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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미네르바 소동에는 화려한 조연들이 등장한다. 최고의 경제 엘리트들과 국회의원, 내로라하는 학자와 언론인도 끼었다. 이 중엔 미네르바를 가리켜 “국민의 가장 뛰어난 경제 스승”이라 치켜세운 사람까지 있다. 사실상 미네르바에게 ‘면담’을 요청한 고위 관료도 있다.

미네르바를 키운 정부·여당
지난해 11월 3일 국회 본회의장. 한나라당 홍일표 의원과 김경한 법무부 장관 사이에 이런 문답이 오갔다.
▶홍 의원=미네르바라는 사이버 논객에 대해 들어 보신 적이 있습니까.
▶김 장관=예, 신문 보도에서 그런 논객이 있다는 말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한 온라인 논객이 일약 국회 대정부 질문의 중심 주제로 등장한 순간이었다.
“이 사람이 대단한 경제적 식견을 가지고 ‘리먼브러더스 부실 사태’ 도 예견했고 여러 가지 예리한 비판도 하고 있는데….”

홍 의원은 마치 미네르바가 대단한 신통력이라도 지닌 듯이 묘사했다. 이어 “인터넷 괴담이 번지면 기업·투자자·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테니 사정기관이 나서서 미네르바를 수사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김 장관은 “내용이 범죄 구성 요건에 해당한다면 당연히 수사해야 될 것”이라고 답했다. 김 장관의 답변은 결국 두 달여 만에 현실이 됐다.

이날 대정부 질문은 인터넷을 무대로 활동하던 미네르바가 정쟁의 도구가 되는 계기가 됐다.

권력이 공개적으로 미네르바 문제를 거론하자 네티즌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인터넷 통제 논란이 가열됐다. 두 달 동안 미네르바는 ‘경제’뿐 아니라 ‘정치적 비중’을 지닌 인물로 커 버린 것이다.

여기서 미네르바를 한 단계 더 키워 준 것은 한동안 그와 전쟁을 벌이다시피 한 기획재정부였다. 재정부는 미네르바가 글을 올릴 때마다 인터넷에 해명 글을 올렸다. 미네르바와의 소통을 원하기도 했다. 강만수 장관이 직접 나서 “미네르바와 대화하고 싶다”고 한 것이다. 정부는 미네르바의 글들이 외환시장 등에 심각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어 대응을 했다고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토론은 이뤄지지 않았다. 미네르바만 강 장관이 ‘맞짱’ 뜨고 싶은 사람으로 부상했을 뿐이다.

진보 진영의 영웅 만들기
KBS는 지난해 11월 17일 ‘시사 360’이란 프로그램에서 미네르바를 어두운 지하의 실루엣으로 묘사했다. 미네르바에 대한 정부 당국자와 시민의 비판적 인터뷰를 함께 끼워 넣었다. 이 프로그램과 인터뷰를 했던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는 다음날 해당 프로프램 시청자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미네르바님 미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김 교수는 “미네르바가 맞힌 경제 예측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라며 “당신은 제가 아는 한 가장 뛰어난 국민의 경제 스승”이라고 극찬했다.

당시 진중권 중앙대 교수도 진보신당 당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미네르바 신드롬의 본질인 발언의 자유를 제치고 그의 예측이 얼마나 맞았는지 채점하는 식의 방송을 한 것은 잘못”이라고 KBS를 비판했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도 나섰다. 이틀 뒤 열린 동아시아 경제포럼에서 그는 “제도권 언론과 정치인을 모두 합쳐도 미네르바만 못하다”고 주장했다.

