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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왜 지역정치를 안 하냐구?

조회 수 796 추천 수 0 2010.03.13 14:08:23

딴지일보를 잠깐 봤는데, 거기서 누가 그런다. 자기가 이래 저래 발을 걸쳐보니 역시 지역에서 박박기지 않으면 답이 없다.. 근데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하는 사람들이 벌써 오래 전부터 이런 주장을 해온 것을 확인해서 상당히 놀랐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안 하고 맨날 유력 정치인만 쳐다보고 영원히 3%인건 전술적으로 큰 문제가 있는거다.. 뭐 이런 소리를 써놨다.

 

한 2004년 까지는 나도 그게 궁금했다. 시바, 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 알면서 못하는 걸까? 의지가 없어서인가? 용기가 없어서인가? 비겁해서인가? 입신양명에 도움 안되는 일 하기 싫어서인가?

 

조금 고민해보니 답이 나왔다. 답은 아주 간단하다.

 

 

 

 

 

 

 

 

 

 

김형탁~1.JPG

 

"나도 먹고 살아야 되어서 그래!"

 

 

 

 

'이웃집 김형탁'이라는 책을 보면, 김형탁 아저씨에게 지역 정치를 하면서 제일 고민스러운게 뭐냐, 이런걸 묻는 대목이 나온다. 여러가지 거창한 이론과 정치를 이야기 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김형탁 아저씨는 좀 쌩뚱맞은 얘기를 한다. "아직 활동과 생계를 같이 해결하는 방법을 못 찾았어."

 

생계가 해결이 안 되면 지역정치고 나발이고 말짱 황이다. 당장 나부터도 동네 정치건달 하라고 하면 (정치권력 없는 동네 정치인을 냉소적으로 표현하면.. 사실 정치건달이지 뭔가?) 그거 참 내 취향에 맞는 건데 처자식이 있어서 좀 힘들겠다 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럼 동네 정치건달은 역시 결혼을 하지 말아야 겠지? 하지만 동네에서 정치를 하겠다고 떠드는 사람이 결혼도 안 한 사람이라고 하면 뭔가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다들 그러지 저 사람 무척 용기있는 사람이다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즉, 이렇게 동네 정치를 하는 것이 올바른 정치라고 믿는 넘들이, 그걸 하겠다고 설레발 치는 넘들한테 돈을 갖다 바치지 않으면 지역정치 그딴거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왜 그걸 뭐 전술적 오류라고 자꾸 그래? 전술이 지역정치를 해서 밑바닥부터 바꾸는거래니깐. 그걸 하게 해줘 그럼 좀! 뭐 노조? 노조는 사람 아니냐? 생각하는 것 다 똑같지.. 진보 그거 남들이 해주면 좋은거고 안하면 마는거고.. 난 내 집 마련이나 했으면 좋겠고..

  

당의 지역사업은 해당 지역에서 다년 간 상근 활동을 한 당원이 중심이 되어 기획되어야 내실 있는 지역사업이 전개될 수 있다 할 것이다. 근데 서울지역만 해도 3년 이상 지역위원회에서 상근을 해 온 상근자가 많지 않다. 전국적으로도 그럴 것이다.

 

각 지역위원회의 집행부가 교체되면서 정치적 성향이 맞지 않아서 그만둔 사람도 있겠지만 내 생각에는 결혼도 하고 출산도 하고 이러면서 쉽게 말해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그만둔 사람도 꽤 될 것이다.

수지타산이란 건 다분히 상업적 용도의 단어이긴 하지만 당장 생활임금 수준의 상근비를 주지 못하는 당의 현실에선 이것이 주된 이직의 근거가 될 수밖에 없음이 분명하다. 혼자 살 때에야 단칸방에 살든 길에서 자든 밥만 먹으면 별 상관없는데,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고 육아를 시작하면 이제 어쩔 것인가? 이것도 스탈린주의 ‘철의 규율’로 돌파하라고 할 것인가?

이런 측면에서 당의 입장에서도 수지타산을 맞춰보면, 생활임금 보장하고 한 상근자를 오래 붙어있게 해주는 편이 상근자 여러 번 늘상 갈아치우는 것 보다 훨씬 이득이다. 내 생각엔 상근자가 한 번 바뀌었을 때 그 상근자가 당 업무에 적응하는 시간만 2, 3개월이 걸리고 지역의 전반적인 현안에 익숙해지고 어디 가서 말이라도 붙여볼 수 있는 수준이 되는 데에는 1년 정도 걸린다.

 

한 사람이 2년 정도 상근하고 나가떨어진다고 가정하면 1년 3개월이라는 시간을 들여 만들어 놓은 상근 역량이 7개월 근무하고 없어지는 매우 엽기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지역 상근자들을 방치하면 지역에 무슨 집회 있을 때 피켓 가지고 가서 떠드는 수준 외의 지역 사업을 기획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이다.

 

- 2007년 '민주노동당 노동조합 논쟁'에서 레디앙에 기고한 글 중

원문 : 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7891



황상

2010.03.16 13:58:41
*.134.217.168

개인적으론 동네 중산층 아줌마들에게 '가난한 사람들도 너의 이웃이다'라는 말을 납득시키는 일이 '노동자도 시민이다'라는 말을 납득시키는 일만큼이나 힘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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