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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김현우의 꿍얼거림

조회 수 1794 추천 수 0 2008.11.17 15:35:52

서울시당 제2창당 토론 (정치노선) 토론문 


김현우



제2창당은 말 그대로 당을 다시 만드는 것이며, 토론을 이를 위한 주요한 사항을 합의하기 위함이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논점은 대체 왜 만든 당인지, 무엇을 하고자 하는 당인지, 그리고 어떻게 하고자 당인지 하는 것이다. 그게 확인되면 당의 사업 원칙과 조직 체계도 도출되고 또 함께 할 세력도 자연스레 나온다.

제2창당 토론의 공백과 관련하여 <레디앙>에도 기고한 바 있지만, 이 토론문에서는 정치노선에 국한하여 주장하고픈 몇가지 결론들을 다소 용감하게 이야기하고자 한다.


O 가치와 깃발의 문제


'평등 생태 평화 연대'의 가치는 소중하고 제법 적절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진보신당의 정체성과 지향을 설명하는데 충분치 않다. 한 편으로는 더 집약적인 모토가 필요하고(당명과 수식문), 다른 한 편으로는 보다 맥락적인 설명으로 엮어져서(아마도 강령 전문) 진보신당의 존재 이유를 웅변해야 한다. 아래는 참고할만한 수식문들이다.


-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 (민주노동당)

- 평등세상 앞당기는 (전노협)

- 100% 좌파 (프랑스 LCR)

- 민생이 바뀝니다 (총선시기 진보신당)

- 보다 적색으로, 보다 녹색으로 (새로운진보정당운동준비모임)


지금 우리에게라면 “풍부한 진보와 폭넓은 연대를 위한” 또는 “새로운 진보를 위한 성찰과 도전” 정도가 어떨지 싶은데, 너무 구 운동권스럽다면 “세상을 바꾸는 칼라진보”도 가능하겠다. 그런데 제2창당 토론은 수식문 만들기로 그칠 수 없으며, 강령적 시대인식과 주장으로 나아가야 한다. 4대 가치 역시 요동치는 금융 자본주의의 폭력과 위태로운 지구 행성, 다양한 형태로 약자를 강타하는 전쟁, 그리고 인간들 사이의 고리가 파괴된 피폐한 사회라는 치열한 상황 인식 속에 재구성되어야 한다. 이 속에서 진보신당은 이러한 세계를 어떻게 규정하며, 진보신당이 바꿀 세계는 무엇이라는 것, 이를 위해 진보신당의 역할은 무엇이라는 것이 입장과 의지로 밝혀져야 한다. 이는 몇 가지 가치로 분해되지 않는 정치 철학과 노선, 즉 깃발의 문제다.


O 체제지향 : 반자본주의의 입장을 명확히


당의 정체성과 노선을 확립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당연히 이념 논쟁이나 색깔 논쟁까지 해야 한다. 그것은 우선 체제지향이다. 진보신당은 현 사회 체제의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체제가 필요/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예컨대 아래의 선택지가 진보신당이 취할 수 있는 스탠스일 것이다. 특징을 편의적으로 정리한 것이고, 상충 또는 교차되는 측면도 있지만 논의 스펙트럼은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 국가사회주의 : 노동계급 중심 1당 정치, 국유화 및 국가 기구 중심 사회 운용

- 민주적 사회주의 : 다당제 인정하고 대의제 통한 이행 존중하나 국가 제도 변형 강조

- 북유럽형 사민주의 : 노동계급 통제력 통한 사회적 시장경제, 강력하고 큰 복지국가

- 서유럽형 사민주의 : 조직노동에 기반하지만 catch-all party 지향하며 시장에 대한 부분 제어 추구

- 인간적인(?) 시장자본주의 : 시장 경제 원리 하에 사회안전망 강화

- 생태 사회주의 : 국가 못지않게 풀뿌리 수준 지역 경제 및 정치 대안 중시


이 중 하나 아니면 이를 다 인정하는 열린 체제 지향이 입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 되든 냉혹한 현실 인식과 논쟁 속에 나온 결론이어야 한다. 당원여론조사 결과 57%가 사민주의 지향으로 나왔다고 한다. 설문 구성이 적절치 않았다고 보지만 향후 논쟁 속에서 재확인된다면 진보신당은 사민주의 깃발을 내거는 것이 옳으며, 다른 의견을 가진 개인과 그룹은 토론과 선전을 통해 경합할 일이다.

기실 좌파 사민주의, 유로코뮤니즘 좌파, 민주적 사회주의 등은 지금 유의미한 차이를 갖기 어렵다. 다만 확인할 것은 자본주의적 시장에 입장과 의회 바깥의 대중운동에 대한 입장이다. 현재 한국의 자칭 사민주의 그룹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존중과 부르주아 의회 정치 유일론 -- 그리고 대한민국 국가의 정통성 인정 -- 을 주장하고 있는 바, 진보신당이 이에 동의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평등, 생태, 평화, 연대의 가치를 위협하고 불가능하게 만드는 자본주의 동학에 대한 분명한 극복의 의지 천명이 당연하다.

그런데 공허한 깃발 이상의 사회주의 이행 프로그램이 있기나 하는가? 진보적 구조개혁, 사회국가, 기본소득 보장 등 이미 진전된 고민들이 존재하고 여기부터 출발하면 충분하다.


