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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레슬링의 틀 안에서 MMA룰로 경기를 했고, 그래서 이왕표가 이겼다는건 내가 볼 때에는 별로 큰 문제는 아니다. 프로레슬링이란게 원래 그렇다. 모두 다 짜고 치는 것임을 알고 있지만, 짜고 친거 아니라고 끝까지 거짓말 할 수도 있는게 프로레슬링이다.
경기 자체의 질도 질이지만 내가 정말 문제삼고 싶은건 마인드다. 경기 자체의 질은 뭐 어쩔 수 없다. 이왕표 선수는 나이를 많이 자셨고 몸도 예전 몸이 아니시고.. 밥샙은 격투기 이런건 거의 포기한 듯 보이는 상황에서... 경기의 질을 따지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이 쇼를 대하는 마인드의 문제는 다르다. 가장 골때렸던건 두들겨 맞고 순한 양이 되어버린 밥샙의 반짝이는 눈동자와 그가 대강 묶고 나온 어설퍼보이는 붕대다.
도대체 The Beast가 왜 그래야 하나! 경기장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이 승부 인정할 수 없다며 한국 레슬러들과 다대일 난투극이라도 벌여야 할 캐릭터가 마음을 졸이며 이왕표에게 굽신대고 겸손한 인터뷰를 하는 꼴이라니..
그리고 밥샙을 앞에 세워놓고 그 꽃다발 증정식은 뭐며, 후원금 전달은 뭐며, 장안동 꿈의 궁전에서 금일봉을 전달하는건 뭐며, 보는 내가 다 민망할 정도였다. 각본이 너무 유치하단 얘길 하면 어린이 팬 얘길 할지 모르겠는데, 어린이 팬들이 보고 있는데 장안동 꿈의 궁전에서 금일봉을 전달하면 되나? 꼭 해야 되는거면 좀 경기 시작 전에 하든지.. 링 위에서까지 회장님, 회장님 하면서 굽신대는 우리 실장님은 또 뭐며..
여러모로 열악하고 힘든 상황인건 알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최대한의 프로페셔널은 선보였어야 한다. 그런 마인드가 너무나도 아쉬웠던 해프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