미네르바가 검찰에 긴급체포된 9일 이들이 보인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김태동 교수는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내가 읽은 미네르바의 글은 (금융) 현장에서 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쓸 수 없는 글이었다”며 “30세 무직인 네티즌이 그런 글을 썼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문순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태의 과정에서 미네르바가 잘못한 측면이 분명히 있었다”며 “다만 미네르바는 가만 놔 두면 인터넷에서 곧 소멸될 인물이었기 때문에 검찰이 무리해 수사에 나선 것은 잘못 대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진 교수는 이날 진보신당 당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한마디로 ‘기는 만수 위에 뛰는 백수’가 있다는 것이 이 나라의 현재 상태”라며 “어쨌든 지하 벙커에 비상상황실 차려 놓고 처음 선보인 작품이 고작 ‘미네르바 긴급체포’라니 전 세계에서 웃을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고 비꼬았다.

언론의 띄우기
10일 현재 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는 ‘미네르바’를 치면 2000개 이상의 기사가 올라온다. 최근 몇 달 동안 매일 수십 건씩 미네르바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 나온 것이다. 온라인 매체 가운데 미네르바를 처음 보도한 곳은 ‘오마이뉴스’(지난해 9월 14일자)였다. 이어 ‘한겨레21’ 등이 다시 미네르바를 ‘경제학자 뺨치는 시민 논객’이라고 소개하면서 미네르바는 오프라인 매체에까지 등장하게 된다.

당시 한겨레21은 “미네르바가 금융위기가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 8월 말 다음 아고라에 산업은행이 인수하려던 미국 리먼브러더스의 부실화를 정확히 예견한 글을 올렸다”(2008년 10월 24일)고 소개했다.

이때만 해도 미네르바는 인터넷 논객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러나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미네르바가 언급되고, 미네르바는 절필 선언을 했다. 정부가 인터넷을 통제하려고 한다는 논란이 일자 그의 비중은 더욱 커졌다.

이 무렵 MBC 뉴스데스크 신경민 앵커는 방송의 마지막 멘트로 이런 언급을 했다. “요즘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로 시끄럽다.…이렇게 된 까닭은 그의 분석이 정부보다 더 정확하고 논리적이기 때문이다. 누구인지 찾아내고 입을 다물게 하기보다는 미네르바의 한 수에 귀를 기울이는 게 맞아 보인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미네르바를 ‘민주시민언론상’ 수상자로 선정하기도 했다.

검증 없는 신화 조작
문제는 미네르바 거품을 일으킨 사람들이 그의 글에 대해 냉정한 검증을 시도했느냐는 점이다. 박씨를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은 “언뜻 보면 그의 글이 상당히 전문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대부분 인터넷에 있는 것을 짜깁기한 글이었다”고 말했다.

예컨대 미네르바의 유명세를 높인 미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예측 글(지난해 8월 24일)은 한 경제 전문 언론의 기사를 그대로 베낀 것이라는 게 검찰 설명이다.
실제로 박씨가 글을 올리기 며칠 전부터 연합뉴스를 비롯한 외신은 미국 베어스턴스가 부도가 난 뒤 다음 순서로 리먼브러더스를 지목했다.

검찰은 “박씨가 당시 산업은행의 리먼 인수 추진에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기사들을 읽은 뒤 리먼이 부도가 날 것이라고 몰고 갔는데 이것이 마치 리먼 부도를 정확히 예측한 걸로 되면서 갑자기 홍길동처럼 돼 버렸다”고 설명했다.

한번 탄력이 붙은 그의 인기는 설령 잘못된 예측을 내놓았어도 식을 줄 몰랐다. 지난해 7월 미네르바는 “하반기에 물가가 오르니 6개월치 생필품을 미리 사 두라”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이후 물가상승률은 네 달 연속 하락했다. 하지만 인터넷 경제대통령이란 그의 지위는 흔들리지 않았다.

검찰은 “박씨는 일반인이 잘 모르는 경제 전문 사이트와 블로그 같은 데서 자료를 인용하곤 했다”며 “그의 인터넷 검색 실력만큼은 깜짝 놀랄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강민석 기자

이상한 모자

2009.01.11 14:19:56
*.34.184.105

다른건 모르겠고, 도대체 진슨생님이 틀린 얘기를 한 게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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