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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유시민 쇼크

조회 수 902 추천 수 0 2010.03.06 14:41:53

유시민의 경기도지사 출마설은 '유시민 쇼크'라고 불러도 될 정도의 파괴력으로 언론을 뒤흔들고 있다. 사실 유시민의 경기도지사 출마는 놀라운 일이기도 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도 아니다. 유시민의 3가지 선택지 (서울시장 출마, 경기도지사 출마, 불출마) 중 한명숙 출마로 서울시장 출마가 현실화 되지 못하는 시점에서 그간 유시민의 행보는 민주당에게 한명숙 전략공천을 종용하는 것으로 비쳐졌었다. 즉, 유시민이 서울시장 출마설을 통해 한명숙이 나올 경우에만 자신이 서울시장 출마를 포기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민주당을 흔들리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심지어 동교동의 좌장인 박지원 의원마저 한명숙 전략공천에 대한 긍정적 의견을 말하게 되었던 것이다.

 

문제는 한명숙의 서울시장 출마가 기정사실화 되었을 경우 유시민의 다음 행보는 무엇이냐는 것이다. '경기도지사 출마'와 '지방선거 불출마'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나는 국민참여당 창당대회 이후에 유시민이 불출마를 선택하고 서울에서 마치 경기도의 손학규처럼 '한명숙 선거운동'을 하지 않을까, 라는 예측을 한 일이 있다. 국민참여당 창당대회 이전까지 나는 국민참여당 지도부가 서울-한명숙, 경기-유시민이라는 그림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국민참여당 창당대회 이후 이재정 경기도지사 출마설과 유시민 서울시장 집중설이 나오면서 유시민이 불출마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보게 된 것이다. 그런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그건 그야말로 '언론플레이'이지 않았는가 싶은 생각이 든다. 유시민 진영의 초반 행보에서 경기도지사 출마가 유력하게 검토되었던 것이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 실제로 불출마를 고려하다가 갑자기 경기도지사에 나가야 하겠다고 마음을 먹게 된 계기가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와서 그게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바람직한 인사'에 대한 언급이다. 바람직한 인사가 출마하는 서울, 충남, 강원에는 양보할 수 있다는 것이 국민참여당 지도부의 '공식' 입장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한 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왜 김진표는 '바람직한 인사'가 아닌가? 김진표는 참여정부의 관료였고 부총리였다. 김진표, 이종걸과의 대결에서 김진표는 정세균 등의 주류를, 이종걸은 정동영, 김근태, 천정배 등의 비주류를 대표한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바다. 그리고 김진표는 그간 경기도의 친노 외곽조직 등에서 역할을 맡기도 하였다. 민주당 내부에서 친노는 현재 정세균과 손을 잡고 있는데 민주당 외부의 친노들은 어째서 김진표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인가?

 

물론 김진표의 개인 이력을 되짚어보면 그들의 이러한 언급을 이해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김진표는 친노가 될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났다. 그는 행정고시 출신에 관료조직에서는 과거 재정경제원에 몸을 담고 있었다. 친할래야 친할 수가 없다. 그가 이제와서 친노를 자처하는 것은 어찌보면 가증스런 기회주의일 수도 있다. 그런데 과연 친노인사들의 그에 대한 호불호만이 이 사태를 불러일으킨 요인일까? 유시민이 출마하는 순간 경기도에서의 야권단일화 논의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왜냐하면 민주당 후보 중 김진표나 이종걸 그 누구도 유시민과 단일화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종걸은 정세균-친노 연합에 대항하는 비주류 연합의 후보로서 유시민과 단일화를 할 수 없다. 김진표는 비주류인 이종걸을 꺾고 올라온 주류 후보로서 유시민과 단일화를 할 수 없다. 경기도지사 선거에 1년 넘게 공을 들여온 그와 그의 참모조직을 고려해봐도 그렇다. 그의 손에 당권이라도 쥐어 주면 또 모른다. 하지만 별로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이에 반해 대중들의 후보단일화 요구는 그 어느때보다도 격렬할 것이다. 결국 야권단일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유시민 혼자 이득보고 나머지 후보는 쪽박찰 가능성이 매우 크다. 결국 진짜 친노인 유시민이 친노를 자처하는 기회주의자 김진표에게 상처를 주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체 왜 그래야 하는가? 왜 그들은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가?

 

나는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린다. 정치적 거물은 한 걸음을 옮기더라도 장구한 계획을 갖고 움직이지 않으면 안된다. 유시민의 장구한 계획은 무엇일까? 2012년 대선 플랜이다. 대선 국면에서 그는 어느 당 소속일까?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계획을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한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그건 민주당 당권을 친노가 장악하는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 유시민을 지지할 수 있는 세력은 오로지 친노뿐이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제 4의 盧風'이 불어만준다면 그들의 계획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지방선거를 계기로 한 이 때에 정치적 선별작업이 실시되어야만 한다. 이 때는 정세균 그룹(?)과의 분화까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정세균 역시 김진표와 비슷한 처지이기 때문이다. 기회주의에 물든 세력, 지역감정에 편승하는 세력, 노무현을 부정했던 세력을 모두 청산하고 폐족된 친노를 부활시키는 것, 이를 토대로 해서 얼어붙어 있는 시민사회를 다시 깨우고 2002년의 정치적 상황을 다시 재현하는 것, 유시민의 경기도지사 출마는 바로 이것을 위한 한 걸음이 아닐까?

 

물론 이것은 그저 불명확한 전제를 가지고 이야기 하는 내 생각일 뿐이다. 하지만 유시민의 출마로 한 가지 분명해진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대응'이다. 유시민의 등장으로 인해 역설적으로 우리의 숨통이 트여질 수 있다. 지금까지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가장 큰 문제였던 것은 '단일화 프레임'을 빠져 나갈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시민의 등장으로 이제 야권의 모든 정치세력이 이 프레임에서 빠져 나갈 수 없게 되었다. 우리는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 '민주당과 유시민이 합의하지 않는 단일화는 입에 올릴 가치조차 없다'고. 안산 상록 을에서 우리는 충분히 속았고 그런 바보 짓을 다시 한 번 더 할 생각은 추호도 없노라고. 작년 정도에 유시민이 경기지사 출마할 경우의 여론조사 데이터를 검토한 일이 있다. 우린 1%다. 하지만 그것을 보고서도 심상정은 출마를 결행했다. 나는 그가 바로 이런 그림을 그리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을 한다. 이미 우리는 선거의 결과에 연연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차후에 어떤 명분을 획득하게 되는가가 중요해졌다. 슬프지만 현실이다.


민노씨

2010.03.09 15:25:46
*.233.12.213

글 잘 읽었습니다.

추.
사소한 오기가 있는 듯 하여 여쭙니다.
"지금까지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가장 큰 문제였던 것은 '단일화 프레임'을 빠져 나갈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시민의 등장으로 이제 야권의 모든 정치세력이 이 프레임에서 빠져 나갈 수 [없]게 되었다."

이상한 모자

2010.03.10 00:20:46
*.146.143.41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상태를 표현하고 싶었는데.. 그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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