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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바야흐로 이 당에 잠복해 있던 문제들이 드러나는 시기가 왔다. 분당 이후, 마치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었던(두 개의 유령이 대륙을 떠돌고 있다!) 두 가지 경향 간의 갈등이 지방선거 국면을 거치면서, 심상정의 경기도지사 후보 사퇴를 방아쇠로 하여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이 문제의 뿌리는 매우 복잡한 모양으로 얽혀 있을 것이다. 창당 이후 2년 동안 그것을 해소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진행하지 않은 채, 그저 외면하기만 했던 대가를 우리는 이제와서 치르고 있는 것이다.

 

이 단순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저 독자정치를 해야 한다, 또는 연합정치를 해야 한다라고 단정해서 말하는 것은 다소 무책임한 처사이다. 독자정치를 말하든, 연합정치를 말하든, 우리의 위기는 어떤 종류의 것이며, 이것을 극복하는 어떤 것들이 제시되어야 하며, 그것을 이루기 위한 전술로서 독자정치, 또는 연합정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이야기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당 내에 소위 자유주의적 경향이 없다고 이야기 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소위 '연합정치론'에 대한 일부의 당황스러운 견해들을 보라. '정치적으로 힘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얘길 해도 소용이 없다'는 주장이 아직까지도 당의 밑바닥 정서에서 여러가지 방식으로 유통되고 있다. 그 중 가장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표현으로 '현 시기 진보적 대중의 가장 큰 바람이 야권단일화이므로 이를 거슬러서는 안된다' 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야권 단일화의 열망이 예외없이 거칠게 불어 닥쳤던 97년의 '국민승리21'과 2002년 '민주노동당 권영길'을 부정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보정당운동의 역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과 같다 하겠다.

 

그런데 오히려 지금 당에 있어서 더욱 심각한 문제는 바로 이러한 '자유주의적 견해'들이 '연합정치론'을 지탱하는 주요한 이론적 근거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를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은 이 논쟁적인 담론을 다루고 있는 핵심적인 인사들이 그동안 당의 주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던, 지금까지 성실하게 진보정당운동에 복무해 왔던 사람들 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들의 주장을 여러차례 검토해 보았으나 논리적으로 앞, 뒤가 맞는 근거를 접할 수가 없었다. 운동권의 오래된 수사를 빌자면 이들의 주장은 '과학적'이지 못하다. 이들의 논리는 '우리는 이러저러한 위기를 겪고 있다... 따라서 통합정당(어떤 표현이든 좋다)이 필요하다!'라는 논리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러저러한 위기' 이기 때문에 왜 '통합정당'이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레디앙에 실린 황순식, 김준성의 글이 그렇다. 이들은 모두 '진보블럭 구성론'이라 표현할 수 있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아닌 제3지대에 대한 열정적인 지지층이 존재하며 (그리고 이들은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에는 결코 만족하지 않는다) 민주당의 왼편에 이들을 대변할 수 있는 대중적 정당을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한국사회에서 이러한 주장의 정치적 저작권은 유시민에게 있다. 오해마시라. 나는 '신자유주의자 유시민이나 사용하는 전략을 좌파가 사용할 수 있는가?'라고 묻는 것이 아니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민주, 평화, 개혁의 후예들 역시 똑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는 점이다. 벌써 등장하고 있지 않은가? 2002년, 노무현을 만들어낸 선동가 중 한 명으로 활약했던 문성근과 함께 말이다. 자,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연합정치론자들이 마치 블루오션을 발견해낸 듯 주장한 그 공간은 2012년 이전에 최대의 레드오션이 될 예정이다. 따라서 지금 연합정치론자들이 해야 할 일은 이런 저런 정치공학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믿고 있는 노선에 대한 총체적인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것이다. 무엇을 위한 연합정치인가? 이것에 대한 답을 충실하게 내놓지 않으면 저 붉은 바다를 헤쳐나갈 수가 없다.

 

그러나 지금 연합정치론자 다수가 주장하고 있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혹시 그것은 오직 '연합정치를 하기 위한' 핑계들이며, 그 진정한 노림수는 그저 '유리한 선거 구도'를 형성해야 한다는 보잘 것 없는 문제의식에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러한 염려를 뒷받침 하기 위해서인지 모르겠으나 그들은 사석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자신들의 원대한 구상을 두고 '이것이야말로 독자정치론자들이 알지 못하는 대중정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것은 내가 작년과 올해에 당 내의 경계해야 하는 경향이라고 주장하였던 '기술적인 것에 대한 집착'의 한 단면이며 오늘날 우리가 비극적으로 마주하게된 '내용 없는 연합정치론'은 그것의 당연한 귀결이라 할 것이다.

 

(계속)


Q

2010.08.29 09:27:17
*.51.120.150

좋네요.

수상한 모자

2010.09.13 17:07:54
*.170.99.110

스승님 건설중인 서울시당 학생위원회에 정견을 옮겨갑니다!

이상한 모자

2010.09.13 18:34:00
*.146.143.41

정리된 생각들이 아니라서.. 욕만 먹을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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