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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에 이왕표의 원래 닉네임은 '날으는 표범'이었다. 옛날에 SBS에서 일요일 아침에 프로레슬링 경기를 해줬었는데, 그때 JBL이 나왔던거 같기도 한데..
여튼 당시 이왕표의 스타일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주로 킥과 공중기로 승부하는 하이 플라이어 스타일이었달까.. 지금처럼 헤비한 느낌이 큰 스타일은 아니었다. 물론 하드웨어는 그때도 헤비하긴 했던거 같은데(지금만큼은 아니지만) 주로 외국 선수들이랑 티격태격 하니까 그렇게 커보이진 않았다. 여튼 여러가지 공중기를 적절하게 쓰면서도 무게감을 유지했기 때문에 그때만 해도 지금같진 않았다.. 뭐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겠다.
이제 나이가 50을 넘겼는데, 언더테이커 나이가 50이 안됐는데도 은퇴얘기가 매년 나오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일반적인 상식에서 벌써 은퇴를 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특정 시점에서 닉네임을 '슈퍼 드래곤'으로 바꿨는데, 물론 좀 더 멋있는 이름을 갖고 싶기도 했겠지만 나 같으면 십수년을 이어온 '날으는 표범'이란 닉네임을 그냥 버리진 않을거 같다. 뭔가 여러가지 체력 등의 문제로 더 이상 기존의 경기 스타일을 보여주기 힘든 상황이라는, 그런 고민에서 나온 선택이 아닌가 한데.
밥샙과의 경기도 이런 문제가 있었던거 아닌가 싶다. 어쨌든 프로레슬링 룰이라면 두 선수가 꼬박 20분간 경기를 해야만 한다. 뭐니뭐니해도 메인이벤트고 양쪽 다 싱겁게 지는 상황을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합격투기룰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종합격투기룰이라면 3분 이내에 경기를 끝내는 상황이 전혀 이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로 무브를 짜는건 좀 더 어렵겠지만 체력적 부담은 훨씬 적을 것이란 얘기다.
결국 조만간에 이왕표는 은퇴를 하던지 아니면 울트라FC라는 것에 집중을 할지 선택해야 할 것 같다. 울트라FC라는건 아무래도 프로레슬링형 종합격투기, 아니면 종합격투기형 프로레슬링을 지향하는거 같은데..
문제는 역시 이왕표의 뒤를 누가 잇느냐 하는 것이다. 지금 현역으로 활동하는 몇 안되는 한국 프로레슬링 선수들은 이왕표 전성기의 반의 반도 못따라 가는 상황이다. 나름대로 테크니션도 있고 또 나름대로 악역 전문 선수도 있지만 (이게 특이한거다. 한국 국적의, 선역 외국인과 싸우는, 악역선수) 그야말로 아이콘이라 할 만한 (혹은, 그렇게 만들만한) 선수가 없다.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이 선수들이 대부분 '전업 프로레슬러'가 아니라는 점이다. 먹고 살기 어려우니까 여러가지 일을 닥치는 대로 하는데, 그러다보니 운동에 집중할 수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안 좋은 퀄리티가 더 떨어지는 악순환.
그럼 한국에서 프로레슬링을 없애버리면 되지 않느냐? '김일로 대동단결!'이란 정신을 아직까지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여하튼 이왕표의 고민은 오늘도 더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