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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사설] 노 전 대통령이 편히 잠들 수 있게 하자
입력 : 2009.05.24 22:20

정부는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민장(國民葬)으로 치르기로 했다. 장례 기간은 23일부터 29일까지 7일간이며, 영결식은 29일 거행된다. 유족들 뜻에 따라 노 전 대통령 유해는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에 안장하기로 했다. 전직 대통령의 장례를 국민장으로 치르는 것은 2006년 최규하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이승만·윤보선 전 대통령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졌으며 현직에서 사거(死去)한 박정희 전 대통령 장례는 국장(國葬)으로 치러졌다.

봉하마을 마을회관에 마련된 분향소를 비롯해 전국의 분향소에는 노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비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봉하마을 분향소를 찾아 조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의 분향소에선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조문이 이뤄지고 있지만 노 전 대통령의 일부 지지자들은 23일 봉하마을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보낸 조화를 부쉈고 한승수 국무총리와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김형오 국회의장 등의 조문을 가로막았다. 이들은 이 총재가 탄 차를 향해 달걀과 물병을 집어던졌고, 이 총재는 결국 차에서 내리지도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노 전 대통령 임기 말년에 열린우리당 해체를 주장하며 노 전 대통령과 맞섰던 정동영 의원도 '배신자'라는 비난 속에 조문을 못하고 돌아갔다가 24일 다시 빈소를 찾았다.

노 전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죽음에 지지자들이 충격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조문하러 온 사람들에 대해 정치적 친소(親疏) 관계를 따져가며 조문을 막거나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것은 고인의 뜻과 어긋나는 일이다. 노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경쟁 관계에 있었거나 정치적 입장 차이 때문에 노 전 대통령과 맞섰던 사람들 역시 너무나 뜻밖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러 찾아온 사람들이다.

노사모 소속 회원들은 KBS 보도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한때 KBS 중계차를 내쫓기도 하고, 기자들에게 심문하듯 소속 회사를 물으며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것 또한 경우에 어긋난 행동이다. 노사모가 장례기간에 자원봉사 역할을 맡기로 했다면 그에 걸맞은 예의를 갖춰야 한다. 일부 분향소에서 '이명박 정부 탄핵 서명운동'을 벌이는 것 역시 조문(弔問)의 본뜻을 벗어나는 행동이다.

국민은 노 전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서거를 통해 권력과 명예의 부침(浮沈)이 얼마나 허망하고 그걸 쫓으며 증오와 갈등을 엮어내는 일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절감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스스로도 유서에서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고 했다. 그런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죽음이 또 다른 정치적 혼란이나 사회적 갈등을 부르고 국민 사이에 대립과 분열이 격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원치 않았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뜻밖의 죽음을 통해 한편으로 대한민국 정치가 지난 50년간 짊어지고 온 업(業)의 사슬을 여기서 반드시 끊고 말겠다는 각오를 새로이 다지면서 다른 한편으론 고인이 이 땅에서 누리지 못했던 평온한 잠의 복락(福樂)을 저세상에선 누릴 수 있도록 기구(祈求)하는 것은 남은 사람의 도리이기도 하다. 노 전 대통령 장례가 다시 편을 가르고 손가락질하는 부대낌의 장(場)이 아니라 서로 상대의 상처를 되돌아보고 그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보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상한 모자

2009.05.25 00: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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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이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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