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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지방이 흔들린다. 이명박 정부가 결정한 민감한 정책들의 결과다. 신공항백지화로 영남권이, LH본사 이전 문제로 호남이, 과학비즈니스벨트 문제로 충청이 흔들린다. 어쩌면 이렇게 골고루 흔들어 놨을까 궁금해지기까지 하는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이는 지난번 칼럼에서 지적한 것처럼 이명박 정부의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철학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이명박 정부와 그의 주요 기반인 수도권 세력은 수도권 중심의 발전을 강조하고 있다. 지방을 대상으로 한 대형 국책사업은 흔들어 버리면서 수도권규제완화를 전제로 한 첨단업종의 대폭확대를 추진하는 것을 보며 우리는 이러한 확신을 더욱 강하게 가질 수 있다.

이 와중에 나온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의 발언에 한 번 주목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이회창 대표는 7일의 기자간담회, 11일의 기자회견, 11일 CBS 라디오 '변상욱의 뉴스쇼' 인터뷰 등을 통해 다음과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첫째 과학비즈니스벨트 문제는 충청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불신정치의 문제이다, 둘째 불신정치를 청산하기 위해 모든 세력과 정파와 충청도에서부터 연대하겠다, 셋째 이를 위해서 대표직을 걸겠으며 합당도 불사하겠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 자유선진당 이회창대표가 7일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과학비즈니스벨트 관련, 긴급 회견을 열기 앞서 물을 마시고 있다.ⓒ연합뉴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과학비즈니스벨트의 충청권 유치는 큰 변수가 생기지 않는 이상 거의 물거품이 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미 영남권은 표정관리에 들어간 모양새다. '형님'의 지역구인 포항시의 시장은 '과학벨트 분산배치는 망국적 발상'이라고 하면서도 '과학벨트 유치운동은 집회, 삭발 등의 물리력을 동원하지 않고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할 것이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과학벨트는 분산배치도 안되고 그냥 몽땅 경북권으로 갖고 올 것이라고 말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회창 대표의 발언은 단순한 시위나 민심의 반영 수준을 넘어선 이후의 정치행위와 연관된 발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회창 대표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 일단 상식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총리직 거부 사건으로 당을 뛰쳐나간 심대평 전 대표의 국민중심연합과의 재합당과 무소속 이인제 의원의 영입이다. '합당 불사'와 '백의종군'이라는 키워드가 이러한 추측을 반증한다. 심대평 전 대표, 이인제 의원과 대표직이나 공천권 등을 가지고 적당한 딜에 합의만 한다면 재합당과 영입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세 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해볼 수 있겠다. 첫 번째는 자유선진당이 한나라당과 합당을 하고 친박계와 손을 잡는 시나리오다. 이회창 대표가 굳이 '불신정치'라는 키워드를 선택한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불신은 신뢰가 없다는 뜻이고 신뢰라는 단어와 가장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는 정치인은 박근혜 전 대표이다. 이명박 정부와 각을 세운 지금이야 자유선진당과 한나라당의 합당이 불가능해 보일 수 있지만 2012년 총선을 전후해 대통령이 탈당하고 한나라당 내부의 대권주자 레이스가 벌어지는 시점이라면, 그리고 미래권력인 박근혜 전 대표의 손에 당권의 상당 부분이 넘어간다면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친박계의 분당을 전제로 친박계 신당과 합당을 하는 것이다. 즉, 이회창 대표가 외곽에서 한나라당의 분당을 촉발하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다. 지금은 가능성이 적은 이야기지만 대통령의 인기가 계속 하락하고 재보선과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마치 2008년의 민주당처럼 엄청난 정치적 위기를 맞이하는 상황이 된다면 이러한 시나리오가 가능할 수 있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가장 가능성이 낮은 것인데, 이회창 대표가 민주당과 정치연합을 시도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경우를 상상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사실을 되짚어 봐야할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 의석수를 보면 충남의 경우 자유선진당이 다수이지만 충북은 민주당이 다수이다. 충북과 충남 모두 광역자치단체장이 민주당 소속이다. 즉, '충청권의 모든 정치세력'이 힘을 합치려면 민주당을 빼놓을 수가 없다. 비록 민주당이 지금은 상당한 정도의 좌클릭 전략을 실행하고 있지만 대선 국면이 다가왔을 때 당선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층은 오히려 중간층일 것이다. 그런 경우에 민주당이, 마치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충남권의 보수 세력과 손을 잡는다면 정권교체는 오히려 쉬워질 수 있다는 점이 이러한 시나리오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만일 이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을 경우에는 국민참여당을 포함한 소위 '진보세력'의 행보가 난망해진다는 점에서 추가로 고민거리를 남긴다.

정치는 생물이고, 시시각각 변하는 것이며, 2012년까지 남은 시간이 아직 조선왕조 600년과 같기에 이회창 대표의 발언으로부터 어떤 정치적으로 유의미한 예측을 해낸다는 것은 시기상조에 지나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벌어질 모든 상황은 적어도 수도권과 지방의 대결을 근본으로 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한 매체가 'PK가 심상치 않다'는 기획기사를 냈다. 따지고 보면 PK뿐만이 아닐 것이다. 모든 '지방'은 '소외당하고 있다'는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 어쩌면 2012년의 대격변은 지금 우리가 생각지 못한 곳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는 것이 이회창 대표의 발언이 시사하는 점이다.

* 이 글은 미디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121

이상한 모자

2011.04.14 09:32:19
*.114.22.71

칼럼의 취지 자체를 좀.. 무리한 얘기를 과감하게 해보는 것으로 잡고 있는데.. 이건 거의 일요신문급의 무리함이죠. 그래도 가끔은 이런 글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으흐흥

2011.04.15 08:44:19
*.205.71.37

읽으면서 '응 그럴듯해' 그러고 있었는데 무리한 얘기였군요 ㅋㅋ 회창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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