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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오자 고양이가 누워서 눈만 실룩실룩 움직인다. 자고 있는 어머니를 깨워서 병원에서 결과가 어떤지에 대해 묻는다. 의사는 가망이 없다고 했단다. 간염이 재발한 셈인데, 이번에는 지난 번과는 달리 버틸 여력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주사를 맞았지만 효과가 없다고 한다. 의사는 이대로 보내주라고 했다 한다.
한 생명과 인연을 맺는 것은 얼마나 많은 우연을 거쳐야 가능한 것인가? 이 고양이의 나이는 7살이나 8살이다. 결코 함께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나와는 생명 대 생명으로서 깊은 인연을 맺은 셈이다. 더 잘 키울 수 있었을 텐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들지만 그런 생각은 되도록 안하려고 한다.
혹시나 싶어서 물그릇에 입을 대게 해본다. 물을 마시지 못한다. 물을 마신다면 또다시 멸치 국물 등을 시도했을텐데 안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작년에 노력해서 5개월 정도는 더 살 수 있었다. 내 처지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은 다 하지 않았나 싶다.
언젠가 애완동물을 또 기르게 될 것이다. 나는 사람과 애완동물의 관계를 부정하고픈 마음은 없다. 하지만 이 고양이를 잊지는 못할 것이다. 나는 내 방식으로, 이 훌륭한 고양이를 기억하려고 한다.
커다란 그릇에 물을 가득 펐다. 고양이가 고개만 돌리면 물을 먹을 수 있도록 자리를 잡아 주었다. 고양이는 몸을 돌려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지난 번과는 달리 이번에는 물을 마셔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고양이는 마신 물을 토해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물을 마시게 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아주 농도가 옅은 멸치국물을 만들었다. 똑같은 원리로 고양이 머리가 닿을 수 있는 곳에 두었다. 할 수 있는데 까지는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