘진보정당 10년 평가’를 주제로 하는 좌담회가 있었습니다. 수요일에 기사화 되었습니다. 민주노동당 10년을 계기로 진보정당의 역할 한계 전망을 주제로 한 좌담이었습니다. 민주노동당의 최규엽 연구소 소장과 김민영, 김종배씨 자리를 함께 하였습니다. 진보정당의 집권가능성, 민주노동당 10년의 성과와 한계, 약점과 가능성, 대중정치인이라는 화두와 사람만들기, 분당 과정에 대한 회고 등 자유스러운 주제로 한 2시간 30분 동안 대화를 나눴습니다.

최규엽 소장과는 정치적 견해를 같이 한 적은 거의 없지만 97년 대선에서부터 구로금천지역에서 같이 부대끼며 살아온 탓에 정도 깊에 든 사이입니다.

김종배씨가 이야기한 커피와 크림(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보완재 관계, 그러나 대중이 새로운 대체재(한나라당 등)를 요구할 때 크림은 그 존재 의미를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소위 2중대 논란을 그렇게 풀어 설명한 것이지요.

그런데 시민단체 혹은 최장집 선생 그룹의 이야기에서 꼭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운동정치’의 청산이라는 지적입니다. 이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였죠. 그러나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운동정치와 의회정치의 결합, 운동정치의 대중화, 운동정치와 정책의 정치화 결합에서 많은 미숙함 부족함이 있었다는 지적은 100% 동의할 수 있지만 운동정치를 청산해야 할 과거의 낡은 정치행태로 보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최규엽 소장에게 양 당의 관계에 대해 과도하게 공격적이거나 연대를 훼손시킬 수 있는 발언을 자제해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다음날 민주노동당 토론회에서 좀 과하게 발언했네요.

 

5.

27일에는 민주노동당 10주년 기념 학술대회 중 진보정치 대통합 관련 토론회에 참석했습니다. 창조한국당의 유원일, 국민참여당의 김영대, 민주노총 최동준, 시민사회연대회의 하승창씨가 함께 토론을 하였습니다. 이수호 최고위원이 발제를 하였는데, 민주노동당 다른 사람들의 발언 주장과는 달리, ‘선 통합선언 후 선거연합’의 논리를 강하게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진보정당의 단결, 통합의 방향을 명확히 하고 일을 진척시키는 것이고, 상대방이 있기 때문에 일방적 주장으로 문제를 풀어서는 안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90%정도는 동의할 수 있는 발제였습니다. 저 또한 그런 방향에는 동의한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논란이 된 지점은 두가지였는데, 하나는 화요일 민주노동당 토론회에서 최규엽 소장과 장원섭 중앙위원의 발언, ‘개인 출세주의가 분당의 원인이라느니, 분당은 일부 소수당원들의 종파주의 분파주의에 다름아니’라는 발언에 대해 강한 유감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민주노동당의 책임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 이렇게 발언하면서 진보정치 통합과 단결을 이야기하는 것에는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두 번째는 진보연합과 반MB연대의 관계에 대한 논점이었는데, 저는 ‘진보정당의 성장 발전이라는 장기적 성장전략이라는 관점과 방향을 놓혀서는 안된다. 그 방향과 반MB연대를 선택하는 문제는 아니지만 전자의 관점을 놓히게 될 때 비판적 지지의 오류를 반복하게 된다’는 취지로 말했고, 좀 논란이 되었습니다.

 

6

몇가지 더 얘기도 하고 보고도 해야 할 것이 있는데, 조금 시간을 가지고 얘기를 나눠볼 생각입니다....


이상한 모자

2010.01.30 21:19:25
*.146.143.41

울화가 치민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1252 호기심 file [1] 녹차군 2008-10-28 749
1251 진보정당의 운동 전략에 대하여 2006년에 쓴 글 중 일부 [1] 이상한 모자 2010-02-18 750
1250 [기사] 마법사 [1] 이상한 모자 2010-01-26 752
1249 [펌/노회찬] 감사와 함께 사과드립니다 [1] 이상한 모자 2010-03-07 752
1248 상담 [1] 계란 2009-08-19 752
1247 착각? [1] 고상한 모자 2008-09-23 753
1246 지만원 인터뷰 이상한 모자 2008-11-18 753
1245 테스트 이상한 모자 2010-02-27 753
1244 얏호 [1] 松. 2010-06-07 753
1243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이상한 모자 2010-08-05 753
1242 스승님! [1] 박버섯 2010-03-11 754
1241 큰 스승님께 질문 좀 올려도 되나요? [1] 아기쥐 2010-11-29 754
1240 역부족인것 같습니다. [6] 이상한 모자 2010-05-30 754
1239 민하쨩 생일을 축하해 [3] 아가뿡 2008-10-14 755
» [펌/정종권] 토론회, 토론회, 토론회 [1] 이상한 모자 2010-01-30 755
1237 [참세상/경계를 넘어] 이스라엘은 뭘 노렸나? 이상한 모자 2009-01-13 755
1236 고사작전에 대한 짧은 메모 [1] 이상한 모자 2010-05-25 756
1235 [옛날글] "노동자"라는 진보의 근본어휘 [12] 윤형 2010-09-12 756
1234 '선거 전술'이라는 함정 이상한 모자 2010-03-06 757
1233 소위 국회의원 130만원 문제에 관한 단상 [4] 이상한 모자 2010-08-22 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