O 주체 구성 : 노동계급의 재형성 추구


당의 성격과 주체 전략의 문제다. 쉽게 말해 당은 계급 전위정당, 대중적 계급정당, 피해대중 연합당, 현대적 국민정당 중 무엇을 택할 것인가. 동시에 주체 전략과 연관하여, 당은 과거와 같은 노동계급 중심성을 인정하는가, 아니면 그 중심성은 재구성되거나 부인되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해명되어야 한다. 이 문제는 예컨대 노건추가 결정하도록 맡길 부분이 아니다.

계급 전위정당은 진리를 담지한 소수의 전위를 상정하며 그것이 노동계급의 전위라 주장한다. 이에 비해 대중적 계급정당은 노동계급이 현 체제의 피해자이자 미래 사회의 주역으로서 유의미하다고 간주하지만 그 실현은 대중적이고 계급연합적이어야 한다고 보는 쪽이다. 피해대중 연합당이나 현대적 국민정당은 노동계급에 별다른 유의성을 두지 않으며, 전자가 상대적으로 반자본주의적이라는 차이가 있을 듯싶다.

노동계급의 유의미성은 유지되어야 하는가? 신비화된 노동계급의 당파성이 아닌 한 그래야 한다. 그러나 그 노동계급은 현실의 단초에서 미래의 구체로, 당과 같이 성장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로 진보신당은 지금 당장 노동계급의 당이라기 보다는 ‘노동계급 재형성’을 추구하는 동지이나 조직자가로 이해되어야 한다. 그리고 재형성된 노동계급은 보다 보편적 평등 지향적이고 연대적인 (보다 적색인) 노동계급이자, 생태적 지속가능성 고려와 지역 수준의 대안에 함께 하는 (보다 녹색인) 노동계급일 것이다. 이는 현실의 조직노동이 당장 진보신당과 큰 덩어리로 함께 하기 어렵다는 매우 아픈 인정을 수반한다.

그러나 노동계급이 곧 조직화된 노동이 아니며, 노동정치의 주체가 오로지 진보정당만도 아니다 -- 이 주장은 사실 예전부터 사회당, 노동자의 힘 등에서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에 대해 해온 지적이다. 그들의 부족함과 별개로 이 대목에서 진보신당은 인정할 부분이 있다.

문제는 미래다. 한국사회에서 10%에 불과한 조직력이라는 현상 보다, 노동 구성과 성격의 다양화와 복잡화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의 민주노총이 노동계급의 재형성과 정치화에 긍정적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있다면 좀더 솔직하고 과감해야 한다. 진보신당이 비정규직을 포함한 모든 불안정 노동집단의 우산을 만들거나 우산의 일부가 될 제안을 던져야 한다. 기존 조직과 크게 충돌하지 않으면서 공공/비정규 부문을 조직한 프랑스의 SUD 노조의 사례를 살펴봄직 하다.


O 운동 전략 : 사회운동적 대중정당


당이 운동을 풀어가는 방식이다. 의회진출 중심인가, 기성제도 활용 중심인가, 사회운동적 정당인가 등등. 이는 당의 성장 전략 및 연대 전략과도 연관되는 것으로, 의회도 중요하지만 사회운동도 존중한다는 식의 절충 이상이어야 한다. 과거 민주노동당 의회전략 실패를 의원과 당 조직의 대응을 가지고 평가하기 이전에, 의회를 통해 무엇을 한다는 전략이 합의된 바 없었음을 지적해둔다.

사회운동적 대중정당이란 의회와 선거를 통한 집권을 고집하지 않는(?) 정당이다. 의회와 선거를 적극 활용하지만, 그것만으로 체제가 바뀌지 않음을 선전하며, 현재와 같은 국가와 의회의 작동방식을 상대화하는 노선이다. 이는 브라질노동자당의 참여예산제 같은 지역 프로그램으로 나올 수도 있고, 가두의 발언과 직접행동을 정치과정의 일부로 인정하는 관행이나 합의로 구현될 수도 있다. 훈련된 기성정치인으로 상징되는 대의자를 고정시키지 않고, 의회를 통한 과정 외의 -- 중앙 국가기구를 변형시키고 상대화하는 -- 정치과정을 활성화하는 노선이다.

이것이 혹 국회 의석이 없다는 진보신당의 처지 때문에 나온 발상은 아닌가? 그러나 서구식 정상적(?) 정당정치를 유일한 모델로 삼을 필요는 전혀 없으며, 이미 세계적 현상이 변하고 있다. 중남미의 사례들은 말할 것도 없고, 특히 유럽 지역에서 기존 사민당, 노동당의 왼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일련의 그룹핑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네덜란드 사회당, 독일 좌파당(Die Linke), 프랑스의 LCR, 영국의 RESPECT, 이탈리아의 재건공산당-무지개연합 등은 선거 상으로도 일부 성과를 내고 있을 뿐 아니라 당의 운동 방식도 과거와 다르다. 이들은 보편적 평등주의 프로그램과 함께 여성주의, 생태주의 지향을 자연스레 담고 있으며, 대중운동에 적극 결합할 뿐 아니라 당 자체가 사회운동적 스타일로 운영된다.

자신의 당이 집권해야만 세상을 제대로 바꿀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오만이고 억측이다. 집권 이전에 사회와 국가를 변화시킬 수 있는 노선, 혼자만의 집권이 아니라 사회운동과 대안 적 정치블럭의 전반적 형성과 변화 속에 자신의 역할을 자리매김하는 노선이 필요하다. 물론 더 춥고 배고플 수 있는 길이겠지만, 이미 21세기의 세계 진보정치 지형은 새롭게 구성되고 있다.


미소년

2008.11.22 02: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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