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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걍 술주정이지

조회 수 3815 추천 수 0 2008.08.16 01:12:51
친구라고 할 수 있겠지... 가 아니라 정말 원초적인 의미에서 친구다.

최근 내가 겪었던 온갖 짜증나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두 문장 이상 설명할 필요 없이 '그건... 진짜 개삽질이고!' 해버리는 게, 당연하지만 너무 좋았다.

걍 그렇다고.






낮 4시부터 술을 마시다 보니 정말 큰 잘못을 하고 말았다. 이건 대외비.

가을이와 입동이는 맨날 밥 먹고 똥 싸고 잔다. 잠만 잔다.

가끔 자기들끼리 싸운다.






갑자기 김광석 노래가 생각난다. 평소에는 싫어했는데.

사랑이라 말하며, 모든 것을 이해하는 듯

그 모든 아름다운 이야기를 속삭이던 우리...






어젯밤에는 서세영이랑 술을 마셨는데 놀다 보니까 해가 떴다.

그런데 배경이 건대입구인 터라 그다지 심각하게 민망하거나 쪽팔리거나 하지 않았다.

그곳은 원래 그런 곳이다.

말해놓고 보니

취객이 되는 기쁨은, 결국 평범한 누군가가 되는 기쁨과도 같다.

허영만의 식객 이후 '취객'이 나올 가능성은 없겠지.

나라면 그 만화 그리겠다.









입동이가 내 옆에서 치열하게 자기 몸을 핥고 있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치열하다.

결국 815 집회에 나가지 못했다. 비록 빨리 끝났다고는 하지만

나는 그 모든 지리멸렬함까지 내 기억 속에 남겨두고 싶다.





요새 이 시를 늘 염두에 두고 있다.







사랑의 변주곡

 

김수영

 

 

욕망이여 입을 열어라 그 속에서

사랑을 발견하겠다 도시의 끝에

사그라져 가는 라디오의 재갈거리는 소리가

사랑처럼 들리고 그 소리가 지워지는

강이 흐르고 그 강 건너에 사랑하는

암흑이 있고 3월을 바라보는 마른 나무들이

사랑의 봉오리를 준비하고 그 봉오리의

속삭임이 안개처럼 이는 저쪽에 쪽빛

산이

 

 

사랑의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우리들의

슬픔처럼 자라나고 도야지우리의 밥찌끼

같은 서울의 등불을 무시한다

이제 가시밭, 덩쿨장미의 기나긴 가시가지

까지도 사랑이다

 

 

왜 이렇게 벅차게 사랑의 숲은 밀려닥치느냐

사랑의 음식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 때까지

 

 

난로 위에 끓어오르는 주전자의 물이 아슬

아슬하게 넘지 않는 것처럼 사랑의 절도(節度)는

열렬하다

간단(間斷)도 사랑

이 방에서 저 방으로 할머니가 계신 방에서

심부름하는 놈이 있는 방까지 죽음 같은

암흑 속을 고양이의 반짝거리는 푸른 눈망울처럼

사랑이 이어져가는 밤을 안다

그리고 이 사랑을 만드는 기술을 안다

눈을 떴다 감는 기술ㅡㅡㅡ불란서혁명의 기술

최근 우리들이 4 · 19에서 배운 기술

최근 우리들은 소리 내어 외치지 않는다

 

 

복사씨와 살구씨와 곶감씨의 아름다운 단단함이여

고요함과 사랑이 이루어놓은 폭풍의 간악한

신념이여

봄베이도 뉴욕도 서울도 마찬가지다

신념보다도 더 큰

내가 묻혀 사는 사랑의 위대한 도시에 비하면

너는 개미이냐

아들아 너에게 광신(狂信)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사랑을 알 때까지 자라라

인류의 종언의 날에

너의 술을 다 마시고 난 날에

미대륙에서 석유가 고갈되는 날에

그렇게 먼 날까지 가기 전에 너의 가슴에

새겨둘 말은 너는 도시의 피로에서

배울 거다

이 단단한 고요함을 배울 거다

복사씨가 사랑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할 거다!

복사씨가 살구씨가

한번은 이렇게

사랑에 미쳐 날뛸 날이 올 거다!

그리고 그것은 아버지 같은 잘못된 시간의

그릇된 명상이 아닐 거다

 

 

                                                       <1967. 2. 15>




결론은 없다. 입동이가 내 허벅지를 핥고 있다. 그냥 그렇다고 훡유.




최근 우리들은 소리 내어 외치지 않는다.


최근 우리들은 소리 내어 외치지 않는다.





사랑 너의 곁에서 늘 너와 함께


너의 기쁨이 될 수 있기를


원했었던 그게 전부였던


눈부신 그 날들...




아 아닙니다 이 모든 것은 토탈 술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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