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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정리 (5) - 새로운 시도들

조회 수 735 추천 수 0 2010.09.19 05:45:19

지난 번에 노동자정치세력화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그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도록 하겠다.

 

여러가지 의미에서 87년 체제의 실패와 더불어 노동자정치세력화라는 실험이 끝난 이 시점에 다시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언급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은 지난 글에서 잠시 언급을 했다. 그렇다면 이 부분에 대해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사람들을 모아놓고 새로운 노동자정치세력화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라고 하면 얘기가 잘 안된다. 그 이유는 여전히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고를 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으로 조직된 노동자들에 기반한 이야기를 하려면 내놓을 수 있는 답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더 좌파적으로 다시 한 번 뭘 열심히 해보자 라는 주의주의적 주장. 둘째, 사회연대전략 등의 시도를 통한 계급연대의 재구성. 첫번째 주장에 대해서는 우리끼리야 고개를 끄덕이고 말면 되는 문제이지만 진지한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굳이 논증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두번째 주장은 내용 자체는 일정부분 설득력을 갖추고 있으나 실제 현실에서 작동할 수 있는 문제인가 라는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게 가능하려면 진보정당과 노동조합의 힘이 지금보다 더욱 강해져야 하는데, 지금 우리는 바로 그것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늘 느끼는 것은 관점을 좀 더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옛날에 프랑스 노동운동의 CPE반대 투쟁을 비판한 일이 있다. 사람들은 CPE투쟁을 보고 '아, 우리도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과격하게 시위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하는 생각을 하였고 다함께라는 조직은 '프랑스처럼 하자'라는 문구를 구호로 만들기도 하였는데 사실 프랑스의 CPE반대 투쟁이야 말로 조직된 학생, 노동자들을 기반으로 한 전형적인 경제주의적 투쟁이었다. 그런거 우리도 87년에 잘했다. 이제와서 프랑스로부터 새삼스럽게 뭘 배운단 말인가?

 

전체 운동의 관점에서 촛불시위에서 교훈을 얻어야 하는 것이 있다면 조직된 노동자를 기반으로 한 운동이 촛불시위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는 바로 그 사실이다. 촛불시위에 나선 사람들은 대부분 노동자계급과 그 언저리에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런데 계급운동을 자처하는 조직된 노동자 운동은 이들에게 어떤 영향력도 끼치지 못했다. 이러한 사실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가?

 

새로운 노동자정치세력화는 철저하게 계급운동적 관점에서 재구성되지 않으면 안된다. 계급운동적 관점이라고 하니 혼란스러워할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 여기서 '계급운동'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계급의 성원들로 하여금 자기 자신과 직접적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이 아니더라도 계급의 이해관계에 따라 자신의 계급 편에 서도록 만드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즉, 사람들의 판단 기준이 '계급'이 되도록 하기 위한 여러가지 수단과 전략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 새로운 시도는 당연히 새로운 운동의 양식과 연관지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는 민주노총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조직된 노동운동이 포괄하지 못하는 여러 시도들 앞에 마주하게 되었다. 촛불시위로부터 생겨난 청소년 운동 등이 있고, '두리반'으로 대표되는 자생적 문화운동이 있으며, '88만원 세대' 등의 세대담론의 영향을 받은 청년유니온 등의 시도도 있다. (내가 위의 운동에 무지한 관계로 인과관계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이러한 새로운 시도들 앞에서 늘 느껴야만 하는 것은 이들이 혼자 알아서 잘 하는 것 같지만 결국은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때 이들에게 계급운동의 토양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는 것이다. 여태까지 이것을 못해서 우리의 운동을 쇄신할 숱한 기회를 날려 버리지 않았는가?

 

내 얘기는 기존의 운동이 이러한 새로운 운동을 포섭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들을 단지 '조직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접근한 결과 오히려 이러한 이들의 일부가 운동을 떠나게 된 경우도 있다. 내 얘기는 이런 과오를 반복하지 말고 이러한 새로운 운동들을 계급정치로 연결시킬 수 있는 형태로 우리의 운동을 재편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재생산되지 않는 운동을 말하면서 '요즘 대학생들' 탓만 하고 앉아있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계속)


nuovo21

2010.09.19 17:33:39
*.117.119.224

책을 쓰는게 좋겠습니다.

이상한 모자

2010.09.19 20:15:05
*.146.143.41

다시 한 번 미안합니다...

!!호옹이

2010.12.14 17:13:40
*.244.43.207

다시 와서 읽는 글이지만 가슴에 정말 와닿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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